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당국 조직 개편과 관련한 논의가 시동을 거는 가운데 한국은행도 일부 감독권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금융권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자칫 금융권의 정책·감독 등 관련 기관만 4곳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은 거시건전성 정책 수단뿐 아니라 미시건전성 감독 권한도 보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국정기획위원회에 전달했다. 가계부채 증가 등 시스템 리스크를 관리뿐 아니라 시중은행 등 개별 금융기관의 자본 비율 상태, 내부 통제 등을 직접 살펴볼 권한을 필요하다는 의미다.

금융권에선 과거 한은 산하에서 금융감독원으로 통합된 은행감독원의 부활을 고려한 제안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은행감독원은 은행 감독과 검사, 건전성 규제 집행, 자본 적정성과 유동성 관리 점검 등을 담당했다.
나아가 한은은 주요국의 금융안정 정책 체계 현황도 국정위에 전했다. 우리나라는 미시건전성 정책 수립을 금융위원회가, 집행을 금융감독원이 각각 맡고 있다. 하지만 주요국에서는 중앙은행이 직접 개입한다는 사실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영국, 프랑스, 뉴질랜드 등 중앙은행 모두 미시건전성 정책 수단을 보유한 점을 강조했다.
다만 금감원이 출범한 지 30년 가까이 지난 상황에서 금감원 업무를 한 번에 이관받기는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해당 권한을 강하게 요구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한은은 거시건전성 정책 수단과 함께 금감원과 별도로 금융기관을 단독 검사할 수 있는 권한을 달라고 했다. 현재 한은은 금감원에 금융기관 검사나 공동 검사를 요구할 수만 있을 뿐 단독으로 검사할 수 없다.
금융당국 개편은 금융위의 금융정책 기능을 기획재정부로 이관하고, 감독 업무는 금감원과 통합해 금융감독위원회를 신설하는 안이 논의 중이다. 또 금감원 내 금융소비자보호처를 금융소비자보호원(가칭)으로 분리하는 방안도 함께 언급되고 있다.
금융당국 조직 개편 방향에 금융권에선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그간 금융위와 금감원이 관련 기관이었지만 조직 개편 이후로는 최대 4개 기관과 협의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정책과 관련한 논의는 세종에 있는 기재부와 감독 논의는 서울에 있는 금감위, 한은과 논의해야 할 수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감독기구가 늘어나면 보고하는 등의 업무 부담도 커지기 때문에 금융사 입장에선 부담스럽다”며 “금융업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