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친애저축은행과 네오라인크레디트대부를 자회사로 보유한 일본계 금융그룹 J트러스트가 최근 국내 대부업체 2곳을 추가 인수하자, 대부업 자산 축소를 요구하던 금융당국이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4일 J트러스트는 케이제이아이대부(원더풀론) 주식 87만5000주 전부를 인수하는 내용의 주식양도계약을 맺었다고 공시했다. 총 인수가는 116억9000만엔(한화 약 1216억원)이다. 이번 인수에는 J트러스트를 비롯해 에이앤피파이낸셜대부(러시앤캐시)와 홍콩계 펀드 HKAM 등 3곳이 최종 입찰까지 참여했다.
J트러스트는 불과 이틀 전인 지난 12일, 현대해상 자회사인 하이캐피탈대부를 단독협상 절차에 따라 총 45억7400만엔(한화 약 476억원)에 인수했다. 이로써 J트러스트는 국내 대부업 7위사와 9위사(2012년 자산 기준)를 손에 쥐며 단숨에 업계 상위권으로 올라서게 된다. 한편, J트러스트는 양사 직원의 고용을 100% 승계한다.
하지만 이번 계약을 두고 금융당국은 불쾌한 기색이 역력하다. 한 예로 지난 13일 금융감독원의 한 고위관계자는 케이제이아이대부 대표이사 및 인수합병 담당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J트러스트와의 인수 계약 추진건을 문책했다는 후문이다. 그런데도 이번 계약이 최종 성사되면서 '금융당국이 한 방 먹었다'는 게 금융권의 중론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J트러스트의 최근 행보는 국내 대부업 축소를 요구하는 당국의 요구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당국은 지난 2012년 KC카드(J트러스트의 자회사)의 옛 미래저축은행(現 친애저축은행) 인수를 승인하면서 기존에 국내에서 대부업을 영위하던 네오라인크레디트대부의 사업 축소를 요구했고, 이후 신규 대출을 중단하며 자반 규모를 절반 가량 줄였다.
하지만 J트러스트는 이번에 2곳의 대부업체를 인수하면서 대부업 자산을 오히려 확대했다. J트러스트 산하 국내 대부업체의 자산 규모는 네오라인크레디트(400억원), 하이캐피탈대부(1500억원), 케이제이아이대부(2600억원)로 총 4400억원에 달한다. 한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현행법상 J트러스트가 대부업체를 인수하더라도 규제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며 "대부업 자산을 자발적으로 늘리지 않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향후 이 같은 사례의 재발을 막기 위해 제도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이미 수신기능을 갖춘 친애저축은행을 통해 상대적으로 낮은 대출금리를 제공할 수 있는데도 대부업 자산을 늘린 점은 금융당국을 더욱 자극한다. J트러스트는 추후 저축은행, 캐피탈사 인수 또는 저축은행과 대부업간 합병을 통해 전체 자산 중 대부업 차지 비중을 줄인다는 구상이지만, 이 또한 당국과의 마찰이 불가피하다.
이번 인수 추진 과정에서 금융당국과의 논의가 거의 없었다는 점도 금융당국의 심기를 건드린다. 현행법상 대부업 인수에는 금융당국의 승인이 필요치 않지만, 국내 금융권에서는 인수·합병 이슈가 있을 경우 금융당국과의 조율 과정을 통해 인수 계약을 추진하는 계 '사실상'의 관례. 하지만 일본계인 J트러스트와 외국계 펀드가 100% 지분을 보유한 케이제이아이대부의 계약에선 이 같은 관례가 사실상 작동하지 않았다. 금융당국이 당혹감을 느끼는 또 다른 이유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일본계인 J트러스트가 국내 정서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말했다.
한 대부업체 관계자는 "최근 금융사 정보유출 국정감사를 통해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이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등 당국의 위신이 크게 떨어졌다"며 "여기에 반일 정서까지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일본계 금융사가 중대형 대부업체를 인수한데다, 이번 인수가 당국의 주문대로 따라가지 않겠다는 방증이라는 점에서 J트러스트와 금융당국 간의 갈등은 더욱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현승 세계파이낸스 기자 hsoh@segyef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