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뉴삼성물산’이 출범하면서 지배구조 개편 다음 시나리오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그룹은 이번 합병으로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제일모직’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뉴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단순화했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은 직접 삼성전자를 지배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합병 승인으로 한고비를 넘긴 삼성그룹이 다음으로 삼성전자를 인적 분할해 지주부문을 설립하고서 다시 통합 삼성물산과 합병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우선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시나리오는 삼성전자가 인적 분할을 통해 지주부문 법인을 설립한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친 통합법인과 다시 합병하는 것이다.
삼성전자 인적분할 이후 통합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지주부문이 합병하면 삼성전자 사업회사 지분을 비롯한 그룹 대부분의 회사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경우 통합 삼성물산은 그룹의 지주회사로서 브랜드 로열티뿐 아니라 배당수익 증가의 최대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하이투자증권 이상헌 연구원은 "통합 삼성물산은 그룹의 지주회사로서 삼성전자 등 자회사 지분을 확보해 지배력을 안정적으로 끌고 가는데 중점을 두면서 삼성전자를 위한 30년간 미래먹거리를 위한 신성장동력 개발에 집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연구원은 "통합 삼성물산의 다음 수순은 삼성전자의 지분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나 삼성전자 시가총액이 커 삼성전자 지분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본게임의 시작은 삼성전자의 인적 분할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삼성SDS는 삼성전자와 합병하기보다 삼성전자 지주부문 또는 통합 삼성물산과 합병할 가능성이 크다.
삼성SDS가 삼성전자와 합병하면 통합 삼성물산과 이재용 부회장 등의 삼성전자 보유 지분은 늘어나지만, 증가 수준은 미미한 데 반해 사업적인 측면에선 매출 수준을 고려할 때 전자의 기타부문으로 포함돼 성장성이 두드러질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통합 삼성물산이 삼성SDS와 합병하면 자회사들과 수직계열화를 이루면서 지주회사로서의 성장성이 돋보일 수 있다"며 "다만, 가능성 측면에선 삼성전자 지주부문 합병은 유력하지만, 삼성SDS에 대해선 합병 또는 지분 보유 등 두 가지 가능성이 다 열려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통합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주부문과 합치게 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 보유 지분이 97.5%에 이르게 된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 증설과 삼성바이오에피스 나스닥 상장 등으로 통합 삼성물산의 바이오부문은 그룹의 차세대사업으로 자리 매김하고 성장성이 극대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삼성SDS와 삼성SDI 합병 시나리오도 제기되고 있다. 삼성SDS와 삼성SDI가 합병하면 뉴삼성물산과 함께 호텔신라를 제외한 대부분의 삼성그룹 산업계 계열사가 오너가 3세의 지배구조 아래에 놓인다.
여기에 삼성SDS와 삼성전자가 합병하면 ‘3세→뉴삼성물산→삼성생명→합병 삼성전자→산업 계열사’의 수직계열화가 이뤄져 지주회사 토대가 마련된다.
강중모 기자 vrdw8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