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파업’ 목전… 법원이 판단한 ‘마지노선’ 어디까지?

-인천지법 “생산과 부패방지 구별해야”… 막바지 작업만 ‘파업 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 22일 인천 연수구 삼성바이오로직스 송도 사업장 앞에서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며 투쟁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 22일 인천 연수구 삼성바이오로직스 송도 사업장 앞에서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며 투쟁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국내를 대표하는 바이오 기업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창사 첫 파업이 목전인 가운데 법원이 ‘파업의 선’을 제시해 업계 전체가 주목하고 있다. 연속 공정이 핵심인 바이오 업계에서 파업의 마지노선은 쟁점거리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노조 격인 삼성기업 초기업 노동조합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지부는 다음달 1일부터 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힌 바 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인천지법 민사합의21부(유아람 부장판사)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낸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만 받아들였다. 바이오 사업장의 파업 한계에 대한 법적 기준이 제시됐다는 점에서 당사자를 넘어 업계 전체가 큰 관심이다.

 

 앞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사는 지난 9일 법정에서 날선 공방을 벌였다. 사측이 노조를 상대로 낸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신청의 심문기일에서 사측은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정의 특수성을 강조하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 38조 2항을 근거로 최소한의 배양·정제 공정은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측에 따르면 배양·정제 공정이 단 하루라도 멈추면 단백질과 항체가 변질돼 전량 폐기해야 하며, 현재 하루 작업하는 배치가 100여 개에 달해 최소한의 공정까지 멈추면 하루에 최소 6400억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한다.

 

 이에 노조 측은 헌법이 보장한 단체행동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사측 주장대로라면 배양·정제 공정의 노동자들은 사실상 파업에 참여할 수 없다는 것. 사측이 주장한 손실 규모도 잘못됐다고 덧붙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 4공장 전경. 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삼성바이오로직스 4공장 전경. 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그 뒤 재판부는 지난 23일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하면서 사측이 파업 중에도 계속돼야 한다며 가처분을 신청한 9개 공정 중 마지막 단계인 3개 공정만 파업 때도 지속되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기존의 상태를 유지·보존한다는 ‘방지’의 뜻을 엄격하게 해석하면서, 적극적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생산 활동’과 선을 그은 것이다.

 

 법원은 파업이 끝난 뒤에도 중단된 작업을 즉시 재개할 수 있도록 물적 생산 수단을 파업 이전의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작업은 계속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파업 제한을 할 수 있는 작업의 핵심 조건으로 ‘약간의 추가 작업만으로 원료·제품 폐기를 방지할 수 있는 공정’을 제시했다.

 

 의약품 물질 생성이 실질적으로 끝난 상태에서 이를 유지·보관에 적합한 형태로 조절하는 마무리 작업에만 파업 제한을 명령할 수 있다는 취지다.

 

 아울러 재판부는 사측이 노조의 파업 제한 위반에 대비해 신청한 ‘간접강제(위반 행위 1회당 1억원 지급)’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이 파업 제한 작업을 명확히 지정한 이상 노조가 형사처벌 위험까지 감수하면서 가처분 결정을 위반할 것이라는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다.

 

 이 같은 법원의 판단에 노조는 파업과 관련해 큰 제약이 없다고 보고 사측이 전향적인 안을 제시하지 않는 한 파업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사측이 즉각 항고를 했지만 항고 이후에도 가처분 결정의 효력은 원칙적으로 유지되는 만큼 예정대로 파업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사는 지난해 12월 상견례를 시작으로 지난달까지 13차례 교섭을 이어왔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노조는 지난달 말 쟁의행위(파업)를 위한 찬반 투표를 진행한 결과 투표 권한이 있는 선거인 3678명 중 95.38%가 참여해 이 가운데 95.52%가 찬성표를 던지며 쟁의권을 확보했다.

 

 노조는 평균 14% 임금 인상과 1인당 격려금 3000만원, 영업이익 20% 성과급 배당, 3년간 자사주 배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가 주요 경영 및 인사권을 행사할 때 노조의 사전 동의를 받는 조건도 제시했다. 반면 사측은 임금 인상률 6.2% 등을 고수하고 있다.

 

 한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5808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35%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매출은 1조2571억원으로 25.8% 성장했고, 순이익은 4692억원으로 41.6% 늘었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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