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서울을 떠나게 됐다. 금융 콘트롤타워의 세종행이 공식화되자 금융권은 국책은행(산업·수출입·IBK기업은행)과 금융감독원으로 이어질 ‘연쇄 이전’의 도미노 효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4일 행정안전부가 지난 13일 발표한 중앙 행정기관 이전 계획에 따르면 금융위는 소속기관인 금융정보분석원(FIU)을 포함해 총 420여명 규모로 내년 하반기 세종 민간 임차청사에 둥지를 튼다. 신축 청사 건립이 필수적인 외교·안보 부처와 달리, 임차청사 입주가 가능해 신속 추진 대상에 포함됐다.
지난달 우선 이전 대상에서 제외돼 잔류 가능성에 기대를 걸었던 금융위 내부는 당혹감과 허탈감이 교차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시장 모니터링과 현안 조율이 잦은 실무 사무관·서기관들을 중심으로 로펌이나 민간 금융사로의 이탈이 다시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파장은 금융권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당장 국책은행과 금융감독원의 거취가 도마 위에 올랐다. 행안부는 “중앙행정기관에 한정한 결정이라며, 국무조정실 주도로 4분기 발표 예정인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계획’에서 다루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 정책 콘트롤타워인 금융위의 세종행에 산하 및 유관 기관의 수도권 잔류 명분도 약해졌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사실상 금융기관의 지방 분산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곳은 산업은행이다. 이미 부산 이전을 둘러싸고 수년간 갈등을 겪어온 산업은행은 4분기 2차 이전 계획이 구체화되면 이전 드라이브가 다시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대구·전북·충청 등 전국 각 지자체의 유치 타깃이 된 기업은행과 해양·방산 금융 수요를 내세운 지자체의 러브콜을 받는 수출입은행까지 유치 경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민간 금융사 검사와 감독 실무를 맡고 있는 금감원 역시 금융위와의 업무 연계성을 이유로 기능 분리나 동반 이전 요구에 직면할 가능성이 나온다.
현실적인 입법 장벽은 만만치 않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은 각각 법률상 본점 소재지를 ‘서울특별시’로 규정하고 있어 법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
금융권과 노조의 반발도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여야 간 첨예한 대립과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하는 과제가 여전한 상황에서 물리적 이전을 밀어붙일 경우 극심한 입법 정체와 노사 갈등이 불가피하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과 각 행 노조는 “금융 인프라를 정치적 균형발전 논리로 흔드는 것은 자해 행위”라며 총력 저지를 예고하고 있다.
금융위의 세종행이 확정되면서 향후 4분기 발표될 2차 공공기관 이전 가이드라인을 둘러싼 긴장감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