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삶의 질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중위권인 19위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주거와 교육 등 물적·지식적 기반은 세계 최상위권이었으나, 노동 환경과 사회적 관계망은 최하위권에 머물며 극심한 영역별 불균형을 드러냈다. 특히 곤경에 처했을 때 도움을 청할 곳이 없는 ‘사회적 지지 부족’ 지표는 조사 대상국 중 꼴찌를 기록했다.
10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보건복지 이슈앤포커스’에 따르면, 한국은 OECD의 개편된 ‘더 나은 삶 지수(Better Life Index·BLI)’에서 5.99점을 얻어 38개국 중 19위를 차지했다. 종합 1위는 노르웨이(7.31점)가 차지했으며 아이슬란드(7.30점), 스위스(7.18점)가 뒤를 이었다. 최하위는 멕시코(3.70점)였으며 콜롬비아(3.93점), 그리스(4.31점) 순이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양적·객관적 지표에서 압도적인 성과를 보였다. 영역별로는 주거가 1위, 지식과 기술이 2위에 올랐다. 세부적으로는 주거비 부담을 제외한 가구 처분가능소득 비율이 2위(84.83%),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수학 성적 기준 교육 분야 역시 상위권을 유지했다. 출생 시 기대수명(83.5년)도 5위로 높았다.
그러나 삶의 내실을 보여주는 주관적·질적 지표는 일제히 바닥을 쳤다. 사회적 연결(37위), 노동(36위), 주관적 웰빙(35위) 등 핵심 생활 영역이 모두 최하위권에 그쳤다.
특히 사회적 고립과 구조적 불평등 심화가 치명적인 약점으로 지목됐다. “어려울 때 의지할 사람이 없다”고 응답한 비율은 20.64%로 38위(최하위)를 기록했으며, 성별 임금 격차(여성 중위임금이 남성보다 28.95% 낮음) 역시 38위로 꼴찌였다. 주 50시간 이상 일하는 장시간 유급노동 비율은 34위(13.69%), 자살·급성알코올남용·약물과다복용에 따른 ‘절망사’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27.97명으로 31위에 머물렀다. 삶의 만족도 역시 6.5점으로 36위에 그쳤다.
이번 조사는 OECD가 단순 평균을 넘어 구성원 간 불평등과 박탈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소득 5분위 배율, 성별 임금 격차, 절망사 등 ‘격차·박탈 지표’를 대폭 강화해 개편한 지수를 적용한 결과다.
연구책임자인 정해식 연구위원은 “한국은 물적·지식적 조건이 최상위권임에도 불구하고 장시간 노동, 성별 격차, 사회적 지지 부족 등으로 인해 삶의 질 기반이 매우 취약하다”며 “사회적 고립과 절망사의 증가 등은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 위기의 신호인 만큼, 시대적 요구에 부합하는 새로운 사회 규범 마련과 실질적인 정책 전환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