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년 동안 법인세수는 50조원에서 100조원 사이를 오가며 오르내림을 반복했다. 코로나19 등 특수 요인이 영향을 미친 적도 있지만 대부분 반도체 사이클에 따라 법인세가 증가하거나 줄었다. 세수 구조에서 반도체 산업 의존도가 절대적이란 얘기다.
국내 반도체 ‘투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역대 최고급 실적을 기록하면서 정부의 법인세 징수액도 많이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두 기업 합산 영업이익 전망치가 500조원까지 제시되면서 2022년에 이어 100조원 초중반에 이르는 법인세가 걷힐 거란 전망도 제기된다.
◆반도체 투톱 역대급 호실적…“공급자 우위 시장 지속”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 57조2000억원(잠정)을 기록했다고 지난 7일 공시했다. 지난해 동기 대비 755% 증가한 수준으로 전 분기에 기록한 사상 최대 실적(20조737억원)보다도 약 2.4배나 많다. 실적 발표를 앞두고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규모를 50조원 초중반대까지 상향 조정한 증권사도 있었지만 실제 삼성전자의 실적은 이를 크게 웃돌았다. SK하이닉스 역시 역대 영업이익을 갈아치웠다. 이 회사는 지난 23일 공시를 통해 올해 1분기 영업이익 37조6103억원을 시현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 규모가 405.5% 급증했다.
하이퍼 스케일러의 천문학적인 AI 투자로 반도체 시장에서 ‘공급자 우위’ 시장이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앞으로 두 회사의 영업이익은 더욱 늘어날 것이 확실시된다. 김기태 HBM 세일즈앤마케팅 담당은 지난 23일 진행된 올 1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향후 3년 동안 고객들이 SK하이닉스에 요청하는 수요는 이미 당사 공급 캐파(생산 능력)를 훨씬 상회하는 수준”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증권가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 규모를 각각 300조원, 200조원 수준까지 높여 잡기도 했다.
◆‘삼전닉스’만으로 법인세 125조 전망도
반도체 산업의 초호황은 법인세 세수 확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법인세 납부액(별도 기준)은 2조8427억원으로 전년 대비 167.4% 늘었다.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1900.4% 급증한 5조3467억원의 법인세를 낸 바 있다. 두 회사의 합산 납부액은 8조4707억원이다. 두 회사의 법인세가 늘면서 지난해 법인세 징수액은 84조600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35.3% 증가 전환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위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컨센서스가 상향조정되고 있는 만큼 두 회사의 영업이익은 더 높아질 수 있으며 이에 따라 법인세 규모도 증가할 것”이라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해 각각 300조원 및 200조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다면 두 회사에서 발생하는 2027년 법인세는 각각 74조9000억원, 49조9000억원이 발생해 총 125조원 수준에 이르게 된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지난달 추가경정예산 편성 때 올해 법인세 수입 예상치를 101조3000억원으로 잡았는데 이를 훨씬 상회하는 규모다. 현지 법인이 현지 세무당국에 납부한 세금을 빼고 계산한다는 점과 자산 총액 5조원을 넘는 대기업집단 소속 기업엔 상반기 실적을 기준으로 8월 중간예납이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내년엔 사상 최대 수준의 법인세가 걷히게 되는 셈이다.
그간 정부의 법인세 징수액은 반도체 업황에 따라 등락을 보였다. 2021년 반도체 슈퍼사이클 당시 정부가 2022년 거둔 법인세는 103조6000억원으로 사상 첫 100조원을 넘어선 바 있다. 하지만 뒤이은 반도체 불황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영이 악화하자 2023년과 2024년 정부의 법인세 징수액은 각각 80조4000억원과 62조50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전체 국세서 법인세 비중도 큰 폭 커질 듯
반도체 호황에 따라 법인세 수입이 전체 국세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재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달 내놓은 ‘2026년 대한민국조세’ 보고서에 따르면 법인세 수입이 전체 국세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26.2%까지 상승했다가 2024년 18.6%까지 하락했다. 이후 지난해 들어 22.6%로 반등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이에 대해 “코로나19 이후 중동지역 등의 분쟁, 보호무역 기조 확산 등으로 대외경제의 불확실성이 확대됨에 따라 반도체 등 수출 비중이 큰 주요 업종을 중심으로 법인 영업실적의 변동성이 확대된 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