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간 성과급 잠정합의안을 두고 노·노(勞·勞) 갈등이 확산하는 가운데, 노조 조합원 찬반투표 첫날 투표율이 66%를 넘어섰다.
스마트폰·가전·TV 등 완제품 사업을 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직원들이 반도체 사업을 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과의 성과급 격차에 반발하며 부결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투표는 전날 오후 2시쯤 시작해 오는 27일 오전 10시까지 진행된다. 투표에 의결권이 있는 조합원 과반수가 참여해 과반이 찬성하면 잠정합의안은 최종 가결된다. 반대로 조합원 찬성이 과반에 미치지 못하면 부결돼 노사가 다시 협상해야 한다.
삼성전자 노조별 조합원 수는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초기업노조)가 7만850명으로 가장 많고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1만9053명, 삼성전자 노동조합 동행(동행노조) 1만2298명 등 총 10만2298명(중복 포함)이다.
부문별 직원 수로 보면 DS가 7만7300여명으로 DX의 5만1700여명을 앞선다. 투표권이 있는 노조원 수로 보면 초기업 5만7290명, 전삼노 8176명이다.
투표 시작 6시간여 만인 전날 오후 8시 25분 기준 초기업노조 투표율이 66.16%를 기록할 정도로 조합원들의 참여가 급속히 늘고 있다. 비슷한 시각 2대 노조인 전삼노는 69.15%로, 두 노조의 투표율이 모두 66%를 넘어섰다.
다만 이번 노사 합의가 DS 중심으로 치우쳤다며 DX 부문을 중심으로 부결 운동이 시작되는 등 반대 세력이 결집하고 있어 주목된다. DX 직원들은 지난 21일 DX 중심 노조인 전삼노와 동행노조에 대거 가입했다. 2600여명 수준이던 동행노조 가입자는 전날 오전 기준 1만2300여명으로 하루 만에 1만명 가까이 늘었다. 전삼노 가입자 수도 지난 20일 1만6000여명에서 21일 1만9000여명으로 증가했다.
이 가운데 최대 노조인 초기업노조는 동행노조에 “투표 권한이 있는 노조원은 공동교섭단에 참가한 초기업노조∙전삼노의 21일 오후 2시 조합원 명부를 기준으로 한다”고 통보했다. 잠정 합의안은 사측과 공동교섭단 간에 체결됐기 때문에 공동교섭단에 참여하지 않은 타 노조는 투표권이 없다는 설명이다. 동행노조는 초기업노조·전삼노와 함께 공동투쟁본부(공투본)를 꾸리고 사측과 협상을 진행해오고 있었으나 DX 부문 직원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다며 공투본을 탈퇴한 바 있다.
이러한 초기업노조의 투표 배제 결정과 무관하게 동행노조는 조합원을 대상으로 찬반투표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동행노조는 “초기업노조는 지난 20일과 21일 메일을 통해 ‘각 조합은 2026년 임금협약 잠정합의안 찬반 투표를 부탁드린다. 조합원 명부는 21일 오후 2시 명부 기준으로 일치 부탁드린다’고 알려왔다”며 “하루 만에 동행노조 조합원이 1만명이 증가하고 잠정합의안 투표에 대해 반대표를 던질 수 있는 조합원들이 늘어났기 때문에 갑자기 마음을 바꾼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 개월간의 줄다리기 끝에 지난 20일 삼성전자 노사가 도출한 합의안에는 반도체 사업을 하는 DS 부문에 사업성과의 10.5%를 재원으로 하는 ‘특별경영성과급’을 신설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따라 DS 부문 직원들은 특별경영성과급과 연봉의 최대 50%를 지급하는 초과이익성과급(OPI)을 함께 받게 된다. 반도체 실적을 이끄는 메모리 사업부는 최대 6억원,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사업부는 2억1000만원을 수령 가능하다.
이번 합의에서 DX 부문에는 600만원 상당의 자사주를 지급하기로 했다. DX 부문은 올해 실적 부진으로 OPI를 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