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마지막 왕조의 수도 후에(후에 왕궁, 카이딘 황릉, 티엔무 파고다)
인구 28만의 후에는 우리나라의 경주와 같은 관광도시다. 베트남의 마지막 왕조인 응우옌 왕조(1802∼1945)의 수도였다.
황제가 거처했던 후에 왕궁은 1804년 착공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후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는 곳이다. 흐엉강 북쪽 구 시가지에 위치한다. 왕궁 면적은 5.2㎢. 두께 21m, 높이 6m의 견고한 성벽에는 총 10개의 성문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경복궁처럼 온전한 궁의 모습을 기대해선 안 된다. 베트남 전쟁당시 미군의 폭격을 비켜가지 못해 대부분의 건축물들이 파괴된 탓이다.
하지만 썩어도 준치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아직도 왕궁에는 황제의 즉위식이 이뤄진 태화전, 의전실등 중국의 자금성의 일부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웅장한 건물들이 남아 있다. 왕궁 깊은 곳으로 들어갈수록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재미가 더해진다. 높이 37m의 거대한 국기 게양대, 무게 10톤에 달하는 9개의 거포 등에 얽힌 사연을 듣는 재미도 쏠쏠하다.
흐엉 강줄기를 따라 후에 남쪽 2∼16km 구간엔 응우옌 왕조의 13명의 황제 중 여덟 황제의 황릉이 퍼져 있다. 전체 왕릉 중 규모로는 민망 황릉이 으뜸이다. 일행이 들른 카이딘 황릉은 민망 황릉보다는 규모가 작다지만 우리나라의 어느 왕릉에서도 이보다 큰 규모를 보지 못했다. 수십개의 계단과 거대한 문을 거쳐 올라가면 시커먼 이끼가 잔뜩 낀 황제의 무덤이 나온다. 무덤에는 풀이 한 포기도 없다. 황금 동상으로 앉아 있는 카이딘 황제는 만인지상의 위엄 있는 모습으로 사암으로 만든 문·무관 동상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다. 시멘트 건축물에 안에 마치 베르사이유 궁전을 축소해놓은 곳에 사시사철 앉아서 관광객을 맞이한다. 카이딘 황제가 재위시 직접 지은 황릉이라고 한다.
티엔무 파고다는 높이 21m의 8각형 7층 석탑으로 후에 성에서 남서쪽으로 4km 정도 떨어진 후에 강둑에 위치한다. 베트남의 상징적 건축물 중 하나다. 띠엔무는 국가의 안녕을 위해 이 사원 건립을 건의한 여성의 이름이다. 이곳 사원은 베트남 전쟁 당시 남베트남 불교도들과 대학생들의 항거 근거지였다. 1963년 분신 자살을 시도한 이 사원의 수도승 꽝 득이 사이공으로 타고 갔던 하늘색 오스틴 자동차가 사원 뒤뜰에 전시돼 있다.

◆옛 국제항구도시 호이안
호이안(會安)은 하롱베이와 함께 베트남의 대표적인 관광지 중 하나다. 199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올랐다.
다낭에서 남쪽으로 30km 내려가면 고풍스런 건물이 넘쳐나는 호이안이 모습을 드러낸다. 호이안은 작은 읍내 규모다. 읍내를 도는 데 긴 시간이 필요치 않듯 중세 베트남의 흔적을 고스라이 간직한 호이안 마을을 둘러보는 데는 한두 시간이면 충분하다.
호이안은 일찍이 중국, 일본, 유럽 등 외국 무역상들이 거주했던 국제 항구도시였다. 일본 무역상이 한때 1000여명 이상이 상주했다고 한다. 지붕이 얹어진 일본교 앞 작은 광장은 신혼부부나 관광객들의 필수 사진촬영 장소로 인기다.
관광안내소에서 호이안 지도를 펼쳐들고 해가 막 떨어진 호이안 골목으로 들어선다. 올드하우스라 부르는 쩐 뿌 거리다. 거리에는 음식점, 옷가게, 주점, 기념품점이 환하게 불을 밝히고 각국에서 온 관광객들을 맞는다.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상점의 상인들은 상인들대로, 여행객은 여행객대로 자신만의 시간을 안고 호이안의 밤을 만들어 갈 뿐이다. 강변의 박당 거리에서 바라본 야경은 호이안 마을 투어의 하이라이트다.
자건거나 시클로를 타고 이 골목 저 골목 구경해 보자. 베트남의 눅눅한 더위를 피하면서 여행을 두 배로 즐기는 요령이다.

◆베트남서 네번째로 큰 도시 다낭(바나 힐)
금모래가 반짝이는 아름다운 해변에 세워진 다낭의 골든 샌드 리조트에서 눈을 뜬다. 베트남 팸투어의 마지막 밤 또한 베트남 야간 통일열차에서 보낸 시간 못지않게 행복했구나. 어제 밤(24일) 12명의 일행은 골든 샌드 리조트의 넓은 거실에 모여 베트남 여행의 마지막 날 향기에 취하지 않았던가. 아직도 날 사로잡을 베트남의 명승지가 또 있다는 말인가.
다낭은 베트남서 네번째로 큰 도시다. 베트남 팸투어 마지막 날인 7월 25일 오전. 일행을 태운 20인승 미니버스가 다낭 최대의 종합휴양시설이 위치한 바나 힐(Ba Na Hill)로 향한다.
바나 힐은 해발 1,487m 바나산 정상에 동화 속 성처럼 건설된 종합휴양시설이다. 각종 놀이기구와 리조트를 즐기려면 우선 상 정상으로 오르는 일이 급선무다. 이를 위해 세계에서 두번째로 긴 케이블카(길이 5801m)가 준비돼 있다. 케이블카를 두번 갈아타며 정상까지 가는데 약 30분이 소요된다. 멀리 다낭 시내가 한눈이 보이고 20m가 넘는 나무로 빽빽히 채워진 원시림이 발아래로 펼쳐진다. 낯선 곳에서의 기이하고 낯선 체험이야말로 여행의 맛이 아닐까.
바나힐은 서울의 롯데월드어드벤처를 산 위로 올려놓은 듯한 모습이다. 해발 1,487m에서 즐기는 놀이시설이라니. 생각만 해도 짜릿하지 않는가.
바나 힐을 내려와 월남전 때 작전 나가던 미군들이 휴가를 즐겨찾았다는 다낭의 미케해변에 잠시 들어 땀을 식혀 본다. 비행기에서 하룻밤이 기다리고 있구나. 카메라에, 베낭에 짓눌린 어깨에 다시 힘이 쑥 들어간다. 강행군과 같은 값진 일정이 끝나는 순간이다. 뜨거운 태양빛 아래 흔들리는 골든 샌드 리조트의 야자수가 자꾸만 눈에 밟힌다.
후에·호이안·다낭(베트남)=글·사진 강민영 선임기자 mykang@sportsworldi.com
호이안 마을 야경.
카이딘 황릉.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티엔무 파고다.
바나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