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퇴를 한 70대 김모씨는 최근 들어 지인 장례식에 가는 경우가 생기면서 재산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게 됐다. 생전에 증여하는 게 속 시원하지만 세금 부담 등이 걱정이 돼 꺼려졌다. 유언을 남겨 가족들에게 재산을 상속해야 하나 알아보다가 유언대용신탁 상품을 알게 됐다. 이는 위탁자가 살아 생전 본인의 의지대로 재산을 관리하다가 사후에는 미리 정해놓은 수익자에게 재산을 안정적으로 승계시키는 금융 상품이다. 유언대용신탁에 가입하면 생전에는 수익금을 받을 수 있고 향후 발생할 재산 문제도 해결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어 김씨는 가입하기로 했다.
시중은행들이 시니어 고객을 잡기 위해 다양한 신탁상품을 취급하면서 경쟁을 강화하고 있다. 금 실물을 맡기고 안전하게 처분해 주는 금 신탁부터 유언장 작성 없이 법적효력을 보장하는 유언 신탁이 나오면서 고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14일 신한은행에 따르면 신한은행의 유언대용신탁 잔액은 2019년 280억원에서 지난달 기준 2308억원으로 6년 만에 10배 가까이 성장했다.
유언대용신탁은 별도의 유언장, 공증 작성 등에 따른 법률적 비용 절감할 수 있고 상속 절차 간소화, 상속인 간 유산 다툼 방지 등의 장점으로 가입하는 고객이 늘어나는 추세다.

신탁 상품도 다양해지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7일 신속하고 안전한 자산 승계를 돕는 간편형 유언대용신탁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별도의 법률 절차나 유언장 작성 없이 유언과 동일한 법적 효력을 확보할 수 있게 설계됐다. 이를 통해 고객이 사망할 경우 복잡한 절차 없이 사전에 지정한 수익자에게 자산 상속이 가능하다.
가입 대상은 만 40세 이상 개인으로 최저가입금액은 1000만원이다. 기존의 유언대용신탁이 고액 자산가 중심으로 운영됐지만 이번 상품은 최저 가입 금액을 대폭 낮추고 절차를 간소화했다.
하나은행은 은행을 통해 금 실물을 안전하게 처분할 수 있는 ‘하나골드신탁을 금융권 최초로 지난달 출시했다. 내달 중 금 실물을 운용해 수익을 낼 수 있는 하나골드신탁(운용) 상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무수익 자산인 금을 운용해 수익을 만들고 자본 시장에는 높은 유동성을 지닌 금 실물의 순환을 원활하게 해 소비 진작과 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하기 위해 이 상품을 기획했다.
현재 하나골드신탁은 서초금융센터와 영업1부 지점에서 시범 운영 중이다. 해당 점포를 방문해 하나은행과 신탁계약을 체결하고 금 실물을 맡기면 한국금거래소디지털에셋이 제공하는 감정 결과를 모바일웹으로 받아볼 수 있다. 고객이 감정 결과를 확인한 후 금 실물의 처분 여부를 결정하면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통해 합리적인 가격에 처분할 수 있다. 내달 출시를 앞둔 하나골드신탁은 금 보관뿐 아니라 안정적인 운용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만기에 금 실물을 돌려받는 상품이다.
서정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면서 상속재산 관리를 위한 금융의 역할이 중요해졌다”며 “금융사는 재산 규모에 따라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층을 확대하고 대중의 접근성을 높이는 등 신탁의 대중화를 도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