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지는 총수들, 사업재편·세대교체 빨라진다

구광모·조원태·박정원 등 창업 3 · 4세 경영 전면에
그룹 전체 체질 변환 시도…미래 먹거리 개발 박차

올해 1월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는 2019 기해년 신년회’에서 이재용(왼쪽부터)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환담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계비즈=장영일 기자] 창업 3·4세대들이 경영 전면으로 부상하며 재계 총수들이 젊어지고 있다. 해외유학을 통해 국제감각을 갖춘 30~40대 젊은 총수들의 등장으로 사업재편과 세대교체도 빠르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 3, 4세대 총수가 대세…30~40대 회장님도 등장

 

올해 5월 공정거래위원회는 구광모(41) LG그룹 회장과 조원태(44) 한진그룹 회장, 박정원(47) 두산그룹 회장 등 재계 3~4세들을 그룹 총수로 인정했다.

 

구 회장은 창업주 구인회 전 회장과 구자경 명예회장, 구본무 회장에 이어 4세대가 ‘정부 공인’으로 그룹 전면에 나서게 된 것이다.

 

박 회장은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박두병 창업 회장의 맏손자다. 박두병 회장의 부친인 박승직 창업주부터 따지면 두산가 4세대다. 조 회장은 조중훈 대한항공 창업주와 조양호 한진그룹 선대회장의 뒤를 잇는 3세대다. 특히 구 회장과 박 회장은 공정위가 1987년 총수 지정을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지정한 4세대 총수다.

 

최근 LS그룹도 3세 경영시대를 열었다. 정기인사에서 오너3세가 처음으로 계열사 대표이사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예스코홀딩스 대표이사 CEO로 선임된 구본혁(42) LS니꼬동제련 부사장이 주인공이다. LS 오너 3세 중 CEO에 오른 것은 구 부사장이 처음이다. 구 부사장 외에 다른 3세 경영인들도 승진하면서 LS그룹이 본격적으로 3세경영에 시동을 건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총수에 오른 3세대 이재용(51)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49) 현대차 수석부회장 등은 안정적으로 그룹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다.

 

현재 주요그룹 중 10년 넘게 총수 자리를 지키고 있는 60대 이상 총수는 허창수(71) GS그룹 회장, 김승연(67) 한화그룹 회장 정도다.

(왼쪽부터) 구광모 LG그룹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 그룹체질 변화 주력, 세대교체부터 미래먹거리 재편까지

 

창의적, 수평적인 문화에 익숙한 뉴리더들은 그룹 전체의 체질 변환을 시도하고 있다. 주력업종 외에 미래 먹거리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등 뉴 리더들이 그리는 산업 지형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허세홍 GS칼텍스 대표이사(49)는 주력사업인 정유사업 외에 전기차 인프라 구축과 석유화학 사업 고도화 같은 에너지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36)는 한화그룹 핵심 먹거리인 태양광사업을 맡고 있다. 조원태 회장은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핵심사업 외에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LG그룹은 작년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AI, 로봇, 5G 등 새로운 먹거리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외부 인재를 적극적으로 수혈하면서 수익성이 떨어지는 비주력 사업은 과감하게 정리하고 있다. LG유플러스 전자결제사업부와 LG전자 하이엔텍·히타치솔루션 등의 매각·철수 작업이 진행됐다.

 

젊은 총수들이 등장하며 세대교체 바람도 불고 있다. 이미 올해 100대 기업 임원 중 1950년대 말~1960년대 초반 출생(55∼64세)은 작년 대비 8%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960년대 말~1970년대 초(45∼54세)는 8% 늘었다.

 

올해는 LG에서 43년간 몸담았던 ‘세탁기왕’ 조성진 부회장도 후배들을 위해 물러났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조력자로 꼽히던 이갑수 전 이마트 대표도 올해 인사를 앞두고 퇴진하는 등 세대교체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 전 분야에 걸쳐 AI·빅데이터 등 4차산업혁명 기술 도입이 활발해지면서 새로운 기술과 시장환경에 이해도가 높은 젊은 CEO나 외부 인사의 영입이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jyi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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