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 BYD 아토 3의 키를 건네받을 때만 해도 기대는 크지 않았다.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고 가격이 합리적이라곤 해도 중국산 자동차를 직접 운전해보는 건 처음이었다. 출발은 서울 강남, 목적지는 영종도. 왕복 약 120㎞의 거리를 BYD 아토 3와 함께 달려봤다.

외관은 아쉬움이 있다. 이미 중국 현지에선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공개된 상황에서, 국내 출시는 기존 구형 모델이다. 라디에이터 그릴이나 헤드램프, 휠 디자인 등에서 답답함이 느껴졌다. 실내 디자인도 비슷하다. 타악기처럼 튕기는 도어 트림, 블루투스 스피커를 닮은 도어캐치, 투박한 플라스틱 마감, 그리고 장난감처럼 느껴지는 기어노브는 적응이 필요하다.
하지만 주행에선 기대 이상이었다. 강남에서 잠실, 김포공항을 거쳐 인천대교에 진입하는 동안, 가속은 경쾌했고, 브레이크 반응도 일정했고 전기차 특유의 부드러운 움직임이 유지됐다. 다만 급가속 시 스티어링 휠이 중심을 정밀하게 잡지 못하는 점은 단점이었다.

이런 주행감은 BYD가 자체 개발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 ‘e-Platform 3.0’과 8-in-1 전기 파워트레인 기술 덕분이다. 출력은 204마력, 0→100km/h 가속은 7.3초로 동급 전기 SUV 중에서도 빠른 편이다. 배터리는 60.48kWh 용량의 LFP(리튬 인산철) 블레이드 배터리. 환경부 인증 기준 주행가능거리는 321km로, 실제 주행에서도 30% 배터리 소모로 200km 이상 남는 여유를 보였다.

편의사양도 부족하지 않았다. 12.8인치 회전 디스플레이에는 내비게이션과 미디어, 공조, 공기청정 시스템까지 통합돼 있고, 휴대폰 무선충전, 디지털 키(NFC 방식), 360도 서라운드 뷰, 전동시트, 앞좌석 열선, 열선 스티어링 휠까지 포함된다. ADAS 사양으로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 차선 이탈 경고, 사각지대 감지, 후방 교차 충돌 경고 등도 기본 적용된다. 이 모든 기능이 약 3000만원 초반대 차량에 들어 있다는 것은 분명 경쟁력이 있다.

다만, 내장재나 방음, 서스펜션의 질감에서는 국산차 대비 여전히 개선 여지가 있다. 도심 외곽 주행 중 고속구간에서는 하부 소음이 들어왔고, 요철에서의 충격흡수 능력도 다소 투박한 편이다. 하지만 전반적인 상품성은 가격을 고려하면 오히려 상당히 높다고 볼 수 있다.
강남에서 영종도까지, 그리고 다시 돌아오는 여정은 생각보다 훨씬 무난하고 실용적이었다. 짧은 시승 코스였지만 중국차라는 편견을 깨고 합리적인 가격에 꼭 필요한 기능과 주행 성능을 갖췄다.
중국차라는 태생적 한계가 감성 품질에서 느껴질 수는 있다. 하지만 기술력과 상품성만큼은 점점 국경을 허물고 있다는 점에서 아토 3는 꽤 흥미로운 차량임이 분명하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