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파이낸스=주형연 기자] 최근 정제마진이 다시 하락세를 보이면서 하반기 정유업계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지 우려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 싱가포르 정제마진은 지난주보다 0.6달러 하락한 배럴당 4.9달러를 기록했다. 7월 둘째 주 정제마진(배럴당 7.5달러)과 비교하면 2.9달러 하락한 수치다. 지난 20일 기준 정제마진은 배럴당 3.8달러까지 하락하는 등 8월 셋째 주 평균가는 더욱 감소할 전망이다.
정제마진은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가격과 수송·운영비 등 비용을 뺀 금액을 말한다. 정제마진의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4~5달러 수준이며 정제마진이 1달러 떨어질 때 정유사 영업이익은 분기당 약 2000억원 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정제마진이 급락한 것은 선박 원료로 사용되는 벙커씨유가 내년 국제해사기구(IMO) 규제 시행을 앞두고 수요가 감소함과 동시에 중국발 공급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벙커씨유 정제마진은 지난달 평균 배럴당 3달러에서 이달 둘째주 전주보다 5.5달러 하락한 -8.3달러로 급락했다.
여기에 미중 무역분쟁의 장기화가 석유제품의 수요 감소로 이어져 업계에선 하반기에도 정유시장 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미 상반기 정제마진 하락의 여파로 정유사들은 1~2분기 실적이 모두 전년 동기 대비 반토막이 났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정보업체 CEIC에 따르면 미중 갈등이 본격화된 지난 3~4월 중국의 경유 수요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20% 감소했다.
다만 하반기 IMO 2020 시행을 앞두고 경유 수요가 급증하면 정제마진도 상승세를 탈 가능성이 있기에, 업계에선 황 함량 규제에 기대를 걸고 있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은 "IMO 2020 시행 이후 하반기부터 디젤 가격 강세가 예상돼 2년간 하락했던 정제마진이 반등할 수도 있다"며 "해운사들의 선박용 경유 (MGO) 수요도 하반기부터 확대될 것으로 보여 상황을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 연구원은 "내년 미국 원유수출 증가에 따른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 상승도 호재"라며 "미국 정제설비의 원가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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