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해 자사주 소각 의무화 법제화를 추진하면서 자사주 보유 비중이 높은 기업들 중 저평가된 기업을 중심으로 주가가 급등했다. 증권가에서는 단순히 자사주 보유 비중이 높은 기업이 아닌, 꾸준히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매입을 진행해온 기업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미만이면서 자사주 비율이 높은 종목들은 이달 큰 폭으로 주가가 뛰었다.
PBR이 낮은 증권업 중에서 자사주 비중이 53.1%에 달하는 신영증권은 지난 1일 12만5200원에서 전날 15만7600원을 기록해 이달 들어 26% 가까이 상승했다.

자사주 비중이 42.7%에 달하는 부국증권 주가도 4만2500원에서 6만8300원으로 60% 급등했다. 전날 거래소는 부국증권 주가가 최근 5일간 종가 대비 60% 이상 상승하자 투자주의종목 지정을 사전 예고했다. 대신증권(자사주 비중 25.1%)도 같은 기간 26.03% 올랐다.
저PBR 지주사 중에서 자사주 비중이 32.5%로 가장 높은 롯데지주는 이달 들어 11% 상승했다. 롯데지주 PBR은 0.33배 수준이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소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법안이 발의된 당일 자사주 비중이 높은 기업 주가 반응이 크게 나타났다”며 “시장이 주식 수 감소에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상장사 중 자사주 비중이 40%를 넘는 곳은 신영증권(53.1%), 일성아이에스(48.75%), 조광피혁(46.6%), 텔코웨어(44.11%), 부국증권(42.7%), 매커스(46.23%) 등 6곳이다. 대기업 중 롯데지주, TY홀딩스, 대신증권, SK, 태광산업, 두산, KCC, HDC, 금호석유화학, 삼천리, LS, 영원무역홀딩스, DN오토모티브, KT&G, 삼양홀딩스, 하림지주, 현대해상, DB손보, 유진기업, 호반건설, 포스코홀딩스 등 10개사도 10% 이상의 자사주를 보유 중이다.

증권가에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움직임이 지속되는 것이 긍정적이지만 정책 추진 과정에서 변동성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여당 주도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움직임이 지속되면서 기대감에 관련 업종의 주가가 반응했다”며 “최종 입법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실제 정책과 기대감의 속도 조절에 따른 변동성이 나타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식 공급을 축소한 종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왔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이후 주식 공급이 축소된 업종을 보면 은행, 증권, 상사자본재, 비철금속, 필수소비, 소매, 건설 업종 등이다”며 “성장성은 높지 않지만 자사주 매입, 소각이 진행 중인 기업들이 많이 포함된 업종들이다”고 분석했다.
이어 허 연구원은 “올해 주가 상승은 정책과 수급 측면에서 이해해야 하며, 이처럼 수급과 돈의 힘으로 주가가 오를 때가 오히려 실적으로 주가가 오를 때보다 상승세가 더 가파르고 종목별 순환매도 활발하다”면서 “올해 상반기 주가가 많이 오른 업종들은 쉬어갈 가능성이 높지만 주가와 시가총액 등락률 간 차이를 통해 주식 공급이 줄어들고 있는 업체들에 대한 관심은 중기적으로 유효하다”고 진단했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