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요?] 간편식 밀키트(Meal Kit), 정말 간편할까

밑손질 끝낸 신선한 식재료로 쉽게 요리하는 재미 제공
직접 해보니 요리 초보도 가능…비닐 쓰레기 등 아쉬움


한국야쿠르트 간편식 밀키트 '잇츠온'. 사진=한국야쿠르트

하루에도 수많은 제품들이 쏟아지고 갖가지 서비스가 등장합니다. 정부 정책도 연일 발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소비자와 국민들을 겨냥한 이들 제품과 서비스, 정책이 정말 유용하고 의미가 있는 것인지 정확히 가려내기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세계파이낸스는 기존 사용후기식 제품 비교에서 벗어나 제3자 입장에서 냉정하게 분석하고 평가해보는 새로운 형태의 리뷰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수동적인 입장이 아니라 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입장의 [그래서요?] 시리즈를 통해 제품 ·서비스 ·정책의 실효성과 문제점 등을 심층 진단합니다.  <편집자주>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집에서 가벼운 식사를 즐기는 식문화가 확산되면서 간편식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습니다. 2011년 1조1067억원 수준이던 국내 가정간편식 시장은 최근 5년 동안 연 평균 17%씩 성장하면서 지난해 3조원을 육박했습니다. 올해는 4조원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식품업체도 이러한 흐름에 맞춰 속속 간편식 제품을 내놓고 간편식 시장 공략에 나섰습니다. CJ제일제당의 '고메(Gourmet) 상온 간편식'은 출시 9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300만개를 돌파했습니다. CJ제일제당측은 집에서도 간편하게 전문점 셰프 수준의 요리를 즐길 수 있다고 말합니다.

지난해 7월 출시한 한국야쿠르트 '잇츠온'도 150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현대백화점도 프리미엄 HMR '원 테이블'을 출시한 지 4개월 만에 20만개를 판매해 백화점 VIP 입맛을 사로잡았습니다.

일반적으로 가정에서 요리하려면 '식재료 구입→식재료 손질→조리→섭취→정리'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그러나 간편식은 이런 과정에 필요한 노력과 시간을 최대한 줄이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짧은 시간에 간편하게 조리해 먹을 수 있는 가정식 간편식을 HMR(Home Meal Replacement)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간편식도 업체별로 상품 구색, 조리 방법 등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바로 먹을 수 있는 RTE(Ready To Eat), 데우기만 하면 먹을 수 있는 RTH(Ready TO Heat)제품도 있고 최근에는 밀키트(Meal Kit)라고 불리는 RTC(Ready TO CooK)제품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밀키트는 가정에서 간편하게 요리할 수 있도록 손질된 식재료와 소스, 요리방법이 소개된 설명서로 구성돼 있습니다.

기자는 간편식이지만 직접 요리할 수 있는 밀키트 방식의 한국야쿠르트 잇츠온을 직접 요리해봤습니다.

◇ 기본적인 요리 도구만 있으면 손쉽게 '뚝딱'

'비프 찹스테이크' 밀키트에 들어있는 음식 재료와 소스, 요리 방법 설명서.

'비프 찹스테이크' 밀키트를 받고 요리를 시작했습니다. 겉포장지에 2~3인분용으로 15분이면 요리할 수 있다고 쓰여있습니다. 요리하기도 쉽다고 적혀있습니다. '간편식은 인스턴트'라는 편견이 있던 기자는 제품을 뜯기 전 과연 얼마나 괜찮은 요리가 나올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포장지를 뜯은 키트에서 스테이크, 편마늘, 방울토마토, 양송이버섯 등 요리 재료를 보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재료는 모두 손질된 상태로 아이스팩과 함께 배달돼 신선했습니다. 고기와 야채 모두 마트에서 골라 구매한 것처럼 상태도 양호했습니다.
'비프 찹스테이크' 밀키트에는 요리방법 설명서가 포함돼 있다.

요리 방법도 사진과 함께 제공돼 '요리 초보'인 기자가 따라하기에 어렵지 않았습니다. 키친타월로 소고기의 핏물을 제거하고 허브솔트를 뿌리고 올리브 오일을 바릅니다. 그 위에 로즈마리를 올리고 10분간 숙성시킵니다.

이후 강불로 팬을 1분간 예열한 뒤 소고기와 로즈마리를 넣고 1분간 볶으면 됩니다. 팬에 남은 오일을 두르고 모든 야채를 넣고 강불에서 2분간 볶습니다. 이어 스테이크 소스를 넣고 골고루 섞으면 완성됩니다. 실제 요리를 완성해 그릇에 담는 시간까지 20분 정도가  걸려 15분 걸린다는 예상 조리 시간과 맞아 떨어졌습니다. 
'비프 찹스테이크' 밀키트에 들어있는 식재료로 요리하는 과정. 핏물을 뺀 소고기에 오일과 허브솔트, 로즈마리를 올린 뒤 팬에 올려 야채, 소스 등과 볶아 요리하면 된다. 

구매자 A씨는 "재료 하나하나 신선하게 포장해 오니 마트에서 바로 사다 만든 듯하다"며 "고기를 썰거나 계량할 필요 없이 요리 초보도 쉽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잇츠온의 가장 큰 장점은 냉장상태로 손질된 신선한 재료가 배달돼 건강한 음식을 만들 수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1인 가구나 맞벌이 부부 같이 많은 양의 장을 보기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필요한 양의 재료가 모두 손질된 상태로 요리할 수 있다는 것은 요리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또한 스테이크 소스나 로즈마리 등 일반 가정에서 상시 구비하지 않은 재료도 포함돼 재료 준비에 신경쓰지 않아도 됩니다. 

실제로 닐슨 리서치가 2016년 12월 27~29일 밀키트를 구입한 미국의 18세 이상 소비자 201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밀키트를 구입한 이유를 물어보니 '식사 계획 시간을 단축하기 때문'(46%)이라는 답이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요리·조리시간 단축'과 '장보는 시간 절약'이 각각 45%와 37%로 나타나 2위와 3위를 차지했습니다.

단순히 전자렌지에 음식을 데우는 기존의 레토르트식품과 달리 요리하는 재미도 있습니다. 프라이팬, 냄비 그리고 뒤집개나 국자 등 기본적인 조리 기구만 있으면 레스토랑에서 먹을 법한 스테이크, 스파게티 등을 집에서 먹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야쿠르트는 현재 비프 찹스테이크를 포함해 프라임 스테이크와 치킨 라따뚜이 등 총 20여종의 밀키트 제품을 판매 중입니다. 최근에는 차돌박이 순두부찌개, 소고기 고추 잡채& 꽃빵, 떡볶이 등을 출시하며 레스토랑 메뉴에서 한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밀키트 요리를 소비자에게 선보이고 있습니다.

또 다른 구매자 B씨는 "찹스테이크 같은 음식은 집에서 만들기에 부담스러웠는데 소스까지 배송돼 걱정 없이 요리할 수 있었다"며 "집들이나 기념일에 손님을 초대할 때 대접해도 좋을 것 같다"고 평가했습니다.

 ◇ 플라스틱· 비닐 등 쓰레기 많은 게 흠 …유통기한 3일 정도로 짧아
완성한 '비프 찹스테이크' 요리. 손질된 재료가 배달되기 때문에 요리 시작부터 그릇에 담는 시간까지 20분이면 충분하다.

신선한 재료에 요리하는 재미까지 주는 간편식에도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습니다.

간편식은 소비자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플라스틱 용기나 비닐류에 포장돼 판매됩니다. 요리를 해본 비프 참스테이크 키트도 플라스틱 용기 1개에 10개가량의 비닐포장이 사용됐습니다. 비단 특정 상품만의 문제가 아닌 간편식을 판매하는 식품업계가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여겨집니다. 다만 모든 재료가 정량에 맞게 제공되기 때문에 음식물 쓰레기는 나오지 않습니다.

구매자 C씨는 "필요한 만큼 재료가 들어가 있어서 음식물쓰레기를 줄이는데 도움이 되지만 대신 간편식 특성상 비닐쓰레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기자는 요리하는 초반에 고기를 숙성시키는 과정에서 소스만 따로 있는 포장지를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때문에 밀키트에서 제공한 올리브유와 허브솔트를 사용하지 못하고 원래 갖고 있던 재료로 대체했습니다. 찹스테이크 소스라고 포장지에 적혀있듯이 올리브유와 허브솔트도 이름표가 쓰여있었다면 실수를 하지 않았으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밖에도 간편식 가운데 밀키트는 냉동식품이나 레토르트식품이 아닌 냉장식품으로 배달되기 때문에 유통기한이 3일 정도로 짧습니다. 유통기한이 짧다는 것은 그만큼 음식 재료가 신선하고 요리의 본연의 맛을 살렸다는 것을 뜻합니다.

따라서 집에서 요리할 시간을 쉽게 내기 어려운 사람이라면 밀키트 간편식보다는 전자렌지에 데워 바로 먹을 수 있는 냉동식품, 레토르트식품이 적합해 보입니다. 밀키트의 경우 유통기간 내에 요리하지 못해 재료가 상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계속되는 외식이나 즉석음식에 지쳐 시간이 걸리더라도 건강하게 집밥을 먹고싶은 사람이라면 밀키트 간편식을 추천합니다. 

가격(한국야쿠르트 잇츠온 밀키트 2~3인분 기준)은 재료에 따라 7000원대에서 27000원대로 다양합니다. 보통 고기나 해산류가 주요 재료로 포함된 밀키트의 경우 1만원 후반대에 가격이 책정됩니다. 버섯부추잡채의 경우 3~4인분이 1만2000원으로, 식단이나 가격 등을 고려해 소비자가 취향에 맞게 선택하면 됩니다. 홈페이지나 모바일앱에서 제품을 주문하면 단품이더라도 야쿠르트 아주머니가 배송비 없이 직접 배달해줍니다.

구매자 D씨는 "밀키트 간편식의 가격이 외식하는 것과 비교해 저렴하지 않지만 2~3인을 위해 가격이 책정돼 있기 때문에 2인 가구에서 요리해먹기 좋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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