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공공기관 '유리천장' 심각…6개 주요 기관에 여성 임원 1명뿐

 

금융공공기관의 '유리천장' 문제가 심각하다. KDB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예금보험공사,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 IBK기업은행 등 6개 주요 기관에 여성 임원은 단 1명뿐이다.  

최근 민간은행들이 다수의 여성 임원들을 중용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공공기관의 여성 인력 활용 행태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12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산은, 수은, 예보, 기보, 신보 등 5개 금융공공기관에 여성 임원은 단 한 명도 없다.

산은은 전체 임원(집행 부행장 포함)이 12명인데 여성 임원은 제로다. 심지어 직원 급수 중 제일 높은 1급까지도 여성 인력이 전혀 없었다. 당분간 여성 임원이 탄생할 가능성이 없다는 의미다.

수은은 지난 2016년 10월말 혁신안을 발표하면서 부행장을 G1 직급으로 낮춰 임원 수를 줄였다. 이에 현재 4명의 임원이 있지만 모두 남자 직원으로 채워졌다. 다만 최근 상반기 인사를 통해 주요 보직에 여성 직원을 배치해 차후 여성 임원 탄생의 여지를 남겼다.

수은은 "이번 인사에서는 업무 유경험자를 중심으로 전문성을 제고하는 동시에 유관부문간 인적 교류를 통한 시너지 상승을 꾀했다"며 "주요 보직에 여성직원이 배치된 게 특징이다. 앞으로도 이러한 분위기를 주도하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보도 총 7명의 임원이 중 여성 임원은 없으며 1급까지도 여성 인력이 전무했다. 기보와 신보도 각각 7명의 임원이 모두 남자이고 1급은 물론 2급까지도 여성 직원을 찾아볼 수 없었다.
 
6개 주요 금융공공기관 중 여성 임원이 있는 곳은 기은뿐이었다. 그러나 기은도 집행간부 부행장 14명을 포함해 총 17명의 임원 중 여성은 단 한 명뿐이었다. 기은은 권선주 전 행장 시절 은행권에서 최초의 여성 행장이 탄생해 관심을 끌었으나 이후에는  여성 인력 중용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 분위기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기은이 특별히 '유리천장' 깨기에 노력을 기울이지는 않는다"며 "권 행장 취임도 단지 상징적인 의미에 그치는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민간은행에서는 여성이라도 영업력이 뛰어난 인재는 적극적으로 키워주는 분위기"라면서 "금융공공기관은 영업과 별 연관이 없다보니 오히려 여성 인력 등용에 더 보수적인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금융업계에 여성 임원을 찾아보기 힘든 것은 인적자원 후보군이 많지 않은게 큰 이유 중 하나"라면서 "특히 금융공공기관은 전체 인원 수도 적고 경쟁률이 세다보니 여자 직원 수가 적다"고 지적했다. 

고 교수는 "결국 전문성을 요하는 금융권, 특히 금융공공기관의 생태적 한계로도 볼 수 있다"며 "시간이 지나면 금융공공기관 내부에서도 훌륭한 여성 임원이 배출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주형연 기자 jhy@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