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넥스트레이드가 출범 6개월을 맞은 걸음마 단계인 것과 달리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다양한 형태의 대체거래시스템(ATS)이 정규거래소와 경쟁하며 분할된 증권시장 구조가 자리 잡았다. 일본도 ATS 성장을 위해 지속적인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2일 자본시장연구원 등에 따르면 해외 ATS는 상장 기능 없이 불특정 다수의 매도자와 매수자 간 거래를 순수 지원하는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넥스트레이드와 공통점이 있다. 다만 거래 대상 종목이나 거래 방법, 운영 방식 등에선 나라별로 크고 작은 차이가 있다.
미국에선 증권사들이 별도 법인을 설립할 필요 없이 ATS를 운영할 수 있으며 상장주식, 비상장주식, 채권 등이 거래된다. 다만 유럽과 달리 파생상품은 제외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아름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이 올해 4월 발간한 해외 ATS 운영 현황 관련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78개의 ATS가 운영되고 있는데, 전국시장시스템(NMS) 주식 거래에는 25개의 정규거래소와 34개의 ATS가 경쟁하는 구조다. NMS 주식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등록된 정규거래소에 상장된 주식을 말한다.
NMS 주식 일평균 거래대금에서 정규거래소의 비중은 2023년 말 58.1%이며, ATS 비중은 13.3%를 차지한다. 미국 ATS 일평균 거래대금은 2023년 688억달러(한화 약 100조원)로 2020년 대비 26.5% 증가했다. 거래비중도 같은 기간 2.1%포인트 올랐다.
유럽의 ATS는 다자간거래시설(MTF), 조직화거래시설(OTF) 등으로 나뉜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시장 구조가 상당히 복잡하며 특히 유럽에선 투자자 접근성, 정보 공개의 투명성, 시스템 안정성 등에 대한 규제가 미국보다 강하다고 한다.
증권사들이 운영하는 MTF는 상장주식, 비상장주식, 채권, 상장지수펀드(ETF), 배출권, 파생상품까지 모든 금융상품이 거래된다. 반면 OTF에선 주식 거래가 제외되지만 운영 방식이 경쟁 매매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운영자가 특정 매수의향자와 매도자를 찾아 연결해주는 것도 가능한 것이다.
기존의 MTF는 정해진 거래(비재량적) 방식만 사용할 수 있어 장외 파생상품이나 채권처럼 유동성이 낮은 상품을 경쟁 매매하기란 쉽지 않은 구조였다. 이에 유럽에선 재량적인 매매 방식을 허용하는 거래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OTF를 새로 도입하게 된 것으로 전해진다.
유럽연합(EU)은 2022년 기준 정규거래소(128개)와 대체거래소에 해당하는 152개의 MTF와 30개의 OTF가 경쟁하고 있다. MTF와 OTF는 주식거래와 채권거래에서 각각 34%, 28%의 비중을 차지한다.
EU 주식 거래의 경우 정규거래소의 2022년 연간 거래대금 비중이 37%로 여전히 가장 높지만 MTF(34%) 등 대체거래소와 기타 플랫폼의 비중도 높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반면, 채권 거래에 있어선 MTF, OTF가 각각 20%, 8%의 비중을 차지해 정규거래소(7%)의 역할은 제한적이라고 한 선임연구원은 밝혔다.
한편, 일본은 정규거래소와 일부 ATS로 시장 구조가 구성돼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와 비교적 유사하다. 다만 우리보다 거래대상 종목이 많고 ATS 법인을 설립하는 것도 훨씬 쉬운 편이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이 올해 6월 발표한 복수거래시장 도입의 초기 성과와 개선 과제에 관한 자료를 보면 일본의 ATS는 2000년대 초 설립된 이후 10년 이상 정체기를 겪었다. 그러다 최근에서야 재팬넥스트(Japannext) 등 3개 ATS가 합산, 9.8%(올 4월 기준)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한 상황이다. 호주 또한 ATS(Cboe Australia)를 설립해 경쟁체제로 들어선 이후 점유율이 서서히 확대되고 있으며 올 3월 기준 9.5%를 달성했다. 장외거래까지 포함하면 시장점유율은 18.8%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영국과 호주, 캐나다의 증권거래소는 거래소란 이름을 달고 있어도 이미 ATS처럼 운영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해외 ATS 현황과 관련해 “경쟁을 통해 시스템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거래비용이 줄었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강조했다.
노성우 기자 sungcow@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