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교묘해지는 보이스피싱과 스미싱에 인터넷전문은행들이 ‘금융사기 방어 서비스’를 잇달아 강화하고 있다. 과거 금융사기 대응이 돈이 빠져나간 뒤 이상거래를 잡아내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면, 최근에는 금융사기가 시작되는 문자 단계부터 실제 송금 직전까지 여러 단계에서 위험 신호를 포착하는 쪽으로 진화하는 모습이다. 인공지능(AI)이 수상한 문자 내용을 판별해주고, 평소와 다른 송금 패턴을 찾아 거래에 제동을 거는 식이다. 금융사기를 당한 뒤 일정 금액을 보상해주는 서비스도 있다.
인터넷은행들은 빠르고 간편한 송금을 무기로 고객을 끌어모았지만 이제는 ‘얼마나 빨리 보내느냐’ 못지않게 ‘수상한 돈을 얼마나 잘 막느냐’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모르는 번호로 전화나 문자가 왔다면 그 전에 은행 앱을 먼저 열어보는 것이 피해를 피하는 새로운 금융 습관이 될 수 있다.
◆카카오뱅크, 평소와 다른 ‘수상한 행동’ 찾아낸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고객의 연속된 행동을 분석하는 ‘시퀀스 기반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 모델’을 선보였다.
한 번의 송금만 놓고 정상인지 따지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앱에 접속한 뒤 어떤 행동을 이어갔는지를 시간 순서대로 살펴보는 방식이다. 평소와 다른 방식으로 앱에 접속하고 짧은 시간 안에 여러 행동을 한 뒤 거액을 송금하는 등 이상한 흐름이 나타날 경우 금융사기 가능성을 보다 빠르게 찾아낼 수 있다.
카카오뱅크는 하루 평균 1800만건 이상의 요청을 이 모델로 분석하고 있다. 앞으로는 계좌 간 돈의 흐름을 살피는 모델은 물론 상담 음성과 문자 내용 등을 함께 분석하는 AI 기술까지 적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수상한 문자 붙여넣으세요”…케이뱅크, 송금 전에 잡는다
케이뱅크는 아예 금융사기가 시작되는 ‘문자’ 단계에 방어선을 쳤다. ‘스미싱 문자 AI 판독’ 서비스를 이용하면 택배 배송, 모바일 청첩장, 과태료 안내 등 진짜인지 가짜인지 헷갈리는 문자를 AI에게 확인받을 수 있다.
방법도 어렵지 않다. 받은 문자 내용을 복사해 케이뱅크 앱의 ‘금융안심’ 메뉴에 붙여넣으면 AI가 내용을 분석해 스미싱 위험 여부를 알려준다. 수상한 인터넷주소를 무심코 누르기 전에 은행 앱에서 한 차례 확인할 수 있는 셈이다.
케이뱅크는 통신사의 AI 보이스피싱 탐지 정보도 FDS에 활용하고 있다. 보이스피싱으로 의심되는 통화가 이뤄진 뒤 고객이 송금을 시도하는 경우 위험 신호를 포착한다. 소액을 입금한 뒤 상대 계좌를 지급정지시키고 돈을 요구하는 이른바 ‘통장묶기’ 피해를 막기 위한 탐지 시스템도 운영하고 있다.
◆토스뱅크, 송금할 계좌 위험성 알려주고 피해 보상까지
토스뱅크는 거래 정보에 통신정보를 더해 금융사기를 걸러내고 있다. KCB의 통신사 인증 솔루션 ‘서패스(SurPASS)’를 도입해 비대면 금융거래 과정에서 나타나는 위험 신호를 기존 FDS와 함께 분석하고 있다.
돈을 보내려는 상대방이 수상한 계좌인지 알려주는 기능도 있다. ‘사기의심사이렌’은 경찰청과 더치트, 토스뱅크 자체 데이터를 활용해 사기 의심 계좌를 탐지한다. 위험도가 높은 계좌로 송금을 시도할 경우 고객에게 경고를 띄워 한 번 더 확인하도록 한다.
피해 발생 이후를 위한 안전장치도 마련했다. 토스뱅크의 ‘안심보상제’는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고 피해에 최대 5000만원, 중고거래 사기에는 최대 50만원까지 보상을 지원한다. 지난해에는 2466명에게 약 19억원을 보상했고, 제도 시행 이후 누적 보상액은 61억원 수준이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