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각장애인을 위한 도우미견도 있는 줄 몰랐어요. 반려동물 장례도 이번에 처음 알았죠.”
반려인 고희준 씨는 최근 일요일 오전이면 강아지 구마와 함께 TV 앞에 자리 잡는다. JTBC 예능프로그램 ‘집 나가면 개호강’ 본방 사수를 위해서다. 지난 13일 가장 최근 방송(8화)도 챙겼다는 그는 “구마를 5년째 키우면서 강아지에 관해서는 많이 안다고 생각했는데 개호강을 보면서 새롭게 배우는 것이 많다”고 말했다.
지난 5월부터 방영 중인 개호강은 반려인 연예인들이 반려가족 리조트 팔레드차밍에서 반려견 유치원을 운영하며 벌어지는 일들을 담은 관찰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전현무, 조한선, 강소라, 박선영, 레이(아이브) 등 반려인으로 유명한 연예인들과 슈퍼모델 출신 반려견 훈련사 김효진 도그어스플래닛 대표, 김성진 반려견 트레이너 등 전문가들이 고정 출연한다. 보통의 반려가족도 유치원 입소생과 스테이 멤버로 시청자들 앞에 선다.
그동안 일반적인 반려견 외에도 장애견, 산불 구조견, 은퇴한 군견 등을 조명한 개호강이 최근에는 청각장애인도우미견을 알렸다. 구름이와 함께 출연한 중증청각장애인 원서연 씨는 14일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와 인터뷰에서 “지난해 가을쯤 촬영을 했다. 전현무 원장님을 포함한 연예인 분들이 너무 잘 챙겨주셔서 구름이와 1박2일 동안 프로그램 제목처럼 호강한 기억이 난다”며 “방송을 통해 청각장애인도우미견에 대해 알릴 수 있어 뜻깊었다”고 말했다.

원 씨는 2살 무렵 고열을 앓은 뒤 청각 장애가 생겨 보청기를 껴도 아주 큰 소리가 아니면 들을 수 없다. 2018년부터 원 씨와 함께하는 구름이는 한국장애인도우미견협회에서 교육 받은 강아지로, 휴대전화 알람, 집 현관 초인종, 차량 경적, 화재경보 등은 물론 물 끓는 소리, 아기 울음소리, 밥솥소리 등이 들리면 점프와 발로 긁기 등 눈에 띄는 행동을 통해 보호자에게 알린다. 원 씨에 따르면 구름이는 간식, 산책, 사랑해, 기다려, 앉아 등 20개 정도의 수어도 이해한다.
하지만 방송에서도 나온 것처럼 청각장애인도우미견은 대중적으로 생소한 존재다. 그래서 식당 등에서 출입 거부를 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리트리버 같은 대형견이 많은 시각장애인도우미견과 달리 청각장애인도우미견은 소형견이 다수라, 일반적인 반려견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원 씨는 “청각장애인도우미견을 알리는 조끼를 착용하고 장애인보조견출입증을 보여줘도 동반 입장을 막는 곳도 여전히 많다”며 “결국 청각장애인도우미견의 존재를 아는 사람이 많이 늘어나야 해결될 문제라고 생각한다. 개호강을 통해서 청각장애인도우미견에 대해 알게 된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장례문화도 최근 방송을 통해 소개됐다. 조한선이 반려동물 장례식장 포포즈(경기광주점)를 방문해 반려동물 장례지도사로부터 설명을 듣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앞서 반려견 둘을 떠나보낸 조한선이 반려동물 봉안당을 먹먹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장면도 나왔다.

방송 내용처럼 반려동물의 사체를 땅에 매장하면 불법이다. 현행 법률상 반려동물은 ‘물건’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이에 법 대로면 쓰레기봉투에 넣어 ‘폐기’를 해야 옳다. 결국 법과 예를 지키며 작별하는 방법은 화장뿐이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매장은 58%에 이르며 장례율은 약 30%에 그친다.
포포즈를 운영하는 펫닥의 오태환 대표는 “그 정도로 다수 반려인들이 반려동물의 장례에 대해 알지 못한다는 뜻”이라며 “개호강을 통해 반려동물의 합법적인 장례가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졌길 바란다. 앞으로도 강연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반려동물의 장례에 대해 알리겠다”고 말했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