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문제 숨기는 부모님, 설날에 딱 걸렸네!

부모님 건강 체크 최적기…체중 감소는 다양한 질환 징후
근육량 늘리고 짠 음식 피해야…치아· 안구건강 관리 중요

[정희원 기자] 설 연휴 등 명절은 부모님의 건강을 체크하기 가장 좋은 ‘최적기’다. 평소 안부만 묻다가 오랜만에 얼굴을 마주하다보면 그동안 놓치기 쉬웠던 건강 문제를 파악하기 용이하다.

 

최근의 장년층은 스스로 건강을 관리하려는 의지가 강한 편이나, 60대 이후에 들어서면 단순 식이조절과 운동만이 답이 될 수는 없다. 자연스러운 노화에 따른 징후들이 하나 둘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번 설, 부모님 댁에서 눈여겨봐야 할 증상을 소개한다.

 

◆가장 먼저 ‘체중변화’ 체크

 

부모님의 건강의 척도는 체중을 통해 가늠할 수 있다. 한결같이 변함 없는 모습이라면 좋겠지만, 일상에 치여 못 보는 사이에 몸무게가 많이 변했다면 건강상태를 의심해볼 수 있다.

 

특히 노년층은 체중감소를 주의해야 한다. 조찬호 청담셀의원 원장(가정의학과 전문의)은 “평소 적정 체중을 유지하던 부모님의 몸무게가 명절 때 급격히 줄었다면 전반적인 건강검진을 받는 게 좋다”며 “특히 몸무게가 기존보다 10% 이상 줄어드는 것은 다양한 질환의 징후일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설 명절은 그동안 놓치기 쉬웠던 부모님의 건강문제를 파악하기 좋은 찬스다. 게티이미지뱅크

◆식단·라이프스타일 보면 건강이 보인다

 

부모님의 식탁도 파악해봐야 한다. 나이가 든 부모님의 식탁은 점점 간소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노인들은 대체로 흰 쌀밥에 국·찌개, 짠 반찬 등으로 이뤄진 식단을 꾸려간다. 이는 탄수화물과 나트륨을 하루 권장량 이상 섭취하도록 만드는 요소다. 단백질이나 무기질을 섭취하기에는 부족하다.

 

이선호 대전 글로벌365mc병원 대표병원장은 “고령으로 접어들수록 식사가 부실해지기 쉬운 것은 아무래도 나이가 들수록 미각이 둔해진 탓에 자극적으로 간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노인들은 성인에 비해 짠맛에 3.5배 더 둔감한데, 이같은 식사를 이어가면 체중조절은 물론 만성질환 관리에 걸림돌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선호 병원장은 부모님에게 평소 식사 때마다 생선이나 계란, 콩 등 단백질을 추가하도록 권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나이가 들수록 근육이 빠지는데, 이를 방치하면 통증질환에 취약해지는 것은 물론 기초체력도 서서히 저하된다. 노인은 하루에 체중 1㎏당 1.0~1.5g의 단백질을 섭취하는 게 권장된다.

장년층의 체력저하는 기본적으로 근육량이 떨어지는 데서 비롯된다. 가벼운 운동과 단백질 식단을 권하자. 게티이미지뱅크

◆부모님 체력, 간단한 동작으로 확인하세요

 

만약 부모님의 체력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다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스포츠개발원이 제시한 ‘노인기 자립생활을 위한 적정 일상생활체력 분별점’을 통해 어느 정도 가늠해볼 수 있다.

 

대체로 간단한 동작으로 이뤄져 집에서도 부담이 없다. 우선 ‘의자에서 앉았다 일어서기 횟수’ ‘6분 걷기’ ‘8자보행’ 등을 통해 체력검사가 가능하다.

 

의자에 앉았다 일어서기는 65~69세 남성은 18개를, 여성은 17개를 수행하면 안정권이다. 70~74세 남성은 16개, 여성은 14개가 기준이다. 75세 이상은 남성 13개, 여성 12개를 해내야 일상 체력에 문제가 없다는 의미다.

 

6분 걷기는 말 그대로 평지를 6분간 걷는 것이다. 65~69세 남성 492m, 여성 454m를 넘어서야 한다. 70~74세는 남성 460m, 여성421m를 걸어야 무리가 없다. 75세 이상은 남성 422m, 여성 314m가 기준이다.

 

협응력을 확인하는 8자보행은 말 그대로 서서 8자로 걸어 제자리로 오는 동작이다. 65~69세 남성은 24.8초, 여성은 25.5초 안에 동작을 마무리하는 게 좋다.

70~74세 남성은 27초, 여성 29.7초가 기준이다. 75세 이상 남성은 31.2초, 여성 36.4초 안에 마무리해야 안정적인 체력을 가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만약 이들 기준에 들어서지 못한다면 기초체력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소화가 용이한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고, 충분히 운동하는 게 좋다.

 

조찬호 원장은 “우선 고강도의 운동은 피로를 가중시키고, 관절에 무리를 줄 수 있으니 처음에는 가볍게 10분만 한다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특히 장년층은 대부분 무릎관절염을 앓고 있기 때문에 평지걷기, 체조, 수영, 고정식 자전거 등이 추천된다”고 설명했다.

 

◆안구건강 체크, 시야 뿌옇고 흐려졌다면 백내장 의심

 

현대인의 눈은 항상 피로하다. 최근에는 중장년층은 물론 노년층에서도 스마트폰이 대중적으로 보급되며 안구건조증이나 다양한 안구질환으로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눈은 노화와 함께 다양한 질환에 노출될 수 있어 정기적인 안과검진이 중요하다.

 

만약 부모님이 ‘안경이 잘 맞지 않는 듯하다’ ‘요즘 들어 주변이 뿌옇게 보인다’고 할 경우 안과 검진이 필요하다. 특히 장년층에서는 백내장이 흔해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루민 이대서울병원 안과 교수는 “장년층에 접어들면 ‘노인성 백내장’이 나타나기 쉬운데, 이는 병이라기보다 노화과정의 일부”라며 “흰머리 생기듯 눈에도 백내장이 생기는데 60세가 되면 60%에서, 70세에는 70%에서 백내장을 겪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고 했다.

 

백내장이 나타나면 겉으로 큰 변화는 없지만, 약간 필터가 낀 듯 시야가 뿌옇게 변한다. 갑자기 TV가 흐려진 것 같다고 하거나, 시야가 좁아진 것 같다는 말을 넘겨짚지 말아야 한다.

 

◆구취 심해지고 잇몸 자주 붓는다면 ‘치아건강 경고등’

 

치아노화도 삶의 질에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요소다. 치아상실·풍치가 대표적이며 치아가 약하면 음식물 섭취에 어려움이 생긴다. 이때 소화가 제대로 되지 않다보니 영양문제로 이어지는 경우가 빈번하다. 부모님의 구취가 심해졌거나, 잇몸이 자주 붓거나, 잇몸에 볼록하게 고름이 차 있다거나, 들뜬 느낌이 든다면 치과로 가야 한다. 가능한 자연치아를 오래 사용하고, 임플란트 치료를 최대한 미룰 수 있도록 미리 관리하는 게 상책이다.

 

◆충분히 대화하며 정신건강(우울감, 가벼운 치매 등) 챙겨야

 

단순히 기억력이 떨어졌다고 해서 모두 치매는 아니다. 이진산 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나이가 들면 누구나 인지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치매를 제대로 예방 대처하려면 의심증상을 정확히 숙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이 교수가 설명한 치매 의심증상이다. △최근의 대화 내용을 반복적으로 기억하지 못하거나 사건의 힌트를 줘도 기억하지 못할 때 △평소와 달리 표현이 불분명하고 단어를 잘 떠올리지 못할 때 △길을 잃고 방향을 헤맬 때 △예전에 비해 일을 추진하고 수행하는 능력이 떨어질 때 △사소한 일에도 예민하거나 공격적인 말과 행동을 보일 때에는 치매를 의심해야 한다. 이 교수는 “우선 부모와의 자연스러운 대화 속에서 손자 등 가족의 이름과 최근에 있었던 일들을 잘 기억하는지 살펴보는 게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happy1@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