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맞아 살펴본 세종의 허리 통증… 강직성 척추염과 닮았다?

1435년 음력 4월 1일, 명나라 사신을 배웅하는 잔치를 위해 태평관을 찾은 세종은 도승지에게 자신의 몸 상태를 알렸다. 궁궐을 나설 때만 해도 행사를 주재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막상 현장에 도착하자 몸이 따라주지 않았던 것이다.

 

세종실록에는 당시 세종이 “허리와 등이 굳고 꼿꼿하여 굽혔다 폈다 하기가 어렵다”고 호소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결국 세종은 환궁했고, 잔치는 진양대군이 대신 맡았다. 공식 행사를 직접 주재하기 어려울 정도로 허리와 등의 불편이 심했던 셈이다.

 

이 기록을 현대 의학의 관점에서 보면 강직성 척추염을 떠올릴 만한 대목이 있다. 물론 실록에 남은 증상만으로 세종의 질환을 강직성 척추염으로 확정할 수는 없다. 다만 반복되는 허리와 등의 강직, 다리 통증 등은 오늘날 강직성 척추염에서 나타나는 주요 증상과 일부 닮아 있다. 한글날을 맞아 역사 기록 속 세종의 건강 상태와 강직성 척추염에 대해 살펴봤다.

 

◆허리·다리 통증 반복…온천욕으로 증상 다스려

 

강직성 척추염은 척추와 천장관절 등에 만성 염증이 생기면서 허리와 엉덩이 주변에 통증과 뻣뻣함이 나타나는 척추관절병증이다. 염증이 무릎이나 발목 등 말초 관절까지 영향을 미치면 다리 통증이나 부종이 동반될 수 있다.

 

증상이 심해지면 허리를 굽히거나 펴는 동작이 제한되고, 관절의 뻣뻣함과 통증 탓에 걷기 등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세종 역시 젊은 시절부터 허리와 다리의 불편을 호소한 기록이 남아 있다. 실록에는 즉위 무렵부터 오른쪽 다리 등이 아팠다는 내용이 확인되며, 이후에도 허리와 등의 통증이 반복적으로 언급된다.

 

1439년 음력 7월 4일 기록에서는 세종이 자신의 병력과 치료 경과를 직접 설명한다. 오른쪽 다리 통증은 의원의 치료를 받은 뒤 다소 나아졌고, 해마다 이어지던 등의 통증도 1433년 온천욕 이후 완화됐다고 회고했다.

 

세종은 실제 온양온천 등을 찾아 온천욕으로 증상을 다스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는 온열 자극은 긴장된 근육을 이완시키고 통증과 뻣뻣함을 일시적으로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오늘날에도 온열요법은 근골격계 통증 완화를 위한 보조적 방법으로 활용된다.

 

다만 온천욕만으로 강직성 척추염의 염증이나 질환 진행 자체를 조절하기는 어렵다. 세종 역시 통증이 완화됐다고 설명하면서도 이후 한두 해 동안 붓기와 통증이 남아 있었다고 밝힌다. 치료로 불편은 줄였지만 증상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던 셈이다.

◆현대라면 혈액검사·MRI로 확인…약물·운동치료 기본

 

오늘날 비슷한 증상으로 의료기관을 찾는다면 증상이 시작된 시기와 통증 양상, 움직임이나 휴식에 따른 변화 등을 먼저 확인한다. 혈액검사를 통해 염증 수치를 살피고, 필요에 따라 엑스레이나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척추와 천장관절의 염증·구조적 변화를 평가한다.

 

강직성 척추염으로 진단되면 염증을 조절하는 약물치료와 규칙적인 운동·재활을 기본으로 한다. 척추와 관절의 움직임을 유지하고 자세 변형을 예방하기 위해 꾸준한 스트레칭과 운동을 병행하는 것도 중요하다.

 

통증 관리를 위해 한의통합치료를 병행하는 경우도 있다. 이 과정에서는 통증의 정도뿐 아니라 허리와 관절의 움직임, 보행 등 일상생활 속 기능 변화를 함께 살펴 치료 계획을 조정한다.

 

실제 강직성 척추염 환자를 대상으로 한 한의통합치료 증례 연구도 보고됐다. 자생한방병원이 대한한방내과학회지에 게재한 연구에 따르면 한의통합치료를 44일간 받은 강직성 척추염 환자는 허리 통증의 숫자평가척도(NRS)가 감소했다. 혈액검사에서도 적혈구침강속도(ESR)는 13에서 10으로, C반응성단백(CRP)은 1.39에서 0.84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강직성 척추염으로 천장관절염과 고관절 윤활막염이 발생한 환자에게 한의통합치료를 시행한 증례에서는 다리 통증 NRS와 하지직거상검사(SLRT) 결과가 개선된 것으로 보고됐다.

 

다만 이 같은 연구는 개별 환자를 대상으로 한 증례 보고인 만큼 치료 효과를 일반화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강직성 척추염은 질환의 진행 정도와 증상이 환자마다 다른 만큼 전문적인 진단을 바탕으로 치료 방향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반복되는 허리 뻣뻣함, 단순 피로로 넘기지 말아야

 

세종은 독서와 정무로 앉아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고, 실록에는 운동을 즐기지 않았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당시의 생활습관이 통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단정하기 어렵지만, 강직성 척추염 환자에게 움직임과 운동은 중요한 관리 요소다.

 

강직성 척추염은 장시간 움직이지 않을 때 허리와 관절이 더 뻣뻣해질 수 있고, 오히려 가볍게 움직였을 때 증상이 완화되는 특징을 보이기도 한다. 통증을 이유로 활동량을 지나치게 줄이면 척추와 관절의 움직임이 더 제한될 수 있다.

 

따라서 허리 통증과 뻣뻣함이 장기간 반복되거나, 특히 아침에 증상이 심하고 움직인 뒤 조금씩 풀리는 양상이 지속된다면 단순한 피로나 근육통으로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홍순성 자생한방병원 원장은 “강직성 척추염은 증상이 호전됐다가도 다시 나타날 수 있어 단기간의 치료에 그치기보다 자신의 상태에 맞는 꾸준한 관리가 중요하다”며 “통증이 심할 때는 무리한 활동을 피하고, 증상이 완화된 이후에도 적절한 운동과 치료를 병행해 척추와 관절 기능을 유지하는 것이 일상생활의 불편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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