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구에 퍼지는 ‘마더테레사 효과’

[정희원 기자] 코로나19와의 사투에 전국의 의료진들이 뛰어들고 있다. 하루 200명이 넘는 확진자가 새로 발생하는 등 코로나19 감염증 확산세를 진화하기 위해서다.

 

전국에 ‘마더 테레사 효과’가 퍼지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대구 지역으로 힘을 모으러 가는 의료진이 늘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29일 대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800명 넘는 의료인들이 감염위험을 무릅쓰고 봉사를 자원했다”고 밝혔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24일부터 대구 지역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힘 써줄 의료인력을 모집해오고 있다. 검체 채취와 치료를 돕기 위한 일손을 모으기 위해서다. 의협도 ‘대한의사협회 코로나19 대책본부’를 구성해 자원봉사단을 파견하고, 경북도의사회도 고군분투 중이다.  

대구 계명대 동산병원 관계자와 대구시 지원 인력이 코로나19 확진자 입원 병동으로 들어가기 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뉴스1

◆‘응답하라 1979’ 동기 호소에 한달음… 고령 자원봉사자도 나서

 

이성구 대구시 의사회장(60)은 개인병원 진료실 문을 닫고 코로나19 전담병원 격리병동으로 달려왔다. 그는 25일 “단 한 푼의 대가, 한마디의 칭찬도 바라지 말고 피와 땀과 눈물로 시민들을 구하자. 대구 의사 5700명이 질병과의 힘든 싸움에서 최전선 전사로 분연히 일어서자. 퇴근 뒤, 일과 뒤 확진자 진료소에 와달라”는 호소문을 밝혔고, 다음날 250여명의 의료진이 응답했다. 현재도 꾸준히 자원봉사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경북대 의대 79학번 동기인 서명옥 전 서울 강남구 보건소장도 딸의 간곡한 만류에도 불구, 동기의 호소에 답했다. 그는 메르스 사태 때 사태를 진두지휘한 인물이다. 서명옥 전 소장은 3000만원의 성금을 모아 대구로 향했지만 이성구 회장은 “마음은 고맙지만, 방역 최전선에서 일했던 경험 전수로 충분하다”며 “지금은 대구 지역 의료진으로 막아보겠다”고 만류했다.

 

그럼에도 서명옥 전 소장은 감염병 관리 경험 등을 전하며 당분간 대구에 머무를 계획이다. 그는 “대구시의사회와 대구시에 메르스를 겪은 강남구 사례를 통해 조언하겠다”며 “대구에서 필요로 하는 곳에 봉사할 계획”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경산에서 개인병원을 운영하는 조현홍 씨(66)도 병원 문을 잠시 닫고 봉사에 나섰다. 그는 자원봉사자 중 가장 고령이다. 그는 “나 같은 늙다리 내과의가 쓰일 데가 있을까 싶지만, 그래도 시민들을 구하기 위해 신청했다”고 했다.

 

◆대학병원, 거점병원 역할 수행·의료진 파견 나서

 

전국의 대학병원들도 힘을 보탠다. 서울아산병원은 27일 오전 경북 김천의료원에 입원 중이던 70대 여성 환자를 넘겨 받았다. 삼성서울병원도 코로나19 확진환자를 받기로 했다. 서울대병원은 구내 직원식당에 음압병상 12개를 들여놓기 위해 개조 공사에 나서는 중이다.

 

세브란스병원은 의료진이 부족해 애를 먹고 있는 대구경북 지역에 의료진 파견한다. 세브란스병원은 코로나19 지역거점병원으로 자원한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에 대구 출신의 간호사 10명을 다음 달 파견한다.

대구 계명대 동산병원 파견 나온 공보의들, 사진=연합뉴스

◆국방부, 임용예정 공중보건의 750명 조기임용

 

국방부도 이와 관련 올해 신규 임용 예정인 공중보건의사 750명을 조기 임용하기로 결정했다. 육군본부는 대구에 파견된 공중보건의를 위해 세면도구 등 생필품 3600점을 보내기도 했다. 현재 의과 공중보건의사들은 선별진료소, 전국 공항 검역소, 다른 시도 의료 인력으로 차출 등 일선 국가 방역체계 현장에 투입되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다만 열악한 근무환경과 부족한 방역물품 등은 개선돼야 할 사항으로 지적된다.

 

◆의료진 힘내세요! 시민들도 온정의 손길

 

의료진들의 노고를 응원하기 위한 온정의 손길도 이어지고 있다.

 

대구 중구에서 ‘공감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허영철 씨(51)는 자원봉사자에게 무료로 숙소를 제공하고 있다. 허 씨는 대구로 의료진이 온다는 소식에 25일부터 일반 손님을 받지 않겠다는 의지를 대구시 의사회에 전달, 의료진의 편안한 잠자리를 지원해 감동을 주고 있다.

 

대구·경북 지원 의료진의 SRT(수서고속철)과 한국철도도 동대구역에서 승·하차하는 의료지원 인력이 의료 면허증 혹은 증빙서류를 역 창구에서 보여주면 무료로 발권하도록 하고 있다.

 

연예인들도 의료인을 위해 기부 릴레이에 동참하고 있다. 축구선수 이동국, 가수 아이유, 방송인 정준하, 배우 이종석 등은 대한의사협회 등을 통해 방역물품을 지원하며 의료진을 응원하고 있다. 박종혁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마스크, 손소독제 등과 같은 기본적인 방역물품조차 의료기관에 지원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환자 치료에 매진하고 있는 현장의 많은 의료진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감사를 전했다.

happy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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