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관세 등 복합위기 돌파를 위해 향후 5년간 77조3000억원을 투자한다고 18일 밝혔다.
현대차는 18일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더 셰드에서 글로벌 투자자, 애널리스트, 신용평가사 등을 대상으로 '2025 CEO 인베스터 데이'를 열고 중장기 전략과 재무 계획을 발표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현대차가 다시 한번 불확실성의 시기를 다시 마주했다"며 "글로벌 판매량 확대, 생산 거점 확보, 다각화된 포트폴리오 등으로 변화를 주도하는 미래 모빌리티 회사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먼저 현대차는 2026∼2030년 5개년간 77조3000억원을 투자하고, 2030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률 8∼9%를 달성한다는 중장기 재무 전략을 발표했다. 지난해 제시했던 70조3000억원보다 7조원 늘어난 중장기 투자 금액이다.
투자 분야는 연구개발(R&D) 30조9000억원, 설비 38조3000억원, 전략 8조1000억원 등이다. 현대차는 관세 등 변수를 고려해 올해 초 제시했던 '2025년 연결 기준 연간 가이던스'의 수치는 다소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전년 대비 연결 매출액 성장률 목표는 올해 초 제시한 3.0∼4.0%에서 5.0∼6.0%로 2%포인트 상향했다. 연결 부문 영업이익률 목표는 관세 영향을 반영해 기존 7.0∼8.0% 대비 1%포인트 하향한 6.0∼7.0%로 설정했다. 올해 투자 계획도 16조9000억원에서 16조1000억원으로 8천억원 줄었다.
현대차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투자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현대차의 미국 투자 금액은 2025∼2028년 기존 11조6000억원(88억 달러)에서 15조3000억원(116억 달러)으로 3조7000억원(28억 달러) 늘어난다. 이는 현지 생산 확대 및 로보틱스 생태계 구축 등을 위해 올해부터 4년간 미국에 260억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의 일환이다.
아울러 현대차는 투자에 기반해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주행거리 확장형 전기차(EREV), 수소차 등의 친환경차 라인업을 대폭 강화한다.
먼저 전기차 캐즘 속 부상하고 있는 하이브리드차 라인업을 2030년까지 현재의 2배인 18개 이상으로 확대한다. 라인업은 엔트리부터 중형, 대형, 럭셔리를 모두 포함한다.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가 내년 후륜 기반이자 첫 하이브리드차를 출시하고, 엔트리 하이브리차 개발에도 나선다.또 올해 출시된 신형 팰리세이드에서부터 탑재된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확대 적용한다.
현대차는 지역 특성에 맞춘 신형 전기차를 유럽과 중국, 인도에서도 선보인다. 내년 유럽에선 소형 전기차 '아이오닉3'를 출시할 계획이다. 중국에서는 올해 준중형 전기 SUV '일렉시오'를, 내년에는 준중형 전기 세단을 내놓는다. 두 차종 모두 중국에서 생산된다. 2027년 인도 시장에서는 경형급 전기 SUV를 선보일 계획이다.
또 현대차는 비용은 낮추면서도 에너지밀도, 안전 성능 등은 개선된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 개발에도 박차를 가한다. 지난해 CEO 인베스터 데이를 통해 처음 전략이 공개된 주행 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가 대표적으로, 해당 차량은 2027년 출시될 예정이다. 현대차는 전기차 대비 55% 작은 용량의 배터리를 탑재해 EREV를 합리적인 가격에 선보일 계획이다.
현대차는 내연기관과 동등한 수준의 주행 성능과 내구성을 갖춘 차세대 수소전기차도 개발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친환경차 라인업 강화로 2030년에는 총 555만대를 글로벌 시장에 판매할 계획이다. 이는 올해 417만대와 비교해 33% 늘어난 수치로, 지난해 밝혔던 판매 목표와 동일하다. 또 친환경차 판매량을 2030년 330만대(2025년 100만대)까지 끌어올려 친환경차 비중도 현재 25%에서 60%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 특히 최대시장인 북미에서 친환경차 판매 비중을 올해 30%에서 2030년 77%로 늘릴 방침이다. 현대차는 올해보다 증가한 판매목표 달성을 위해 2030년까지 생산능력을 120만대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