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선 승리에 기여한 우익 활동가 찰리 커크를 총격 살해한 용의자가 체포됐다. 용의자는 커크에 대한 반대 견해를 밝혀온 것으로 전해졌으며, 한때 우수한 성적으로 유타주립대학에 장학금을 받고 입학했던 것으로 확인돼 범행 동기에 관심이 쏠린다.
사건이 발생한 유타주 당국과 연방수사국(FBI)은 12일 기자회견에서 용의자인 22세 남성 타일러 로빈슨(유타주 거주)을 체포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수사당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한 AP통신에 따르면 로빈슨의 아버지는 당국이 공개한 용의자 수배 사진에서 아들을 알아보고 자수를 권유했으며, 로빈슨은 처음에는 거부했다가 그의 아버지가 도움을 요청한 목사의 설득 등에 마음을 바꿨다.
공화당 소속인 유타 주지사 스펜서 콕스는 기자회견에서 로빈슨의 가족이 그에 대해 “최근 몇 년간 정치적 성향이 강해졌다. 특히 커크를 향해 맹비난을 퍼부었다”고 진술한 내용을 전했다.
또 콕스 주지사의 발표에 따르면 로빈슨의 가족은 이번 사건 전에 로빈슨이 가족과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커크의 단체가 주최하는 유타밸리대 행사를 언급했다고 수사관들에게 진술했다.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탄피에는 “어이, 파시스트. (총알을) 잡아봐(hey fascist. catch)”라는 문구와, “당신이 이걸 읽으면 당신은 게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고 콕스 지사는 전했다. 정치적 좌파들에게 인기 있는 이탈리아 노래 제목인 ‘벨라 치아오(Bella ciao)’도 새겨져 있었다.
로빈슨은 커크의 도발적인 견해에 깊은 경멸을 품고 있었다고 수사당국 관계자들은 전했으나, 구체적인 범행 동기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CNN 방송은 공개 기록과 소셜미디어 게시물 등을 토대로 로빈슨이 우수한 고등학교 학업 성적으로 유타주립대학에 장학금을 받고 입학했다가 한 학기 만에 중퇴했다고 전했다. 그의 어머니가 페이스북에 게시한 영상에는 그가 장학금 수여 통지서를 읽는 모습이 담겨 있다.
또 2020년 8월 그의 어머니가 올린 게시물에는 대학 입학시 제출한 그의 ACT(대학입학시험) 점수가 36점 만점에 34점으로 돼 있는데, 이는 전체 응시자의 상위 1%에 해당하는 점수라고 USA투데이는 전했다.
유권자 등록 기록에 따르면 로빈슨은 어느 정당에도 소속되지 않은 무소속 유권자로 등록돼 있으나, 근래 있었던 최소 두 차례 선거에서 투표하지 않아 비활동 유권자로 분류돼 있다고 CNN은 전했다.
로빈슨은 지난 10일 낮 유타주 유타밸리대학 캠퍼스에서 우익 단체 ‘터닝포인트 USA’ 주최 토론회에 참석한 이 단체 대표 커크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로빈슨은 행사장에서 약 180m 떨어진 건물 옥상에서 고성능 소총으로 단 한 발만 발사해 커크를 살해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암살된 커크는 터닝포인트 USA의 창립자로 미 청년층의 대표적인 친트럼프 활동가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에 출연해 커크 암살 용의자 체포 사실을 알리면서 “나는 그(용의자)가 사형 선고를 받기를 바란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