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운용하는 외화자산에서 예치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2년 새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달러 순매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자산 구성에서도 유동성을 확보하기 쉬운 예치금의 비중이 확대된 것이다. 다만 한은이 실제 운용수익률을 공개하지 않아 자산배분 변화가 운용 성과에 미친 영향을 확인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8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이 한은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은 외화자산 예치금 비중은 2023년 말 8.5%에서 2024년 말 10.3%, 지난해 말 14.1%로 상승했다. 2024년에는 전년보다 1.8%포인트, 지난해에는 3.8%포인트 높아졌다. 2년간 상승 폭은 5.6%포인트로, 비중이 약 1.7배로 커졌다.
예치금은 금융기관에 맡긴 외화자산으로 시장 상황에 대응하는 데 필요한 유동성을 확보하는 수단이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정부채는 같은 기간 44.8%에서 47.8%로 3.0%포인트 늘었다. 예치금과 정부채를 합친 비중은 2023년 말 53.3%에서 2024년 말 57.6%, 지난해 말 61.9%로 확대됐다. 두 상품이 전체 외화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년 새 8.6%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같은 기간 정부기관채 비중은 13.3%에서 8.5%로 4.8%포인트 낮아졌다. 자산유동화채도 11.7%에서 9.6%로 줄었다. 회사채는 10.8%에서 10.0%, 주식은 10.9%에서 10.0%로 각각 축소됐다. 정부기관채와 자산유동화채 등의 비중을 줄이고 예치금과 정부채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자산 구성이 바뀐 셈이다.
외화자산 순운용수익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원화 환산 수익은 2022년 3조9000억원에서 2023년 4조9000억원, 2024년 12조8000억원, 지난해 16조9000억원으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전년보다 4조1000억원, 약 32% 증가했다.
지난해 수익은 제출된 2016∼2025년 자료 중 가장 컸다. 2016년 8조4000억원과 비교하면 약 두 배다. 연간 수익은 2017년과 2018년 각각 8조8000억원, 2019년 11조8000억원, 2020년 13조5000억원, 2021년 13조9000억원이었다. 이 수익액은 한은 손익계산서의 유가증권이자와 예치금이자, 유가증권매매손익 등을 합산한 수치다.
다만 공개된 수치는 원화 환산 수익액으로, 실제 운용수익률은 포함되지 않았다.
김 의원실이 해외 운용수익률을 요구하자 한은은 공개 시 안전성과 유동성 확보라는 외환보유액의 최우선 운용원칙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며 비공개 입장을 밝혔다.
대신 한은은 블룸버그 글로벌 종합채권지수와 MSCI 세계주가지수의 수익률을 제출했다. 지난해 두 지수의 수익률은 각각 8.2%, 19.5%였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는 각각 -0.3%, 12.1%였다. 한은은 이러한 글로벌 지수를 외환보유액 운용 목적에 맞게 수정해 성과 비교의 기준인 벤치마크로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