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파업, '구조적 비용' 초래 치명적…노사, 협력적 균형 찾아야"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 안민포럼 발표

지난 23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사업장 앞에서 열린 투쟁결의대회에서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삼성전자 노동조합의 대규모 총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당장 눈에 보이는 ‘가시적 비용’은 평택 공장 생산량의 절반이 타격을 입는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하지만 경제학적 관점에서 신뢰 자산의 소멸, 기회비용의 상실, 코리아 디스카운트 심화 등 파업이 초래할 보이지 않는 비용은 진정으로 경계해야 할 대목입니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안민정책포럼에서 '삼성전자 노조 파업의 파급효과'를 주제로 발표하면서 "(삼성전자 노조 파업 사안은)  당장 장부에 기록될 생산 차질액보다 훨씬 더 깊고 치명적인 ‘구조적 비용’을 발생시키는 과정"이라면서 이렇게 분석했다. 1996년 공동체 자유주의의 기치를 내걸고 창립된 안민포럼은 좌우를 아우르는 통합형 정책 제시를 표방한다. 유일호 전 경제부총리가 이사장을 맡고 있다.

 

 삼성전자 초기업노조는 지난 23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약 4만명이 참여한 가운데 대규모 투쟁 결의대회를 열었다. 삼성전자 노조는 영업이익의 15% 성과급 재원으로 마련하고, 성과급 상한을 폐지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는 사측이 자신들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다음달 21일부터 6월 7일까지 총파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송 교수는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 예고와 이를 둘러싼 갈등은 단순히 한 민간 기업의 노사 분규를 넘어, 대한민국 경제의 핵심 동력인 반도체 산업의 생존과 회복탄력성을 시험하는 중대한 거시경제적 사건"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장부에 기록될 생산 차질액보다 훨씬 더 깊고 치명적인 구조적 비용이 발생될 거라는 점을 우려했다.

 

 송 교수는 우선 삼성전자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할 경우 '신뢰 자산'이 소멸될 거라고 분석했다. 그는 "반도체 산업, 특히 파운드리와 고성능 메모리 시장에서 고객사가 공급업체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가격이 아니라 ‘신뢰와 안정성'"이라면서 "파업으로 인해 생산라인이 멈추고 공급 불확실성이 커지면, 고객사들은 즉각적으로 리스크 분산을 위해 TSMC 등 대체 공급선을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는 단순히 물량의 이동을 넘어, 삼성이 지난 수십 년간 쌓아온 ‘적기 공급’의 명성에 치명적인 균열을 내는 행위라는 게 송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경제학의 ‘이력현상’과 ‘전환비용’에 따른 영구적 시장 상실 가능성도 제기했다. 송 교수는 "반도체 고객사가 공급업체를 바꾸는 데는 엄청난 시스템 구축 비용과 공정 검증 시간이 소요되지만, 일단 한 번 전환을 완료하고 나면 파업이 종료돼 생산을 정상화하더라도 고객이 다시 돌아올 유인은 매우 낮아진다"고 꼬집었다.

 

 이 밖에 송 교수는 파업리스크 관리 과정에서 연구개발(R&D) 및 차세대 공정 투자가 뒤처질 수 있다고 봤다. 또 극심한 노사 갈등은 핵심 엔지니어들의 소속감을 저하시키고, 이는 결국 글로벌 경쟁사로의 인재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심화될 수 있다는 점도 삼성전자 총파업이 발생시킬 비용이라고 진단했다.

 

 송 교수는 이번 사태를 해결하려면 투명하고 합리적인 지배구조 혁신이 절실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성과급 산정 기준의 객관화 및 정례화 ▲구간형 성과공유제 도입 ▲독립 중재·검증위원회 상설화 ▲노사 공동 투자위원회 운영 ▲공급망 연속성 계획(BCP) 수립 ▲쿨링오프 및 신속조정 절차 등을 통해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면서 "노사 양측은 투명한 정보 공유와 합리적인 지배구조를 바탕으로 한 ‘협력적 균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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