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논의가 시작부터 파열음을 냈다. 첫 회의에서 위원장 선출을 둘러싼 갈등이 표면화되며 향후 심의 과정도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저임금위원회는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차 전원회의를 열고 2027년 적용 최저임금 심의 절차에 착수했다. 위원회는 근로자·사용자·공익위원 각 9명씩 총 27명으로 구성된다.
이날 회의에서는 공익위원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가 신임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권 위원장은 2019년부터 공익위원으로 활동해 온 인물이다. 권 위원장은 “최저임금 결정은 저임금 근로자의 생활 안정과 노동 가치 보호,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의 지불능력, 고용 여건, 우리 경제 전반의 지속 가능성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는 중요한 책무”라며 “밀도 있는 심의를 통해 합리적 수준에서 최저임금이 결정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위원들에게 당부했다.
그러나 위원장 선출 과정에서 노동계 내부 반발이 표출됐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소속 근로자위원들은 선출에 반대 의사를 밝히고 회의 도중 퇴장했다. 이들은 권 위원장의 과거 활동을 문제 삼으며 공정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회의에서는 고용노동부 장관이 제출한 ‘2027년 적용 최저임금 심의요청서’도 접수됐다. 아울러 ‘비혼 단신근로자 실태생계비 분석’ 등 기초자료는 전문위원회로 넘겨져 사전 검토에 들어간다.
향후 위원회는 여러 차례 전원회의를 거쳐 최저임금 결정 단위, 업종별 구분 적용 여부, 도급제 노동자 적용 범위, 인상 수준 등을 단계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다. 특히 도급제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여부는 이번 심의에서 처음 다뤄지는 의제다.
법정 심의 기한은 요청일로부터 90일 이내인 6월 말까지지만, 통상 논의가 길어지면서 7월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노사 간 입장 차도 뚜렷하다. 노동계는 높은 물가 상승을 반영한 인상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경영계는 영세 사업자의 부담을 이유로 동결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다만 양측 모두 아직 공식적인 최초 요구안을 확정하지는 않은 상태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회의에서 플랫폼·프리랜서·특수고용 노동자 등 사각지대 해소 필요성을 강조하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반면 사용자 측은 경기 둔화와 비용 부담을 고려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일부 중소기업계 인사는 자영업 폐업 증가 등을 언급하며 업종별 차등 적용 논의의 필요성을 재차 제기했다.
다음 달에는 전문위원회 심사와 현장 의견 수렴 절차가 예정돼 있으며, 제2차 전원회의는 다음 달 26일 열릴 예정이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