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광장] 희망자 88%, 실제론 8.9%… 유기동물 입양 ‘괴리’ 뒤에는

한 지자체 동물 보호소에서 생활하고 있는 유기견. 박재림 기자
한 지자체 동물 보호소에서 생활하고 있는 유기견. 박재림 기자 

 

 최근 농림축산식품부는 2025년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의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국민 5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최근 1년 이내 반려동물을 입양할 의사가 있다’고 답한 사람들 중 88.3%가 유실·유기동물 입양을 고려한다고 응답했다. 그런데 정작 반려동물 입양 경로를 보면 ‘지자체 및 민간 동물보호소에서 입양’은 8.8%에 그쳤다. 간단히 말해서 유기동물을 입양할 의사가 있다는 사람은 열에 아홉에 달하는데 실제로 유기동물을 입양한 이는 한명도 채 되지 않는다는 소리다.

 

 여러 동물보호소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그 배경은 복합적이나 결국에는 보호소와 비교해 펫숍이 쉽고 편하게 동물을 데려올 수 있는 환경이라는 것으로 귀결된다. 동물은 돈 주고 사는 것이 아니라는 인식은 대다수가 품고 있지만 그럼에도 펫숍에서 사는 게 ‘합리적’이기에 처음과는 다른 선택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펫숍은 도심에서 쉽게 방문해 우리나라에서 인기 있는 어린 품종견·품종묘를 ‘선택’할 수 있으며 분양 과정도 간편하다. 반면 보호소의 경우 대다수가 도심 외곽에 위치했으며 나이가 어리지 않은 믹스 대형견 위주인데다 입양 동물의 빠른 적응과 파양 방지 등을 위해 입양 과정이 상대적으로 복잡한 편이다.

 

 자본주의 시대, 특히 동물이 생명이 아닌 물건 및 재산으로 잡히는 우리나라 실정에서 접근성 좋은 곳에 깔끔한 매장을 두고 합법적으로 어린 품종견·품종묘를 판매하는 것은 죄가 아니다. 당연히 구매하는 쪽도 마찬가지다.

 

 다만 문제는 유기동물을 입양하려는 예비 반려인의 선한 마음을 이용하는 펫숍 및 신종펫숍들이 존재하다는 점이다. 이들은 펫숍임에도 ‘안락사 없는 보호소’, ‘동물요양원’ 같은 표현으로 마치 동물보호시설인 것처럼 광고해 예비 반려인의 발길을 유도한다. 유명 연예인이 이곳에서 입양을 했다는 거짓 정보를 홈페이지에 내건 곳도 있다.

 

 이달초 국회에서 동물자유연대, 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신종펫숍 규제를 위한 기자회견에 동참한 신종펫숍 피해자 A씨는 “파양묘·구조묘의 가족이 되어달라는 문구를 보고 방문했지만 책임비를 요구했다”며 “해당 신종펫숍은 여전히 SNS 계정 아이디를 여러 번 바꾸면서 멤버십 비용이 일절 없으며 가족을 만나게 해주고 싶을 뿐이라고 사람들을 속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충분히 알아보지 않고 신종펫샵에 속은 것은 분명 무지함이며 잘못이지만 신종펫샵을 막을 방법을 같이 알아봐주시면 좋겠다”며 규제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또 다른 피해자 B씨는 “지난 2월 ‘유기 파양견 보호 및 무료 분양’ 광고를 보고 김포의 신종펫샵을 방문했다. 하지만 도착해보니 강아지를 데려가려면 반드시 ‘멤버십 서비스’에 가입해야 한다고 했다”며 “품안에서 떨고 있는 강아지를 두고 올 수 없어서 결국 105만원을 일시불로 결제했다. 입양이 아니라 생명을 인질로 한 강압적인 판매였다”고 말했다.

 

 유력 동물보호단체에 따르면 도심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펫숍 업체 및 브랜드에서도 신종펫숍과 동일하거나 비슷한 방식으로 예비 반려인들의 선의를 악용하고 있다는 신고가 지속적으로 들어오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유명 포털사이트에서 ‘유기동물 입양’을 검색했을 때 상단에 뜨는 펫숍 브랜드 및 업체의 상당수가 바로 그곳들이라는 점이다.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보호소의 입양 가능한 동물을 볼 수 있는 국가동물보호시스템, 민간 유기동물 입양 플랫폼은 스크롤을 꽤 아래로 내린 후에야 비로소 눈에 띄기 시작한다.

 

 원하는 동물을 편하게 사겠다는 이들의 자유를 막을 수는 없다. 다만 유기동물을 입양하겠다는 이들의 선량한 마음을 돈벌이에 악용하면서 유기동물 입양률까지 떨어뜨리는 펫숍들이 법의 사각지대에서 활개를 치는 일만은 막아야 하지 않을까. 신종펫숍 규제 법안은 수년째 국회에서 표류 중이다.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들은 진짜 보호소와 신종펫숍의 구별법에 대해서 “진짜 보호소는 입양이나 파양에 있어 돈을 요구하거나 물품을 판매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