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체불 엄벌 경고했지만... 실제 사법처리는 4건 중 1건뿐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들이 최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앞에서 임금체불 근절 한국노총 전국캠페인 선포식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임금체불 기업을 엄벌해야 한다. 중대범죄라고 생각해야 한다.(이재명 대통령)”

 “임금체불은 노동자와 그 가족의 삶을 위협하는 임금 절도다.(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이재명 대통령과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최근 임금체불의 심각성을 이같이 강조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임금체불 기업에 대한 엄벌 기조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실제 올해 발생한 임금체불 중 사법처리된 사건은 4건 중 1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이 노동부로부터 받은 ‘임금체불 사건 처벌 현황 등’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임금체불 신고사건 중 기소, 불기소 등으로 처분이 된 비율인 사법처리율은 24.2%에 그쳤다. 연도별로 보면 사법처리율은 2020년 30.4%, 2021년 29.7%, 2022년 25.4%, 2023년 22.6%, 지난해 20.8%로 오히려 감소 추세다. 올해 7월 기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건 사건은 전체의 22.5%에 불과하다.

 

 이처럼 임금체불 사건의 사법처리율이 저조한 건 노동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사업주를 처벌하지 않는 ‘반의사불벌’ 조항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의사불벌 조항은 처벌되기 전에 밀린 임금을 빠르게 청산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현장에선 사업주가 밀린 임금 일부를 줄 테니 노동자에게 처벌 불원서를 써달라고 악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임금체불은 올해 7월까지 11만5471건 발생했다. 이중 노동자가 처벌 불원서를 제출해 반의사불벌로 종결된 사건은 4만7378건(41.0%)이다.

 

 또 현행 근로기준법은 임금체불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적발돼도 대부분 체불액의 일부에 해당하는 벌금형에 처하는 경우가 많아 사업주가 다시 체불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노동부 집계에 따르면 올해 17만3000여명의 노동자가 1조3421억원의 임금을 제때 받지 못했다. 최근 3년 이내에 임금체불을 2차례 이상 반복해 기소 의견으로 송치된 사업장은 5531곳이다. 근로감독관의 지도 처리로 해결된 사업장은 4만4485곳으로 집계됐다.

 

 정부가 노동자에게 체불된 임금을 대신 지급하는 대지급금은 매년 늘고 있지만 이를 사업주로부터 회수하는 비율은 해마다 떨어지고 있다. 대지급금 지급액은 올해 7월까지 4144억원이다. 지급액은 2020년 5797억원, 2021년 5466억원, 2022년 5369억원, 2023년 6869억원, 지난해 7242억원으로 매해 증가하는 추세다.

 

 반면 정부가 사업주에게 청구해 돌려받는 대지급금 누적 회수율은 누적 회수율은 2020년 32.8%, 2021년 32.2%, 2022년 31.9%, 2023년 30.9%, 지난해 30.0%, 올해 29.7%(7월 기준)로 매년 감소하고 있다.

 

 김위상 의원은 “그간 여러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임금체불이 근절되기는커녕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면서 “대지급금 회수 국세 체납처분 절차 준용 등 임금체불을 근절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기”라고 지적했다.

 

 노동부는 올해 하반기 임금체불 근절에 집중할 방침이다. 김영훈 장관은 최근 전국 기관장 회의에서 “임금체불은 일하는 사람들의 소비 여력을 떨어트려 동네 상권과 자영업자의 매출을 급감시키는 ‘사회적 범죄’”라며 “남은 4개월간 근로감독은 임금체불 근절에 모든 자원과 에너지를 집중해달라”고 강조했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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