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인공지능(AI) 경쟁에서 한국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본, 에너지, GPU, 메모리 등 핵심 병목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구축과 함께 일본과의 경제협력 확대도 장기 전략의 하나로 제시했다.
최 회장은 28일 국회에서 열린 ‘미·중 AI 기술 패권 속 대한민국 성장전략’ 강연에서 “유능한 AI를 만드는 데는 메모리를 기하급수적으로 많이 쓰게 된다”며 AI 산업의 핵심 제약 요인을 설명했다. 이날 강연은 한중의원연맹 회장인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주최로 열렸다.
최 회장은 AI 산업의 성장이 반도체와 에너지 산업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모든 것이 메모리의 문제로 다뤄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돈을 많이 버는 문제로 들어왔다”며 “AI가 발전해 컴퓨팅 파워를 늘려야 하니 에너지 쪽 기업의 주식값도 오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I 성장의 병목으로 자본, 에너지, GPU, 메모리를 꼽았다. AI 모델 고도화에 따라 데이터센터와 연산 인프라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전력망과 투자 여력, 핵심 반도체 공급이 충분하지 않으면 성장 속도가 제한될 수 있다는 취지다.
최 회장은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확충을 대응 방안으로 제시하면서도, 단일 전략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봤다. 그는 “이 전략이 통하지 않을 수 있으니 최소한 백업으로라도 다른 옵션을 갖고 있어야 한다”며 일본과의 ‘경제 통합’ 구상을 언급했다.
최 회장은 한국 경제 규모가 현재 중국의 10분의 1 수준에 그친다는 점을 들어, 일본과의 협력 등을 통해 미국이나 중국에 일정한 영향을 줄 수 있는 규모로 경제권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과 아예 경제통합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연합(EU)을 사례로 들며 “일본과 경제 규모가 합쳐지면 중국의 3분의 1 정도가 된다”며 “중국을 빼고 6조 달러 규모를 갖게 되면 다른 나라들이 우리 경제권에 편입되길 원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아시아연합(AU)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최 회장은 이 같은 경제권 확대가 북한 개방과 대륙 연결 논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다만 일본과의 경제 통합에 대해 “그 자체가 당장 목적이라고 얘기하기는 시기상조”라며 현실적 논의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강연 이후 질의응답에서는 AI 인프라와 에너지 공급을 둘러싼 의원들의 제안도 이어졌다. 한일 경제협력의 시범 모델로 ‘7광구’를 검토할 수 있느냐는 질문도 나왔다. 최 회장은 “7광구에서 무엇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한국과 일본에서 쓰는 전체 양과 비교하면 굉장히 적은 양”이라면서도 “안 할 이유는 없다. 가능성만 있다면 충분히 검토해보겠다”고 했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