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다가오고 있지만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며 밤잠 설치는 이들이 여전히 많다. 한낮의 열기가 식지 않은 채 이어지는 밤, 눅눅한 공기와 높은 온도는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기 쉽다. 이런 기후 속에서 반복적으로 잠에 들기 어려워지거나 수면 중 자주 깨는 일이 생긴다면, 불면증과 같은 수면 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날씨가 시원해지면 자연스럽게 나아질 것이라 여겨 방치했던 증상이 만성적인 수면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여름철 불면증은 주로 체온 조절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 수면은 체온이 서서히 떨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유도되는데, 한밤에도 기온이 높고 습한 날씨는 이 과정을 방해한다. 덥고 끈적한 환경에서는 깊은 잠에 들기 어려워지고, 얕은 수면만 반복되기 쉽다.
실내 온도를 낮추기 위해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장시간 사용하는 것도 문제다. 호흡기 불편을 유발하거나 신체 리듬에 혼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늦은 귀가, 잦은 야외활동, 불규칙한 취침 시간 같은 생활 패턴 변화까지 겹치면 수면의 질은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수면 환경이 반복적으로 흐트러지면, 불면은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라 지속적인 상태로 굳어질 수 있다.

동탄 코즈이비인후과 류재영 대표원장에 따르면 불면이 1개월 이상 이어질 경우, 단순히 계절적 불편함이 원인이 아닐 수 있다. 이때는 수면무호흡증, 주기성 사지운동장애, 하지불안증후군, 우울증처럼 다른 수면 질환이나 정신건강 문제가 숨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지 않고 수면제에 의존하게 되면, 오히려 상태가 악화되거나 만성화될 위험도 있다.
류재영 대표원장은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수면다원검사다. 이 검사는 수면 중 뇌파, 호흡, 근육 움직임, 심장 박동, 산소포화도 등 다양한 생체 신호를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정밀 진단법”이라고 말한다.
단순히 잠을 잘 자는지 못 자는지를 넘어서, 수면 중 어떤 생리적 문제가 발생하는지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게 류 대표원장의 설명이다.
그는 “가령 수면 중 무호흡이 반복된다면 호흡장애 지수(RDI)를 통해 그 심각도를 수치화할 수 있고, 다리의 주기적인 움직임이 수면을 방해한다면 주기성 사지운동장애 여부도 함께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면장애는 겉보기에는 단순한 불면증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지만, 그 이면을 살펴보면 다양한 질환이 자리 잡고 있다. 따라서 정확한 진단이 먼저 이루어져야 효과적인 치료 방향을 설정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불면이라는 증상만 보고 스스로 판단하거나 단순히 수면제에 의존하지 않는 것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은 비슷할 수 있어도 실제 원인은 사람마다 전혀 다를 수 있다. 따라서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채 증상만 억제하려 들면, 오히려 문제를 더 키울 수 있다.
류재영 대표원장은 “수면이 반복적으로 방해되면 면역력이 떨어지고, 감정 기복이나 기억력 저하, 집중력 문제는 물론 장기적으로는 고혈압 같은 만성 질환의 위험까지 높아질 수 있다” 고 말했다. 이어 “특히 불면이 장기간 지속되면 우울증이나 불안장애와 같은 정신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 절대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