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능통장’으로 불리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고객 유치를 위한 금융회사들의 마케팅 경쟁이 뜨겁다. 일부에서는 과열경쟁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그렇지만 정작 상당수 소비자들에게 ISA는 여전히 낯설고 어렵다. 한 계좌로 다양한 상품에 개인자산을 투자하고 관리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 내용도 복잡하다. 이에 소비자들이 ISA와 관련해 궁금해 할만한 내용을 5개 꼭지로 나눠 정리했다.
ISA와 관련해 소비자로서는 은행과 증권사 중 어느 곳에 가입할지도 고민거리이지만 어느 한 쪽을 택하더라도 또다른 선택이 남아있다. ISA가 신탁형과 일임형 상품으로 나뉘기 때문이다.
신탁형은 소비자가 투자상품을 직접 지정하는 것이고 일임형은 일정한 범위를 지정하고 금융사에 운용을 맡기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투자의 안전성을 추구하면 신탁형을 선택하고, 수익률과 편리성을 추구한다면 일임형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ISA는 계좌 하나로 예·적금, 펀드, 파생상품을 관리할 수 있는 것으로 연 2000만원 한도로 최대 5년간 1억을 넣을 수 있고, 이자소득 200만~25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준다.
◇ 신탁형 ISA, 비교적 안전하나 기대수익률 낮아
신탁형 ISA는 고객이 직접 ISA에 담을 상품과 규모를 선정하고 투자관련 사항과 운용지시를 결정할 수 있는 상품이다. 여기서 금융사의 역할은 고객 선택에 따른 운용에 국한된다.
신탁형 ISA는 창구에서만 가입이 가능하므로 예금과 적금, 환매조건부채권(RP),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등 원금 보장형 상품이 담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안정성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
신탁형 ISA에 예·적금을 포함할 경우 5000만원 한도에서 예금자 보호가 된다는 것도 장점이다.
현재는 신탁형의 경우 계좌에 예·적금을 넣으면 개인이 아닌 신탁의뢰를 받은 금융회사 명의로 처리돼 예금자 보호를 받을 수 없었지만 금융위는 시행령을 개정해 예금자 보호를 받을 수 있게 조치했다.
따라서 신탁형 ISA는 자산의 안전한 운용을 원하는 고객들에게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에 배분하기 때문에 고위험 자산에 투자하는 것과 비교해 기대수익률이 낮을 수 있다는 게 신탁형 ISA의 단점으로 지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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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금융위원회 |
◇ 일임형 ISA, 편리하고 고수익 노릴 수 있으나 안정성 낮아
일임형 ISA는 신탁형과는 달리 고객 자산의 운용이나 자산 배분을 고객이 지정하는 것이 아니고 금융회사에 ‘일임’, 즉 수수료를 주고 운용을 맡기는 것을 말한다.
일임형 ISA는 운용을 맡은 금융회사가 고객자산의 상품별 배분과 리밸런싱(포트폴리오 재조정) 등 운용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기 때문에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이 방식은 증권사의 기존 상품인 ‘랩(Wrap) 어카운트’와 유사한 형태이기 때문에 고객자산의 투자운용 경험이 풍부한 증권사의 운용 능력이 돋보일 수 있다.
반면 기대수익률은 높지만 원금손실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된다.
금융위원회는 일임형 ISA 투자고객 보호 차원에서 투자성향에 따라 고객을 5단계로 나눠 유형별 2개 이상의 모델 포트폴리오를 금융감독원에 사전보고하고, 금융투자협회에는 포트폴리오와 수익률을 비교 공시하도록 杉?
◇ 투자스타일·투자경험 여부가 선택의 주요 기준
신탁형 ISA와 일임형 ISA의 장·단점이 비교적 뚜렷한 편이기에 전문가들도 소비자의 투자성향에 따라 안전한 운용을 원하면 신탁형을, 수익률을 위한다면 일임형을 선택하라고 조언한다.
김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투자경험이 있기 때문에 손실 가능성이 있더라도 고수익을 추구할 고객은 일임형이 좋고, 안정성에 무게를 둔다면 신탁형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은행에 일임형 ISA가 허용됐지만 그동안 은행은 신탁, 증권사는 일임에 각각 경쟁력을 보였기 때문에 신탁형은 은행을, 일임형은 증권사가 유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KB국민은행 한 관계자는 “고객이 ISA에 담을 자산을 직접 고르는 신탁형 ISA는 투자 상품에 대한 경험과 정보가 많을수록 유리하고, 전문가집단이 구성한 포트폴리오와 운용에 올라탈 수 있는 일임형은 시장 진입장벽이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투자업계는 ISA를 먼저 시행한 영국의 사례를 고려하면 시행 첫해 약 24조원의 시장으로 성장하고, 5년 뒤에는 150조원 규모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신탁형 ISA와 일임형 ISA는 투자자들의 투자성향과 투자경험·지식, 수요 등에 부응하며 ISA 시장의 성장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김지영 연구원은 현재 각 금융회사가 다양한 ISA 상품과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향후 신탁형과 일임형 중 어떤 것이 더 많은 인기를 끌지는 6개월 이상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중모 기자 vrdw8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