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장관 이어 통상교섭본부장도 방미…관세 협상 돌파구 찾을까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주한중남미대사단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제공

 

한미 관세 협상 실무 협의가 계속 이어지고 있지만 미국의 무리한 요구로 합의에 이르기까지는 여전히 난망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이어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을 방문해 릴레이 협상을 진행한다.

 

15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날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후속 협의를 위해 워싱턴 DC로 출국했다. 여 본부장은 미국 무역대표부(USTR) 제이미슨 그리어 대표 등 미 통상 당국 관계자들을 만나 관세 협상 세부 쟁점에 대한 협의를 이어간다. 앞서 김정관 산업부 장관이 지난 12일 미국 뉴욕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과 협의 후 귀국한 지 하루 만에 또 다른 고위급 인사가 방미길에 나서는 셈이다.

 

여 본부장은 출국 전 “국익에 부합하고 합리적인 협상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김 장관에 이어 연이은 방미길에 대해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전방위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대통령실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최근 협상에서 통화·금융 협력 카드를 꺼내 들었다. 특히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가능성을 언급하며, 경제 전반의 신뢰를 높이고 양국 간 협력의 폭을 넓히자는 메시지를 미국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통화스와프가 단순 금융 협력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경제·외교적 협상 지렛대로 활용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미는 지난 7월 30일 타결한 관세 협상에서 미국이 예고한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고 한국이 총 3500억 달러(약 486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시행하는 등의 내용에 합의했으나 구체적인 협의는 아직 마무리하지 못한 상태다. 정부는 이번 협상을 통해 미국 측을 설득해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여 본부장은 한국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와 고용 창출 효과를 강조하며 관세 완화가 양국 모두에게 실익이 된다는 점을 부각할 방침이다. 또 미 의회와 산업 단체 관계자들과 접촉해 정치적 지지를 확보하는 전략도 병행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김 장관의 방문이 큰 틀의 의견 교환이었다면 이번 협상은 보다 구체적인 수치와 세부 조건을 다루게 될 것”이라며 “관세율 조정뿐 아니라 양국의 미래 산업 협력 확대 방안까지 함께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협상 전망은 낙관하기 어렵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보호무역 기조를 강화하고 있으며 자국 내 제조업과 일자리 확대를 위해 관세 완화를 쉽게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나마 최근 중국산 제품 규제 강화로 한국산 제품이 대체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공략하면 설득력을 높일 수 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미국 내 투자 계획과 고용 효과를 수치로 명확히 제시해 설득력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 무역 전문가는 “이번 협상이 성과를 내지 못하면 한국 기업들은 수출 전략과 투자 계획을 다시 조정해야 할 수 있다”며 “정부가 실리 중심의 전략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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