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한미 관세 협상의 후속 협의를 위해 미국을 방문했으나 가시적인 성과 없이 귀국했다.
김 장관은 1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면서 기자들의 협의 관련 질문에 “양자 간 협의가 진행 중인 상황”이라고만 답했다. 협의 진전 여부나 구체적인 성과에 대해서는 말을 아껴 사실상 빈손 귀국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 장관은 전날 뉴욕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과 회동했다. 회동에서는 한국이 약속한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방안과 투자 구조, 이익 배분 방식 등이 집중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회담 이후 양측은 협의 결과를 공식적으로 내놓지 않았다.
지난 7월 한미는 관세 협상을 통해 미국이 한국산 제품에 부과하기로 한 25%의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대신 한국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데 합의했다. 이후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큰 틀의 합의가 재확인했지만 세부 협의는 여전히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다.
특히 투자 방식과 관련해 한국은 직접 투자 부담을 줄이고 보증 등을 활용하는 방안을 선호하고 있으나 미국은 한국 정부의 직접 투자 비중 확대를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 대상 선정에서도 미국이 정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개별 기업의 사업성 검토를 거쳐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이익 배분 문제에서도 양측의 이견은 크다. 미국은 일본과 합의한 방식을 지렛대 삼아 투자금 회수 전까지 수익은 절반, 회수 후에는 90%를 미국이 가져가겠다고 고집하고 있다. 한국은 이를 비합리적이라며 거부 의사를 밝힌 상태다.
미국은 농산물·디지털 분야에서 비관세 장벽 철폐를 요구하는 반면 한국은 조선 산업 협력 등을 내세워 대응하고 있다. 여기에 김 장관은 최근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이민 단속으로 한국인 근로자 330명이 체포·구금됐던 사건과 관련해 비자 개선을 요구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압박이 갈수록 거세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우리 측이 전략적 카드 없이 협상에 임한다면 불리한 조건을 수용할 위험이 크다”고 우려했다.
국내 산업계와 국민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이번 협상이 관세 문제로 직결되는 만큼 수출 기업들의 생존과 경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향후 정부가 어떤 전략으로 협상을 마무리할지 주목된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