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일 상법 개정안이 통과됐으나 주주가치 제고에 가장 강력한 수단인 집중투표제가 제외됐다. 더불어민주당 코스피5000특별위원회는 곧바로 추가 대책을 내놨다. 바로 자사주 의무 소각이다. ‘소각 의무화’라는 방향성을 잡고 법안을 발의, 오는 9월 본회의 통과를 예고했다. 증권가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 법안이 통과되면 주주가치 제고와 투자심리 개선 효과가 동시에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사진)은 15일 “현재 국회 여야 구성과 법안 처리 속도 등을 감안하면 통과 가능성은 매우 높다”며 “법안의 핵심 내용은 임직원 보상용 스톡옵션 등 일부 예외를 두되, 1년 이내 자사주를 반드시 소각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다. 지난 9일 법안 발의 소식이 알려진 직후 자사주 비율이 높은 부국증권(+30%), 신영증권(+17%) 등의 주가가 급등한 것도 이 같은 기대감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주주가치 제고 수단으로서의 효과가 크다”며 “배당에는 소득세가 부과되지만, 자사주 소각은 세금이 붙지 않는 주주가치 제고 수단”이라며 “자사주 소각으로 기존 자사주 매물 출회 우려(오버행 리스크)도 줄어든다”고 강조했다.
현재 한국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기업 가치)은 세계 주요국 대비 저평가된 상태다. 주된 저평가 요인은 꾸준한 주주가치 희석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02년 이후 현재까지 코스피 상장주식 수와 자기주식 수의 연평균증가율(CAGR)은 각각 3.7%, 3.2%로 나타났다.
노 연구원은 “자사주 의무 소각이 한국 주식시장의 낮은 밸류에이션 문제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같은 기간 자기자본이익률(ROE)는 연평균 1.2%에 그쳤다. 2011년 자사주 취득 규제 완화 및 소각 의무 폐지 이후 증가 속도가 가팔라졌다”며 “이번 자사주 소각 의무화는 주식 수 증가 속도를 둔화시키고, 장기적으로 ROE를 높여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기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자사주 매입과 소각은 ROE를 개선하는 대표적 수단이다. 자사주 소각으로 자기자본이 줄면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상승하고, 유통 주식수 감소로 인해 주당순이익(EPS)이 늘어 PER(주가수익비율)에도 하방 압력이 작용한다”며 “단순 계산으로 코스피 전체 자사주를 모두 소각하면 PBR이 약 3.3% 오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법 시행 전 자사주 대량 처분 가능성, 제3자 블록딜 리스크(실효성 감소), 경영권 침해 논란 등 비판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노 연구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사주 소각 의무화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투자 전략 측면에서는 종목 선별이 중요하다는 조언이다. 노 연구원은 “자사주 비율 상위 10% 종목 중 거래 비중이 낮고 거래회전율이 낮은 종목이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며 삼성화재, KT&G, HD현대, 엔씨소프트, 휴젤, SKC 등을 꼽았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