
윤석열 전 대통령이 10일 재구속됐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처음 구속됐다가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으로 풀려난 지 4개월 만이다. 윤 전 대통령은 직접 법정에 나와 무혐의를 항변했으나, 두 번째 구속을 피하지는 못했다.
남세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2시 7분 6시간 40분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상실질심사)을 한 뒤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특수공무집행방해, 허위공문서작성 및 동행사,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공용서류손상, 대통령경호법 위반, 범인도피 교사 혐의로 내란 특검팀이 청구한 윤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내란특검팀은 영장심사에서 178페이지 분량의 파워포인트(PPT)를 준비해 윤 전 대통령의 혐의별로 재판부에 구속 필요성을 설명했으며, 윤 전 대통령은 심사 말미에 약 20분 동안 특검팀의 주장을 부인하는 취지의 최후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대통령은 혐의를 전면 부인했지만, 법원은 특검팀이 제시한 관계자 진술과 물적 증거를 토대로 혐의가 소명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적법한 절차를 거친 계엄 선포인 것처럼 속이려 사후에 허위 계엄 선포문을 만들고, 수사를 대비해 내란 공범들의 비화폰 기록 삭제를 지시하는 등 범행 그 자체가 증거인멸에 해당한다는 특검팀 주장도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영장청구서에 적시된 사실관계를 반박할 객관적 자료들을 제출했음에도 구속됐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영장실질심사 동안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구인 피의자 거실에서 대기하던 윤 전 대통령은 바로 독방에 입소했다. 앞서 헌정사상 최초로 구속된 현직 대통령이 된 윤 전 대통령은 124일 만에 다시 구치소 생활을 하게 됐다. 구속영장 발부 직후 대통령 경호처의 경호도 즉시 중단됐으며, 일반 피의자와 동일한 절차에 따라 수용자복을 입고 머그샷을 촬영한 뒤 3평 남짓한 독방에서 수용생활을 이어간다. 지난 3월 8일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으로 풀려나기 전까지 윤 전 대통령은 52일간 이곳에서 수감 생활을 한 바 있다.
4개월 동안 자유롭게 거리를 오갔던 윤 전 대통령은 이제 구속 상태로 재판과 특검 조사에 임해야 한다. 특검은 최장 20일의 구속 기간 동안 윤 전 대통령을 추가로 조사한 뒤 재판에 넘길 방침이다. 남은 수사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특검의 성패를 가를 핵심 의혹으로 꼽히는 외환 혐의를 본격적으로 수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윤 전 대통령이 특검팀의 소환 시기, 방식, 조사자 등을 두고 건건이 대립해온 점에서 조사에 협조적으로 임할지는 미지수다. 또한 윤 전 대통령의 사후 계엄 선포문 작성 및 폐기 혐의 공범으로 적시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 국무위원들에 대한 수사도 본격 시작되며,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의혹을 받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계엄 후 안가(안전가옥) 회동 의혹을 받는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이 수사선상에 오를 전망이다.
한편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에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에 건강상의 이유로 불출석했다. 윤 전 대통령의 변호인들은 출석했으며, 비상계엄 선포 당시 활동에 관련된 군 관계자들이 나와 증언했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