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즙 고작 1% 불구하고 과일명칭 사용하는 혼합음료

현행 규정상 과즙 함량 적어도 들어있으면 제품명 사용 문제 없어
"과즙 함량보다 맛·향을 내기위한 첨가물이 더 문제 " 지적도

사진=각사, 오현승 기자.
롯데칠성음료가 이달 출시한 ''데일리C 청포도워터''의 청포도과즙 합유 비율은 전체의 1%에 불과하다. 농심이 라이선스 생산하는 ''카프리썬 딸기 키위맛''도 딸기과즙과 키위 과즙 함량이 각각 1%뿐이고, 빙그레 스테디셀러인 ''쥬시쿨 사과''엔 사과과즙이 0.5%만 담겼다.

이처럼 겨우 1% 가량의 과즙만 넣고서 특정 과일이름을 내건 음료 제품을 판매해도 무방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음료는 과즙함량에 따라 과채주스, 과채음료, 농축과채즙(또는 과채분) 등으로 분류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식품의 기준 및 규격 고시''는 과·채음료에 대해 ''과일음료는 과일 또는 채소를 주원료로 해 가공한 것으로서 직접 또는 희석해 음용하는 것''이라 정의한다.

이 가운데 과채주스는 과·채즙을 압착, 분쇄, 착즙 등의 물리적으로 가공해 얻은 과채즙이 95% 이상인 경우, 과채음료는 과일즙, 채소즙 또는 과·채즙의 비율이 10% 이상를 의미한다 농축과채즙은 과일즙, 채소즙, 또는 이들을 혼합해 50% 이하로 농축한 것 또는 분말화한 것을 뜻한다. 어느 분류에도 속하지 않는, 즉 과채즙의 함량이 10% 미만인 경우는 기타음료로 본다.
자료=식약처.

기타음료의 경우 제품명에 특정 과일의 이름을 쓰면서 반드시 일정 비율이상의 과즙을 넣어야 한다는 규정은 없지만, 제품명 표시 등과 관련한 기준은 식약처의 ''식품등의 표시기준''에 담겨 있다.

표시기준에 따르면 합성향료만을 사용해 원재료의 향 또는 맛을 내는 경우, 해당 향 또는 맛을 뜻하는 그림이나 사진 등의 표시를 제품 외관에 할 수 없다. 또 표시대상 원재료를 외에 어떠한 물질도 첨가하지 않은 경우가 아니면 ''100%''란 표시도 불가능하다. 다만, 농축액을 희석해 원상태로 환원해 사용하는 제품의 경우, 환원된 표시대상 원재료의 농도가 100%이상이면 제품내에 식품첨가물이 포함돼 있다 하더라도 100%라고 표시하는 걸 예외로 허용한다. 

한때 과즙 함량을 두고 ''맛''이냐 ''향''이냐 논란을 겪을 뻔한 적도 있다. 지난 2009년 당시 식약청(현 식약처)은 ''식품 등의 표시기준''을 개정하면서 천연재료를 쓰지 않은 가공식품에 ''맛''이라는 표현을 금지하고 ''향''으로 표시하도록 했다. 특히 이 대목은 제조사들이 천연재료를 쓰는 것처럼 제품명을 짓는 건 소비자 기만이라는 소비자단체의 주장을 받아들인 결과다.

이 때문에 빙그레가 자사 ''바나나맛우유''에 과즙을 1% 넣은 건 대표적 에피소드다. 이전까지 지난 1974년 출시된 ''바나나맛우유''엔 천연 바나나 성분이 전혀 없었다. 식품 등의 표시기준 개정 후 빙그레가 ''바나나맛우유''에 과즙 1%를 넣지 않았다면 ''바나나향우유''로 제품명을 바꿨어야 한다.

식음료업계에서는 과즙 함량 자체만으론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즙의 함량이 적다고 해서 제품에 들어간 성분을 감추는 건 아니다"며 "소비자 조사 및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거쳐서 소비자들이 가장 좋아할 만한 레시피를 구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중에 과즙 함량별로 다양한 제품군이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자신의 취향에 따라 원하는 제품을 선택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제조 원가가 늘어난다는 점에서도 과즙 함량을 늘리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과즙 함량의 표기 문제보다는 식품첨가물의 유해성이나 과도한 당류 섭취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식품의 향을 돋우기 위해 사용하는 합성착향료, 인공 감미료, 색소 등에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권화정 환경정의 국장은 "과즙 함량에 따른 제품명 표기 방법상으로는 문제가 없더라도, 과즙 함량 비율이 낮은 음료 제품들은 적은 과즙쓰면서 천연재료의 맛을 흉내내야 한다는 점에서 여러 첨가물을 쓸 수 밖에 없다는 점은 개선이 필요한 대목"이라고 꼬집었다.

식약처 측도 "과채음료나 혼합음료 중 일부 제품은 당류 성분이 지나치게 높고 다른 영양소가 거의 없어 색과 향으로만 맛을 낸 것들이 있는데, 이런 음료는 탄산음료처럼 ''빈(empty food) 열량식품''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OOO맛''이나 ''OOO향''이라고 표시된 음료 중에는 물과 당류, 식품첨가물만으로 가공된 제품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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