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를 살해하고 아내를 강제로 차에 태워 도주한 20대 남성에 대해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피의자는 감정이 상해 저지른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경찰은 계획 범행 정황을 포착하고 입증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12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송파경찰서는 이날 오후 존속살해 및 특수감금 혐의로 20대 남성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씨는 전날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서 50대 장모를 흉기로 찌른 뒤 20대 아내를 차량에 감금해 도주한 혐의를 받는다. 장모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으나 숨졌다. A씨는 도주 당일 낮 12시 35분께 강원 양양군의 한 야산에서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송파경찰서로 압송된 A씨는 조사에서 혐의를 대체로 인정하면서도 우발적 범행임을 피력했다. 이혼 소송 중이던 아내가 혼인 무효 소송을 제기하려 하자 감정이 상했을 뿐, 장모를 살해할 계획은 없었다는 주장이다. 또한 아내를 기다리던 중 범행이 발생해 스스로도 당황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경찰은 A씨가 평소 흉기를 소지했던 점과 피해자 측 진술을 바탕으로 계획범죄 입증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차량에 감금됐던 아내로부터 “이동 중 남편이 범행을 미리 준비했다는 말을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아내 측은 A씨가 수천만원을 들여 아내 소재지 인근에 흥신소 직원까지 파견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범행 전후 행적과 사전 답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A씨 차량의 블랙박스 SD카드와 현장 주변 CCTV 분석에 나섰다.
이번 사건은 A씨가 아내를 상습 폭행한 혐의로 이미 수사를 받던 중 발생했다. 경기 수원권선경찰서는 지난 8월 A씨를 가정폭력 혐의로 입건하고 출석을 요구했으나 A씨가 불응해 대면 조사가 이뤄지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달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세 차례 집행을 시도했으나 소재 불명으로 모두 실패했다.
A씨에게 내려졌던 접근금지 등 임시조치는 지난달 30일 종료된 상태였다. 경찰이 이달 6일 임시조치를 재신청했으나 법원 결정이 내리기 전 이번 사건이 터졌다.
경찰은 A씨의 신병을 확보한 뒤 기존 가정폭력 사건과의 연관성 및 스토킹 여부를 종합 검토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보복살인’ 혐의 적용을 적극 검토할 방침이다.
노희선 온라인 기자 ahrfus3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