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다가올 미래, IRP도 로보어드바이저로 자산관리

최영미 하나은행 영업1부PB센터 부장

 요즘 금융사 광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면 단연 1위는 개인형퇴직연금(IRP)이 아닐까 싶다. 그만큼 장기적 관점에서 각 금융사에 꼭 필요한 자산일 뿐만 아니라, 개개인으로서도 매우 소중한 금융자산이 바로 IRP다.

 

 지난해 7월 기획재정부가 규제 샌드박스를 통한 퇴직연금 적립금에 대한 투자일임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허용 방안을 발표했다. 퇴직연금의 경우 원칙적으로 일임 형태의 운용이 허용되지 않아 그동안 퇴직연금 적립금에 대한 로보어드바이저(RA) 서비스도 자문 형태로만 제공됐다. 해당 서비스는 지난해 10월 신규 신청받은 기업 대상으로 코스콤 심사를 거쳐 올 하반기 시범 도입될 예정이며, 이후 성과에 따라 전면 제도화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국내 퇴직연금 시장은 2023년 말 기준 약 378조원 규모로 성장 잠재력이 크며, 최근 적극적 자산운용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이러한 상황에서 퇴직연금 시장에 장기 운용에 적합한 로보어드바이저 기반의 투자일임 서비스가 도입될 경우 해당 서비스에 대한 빠른 수요 확대가 기대되고 있다.

 

 샌드박스 형태라 단기적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으나, 시범 운용 이후 전면 허용돼 기존 가입 연금으로까지 확대 적용 시 자산관리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은퇴 준비자들을 중심으로 높은 수요가 예상되며, 모바일 환경에 익숙한 MZ세대가 연금 시장으로 본격 유입되면 수요는 보다 증가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제도 변화가 침체된 RA 시장을 활성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샌드박스 참여를 준비 중이다. 특히 투자일임 라이선스가 있는 증권사들이 인공지능(AI) 관련 조직을 신설, RA업체에 지분 투자, 자체 기술 개발 및 핀테크와의 제휴 확대 등 시장 선점에 가장 적극적이다.

 

 일임 라이선스가 없는 은행권의 경우 아직까지 다소 보수적으로 접근하고는 있으나, 관련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한편 RA일임업자를 통해 RA 기반의 퇴직연금 일임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제휴를 맺는 등 핀테크 업체와의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연금 대상 일임 형태의 RA 서비스가 빠르게 확대돼 단순한 연금자산 운용 외에도 연금자산의 최적화, 안정적 현금흐름 창출과 효과적인 연금 인출 전략 등으로 서비스가 세분화돼 운용 중이다. 핀테크 업계에서도 은퇴 분야로 서비스를 확대하는 한편 은퇴 특화 업체도 등장했다.

 

 실제 RA알고리즘은 자산 배분을 통한 안정적인 성과 창출 등 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두어 장기투자 상품인 퇴직연금을 관리하는데 더 적합하며, 기존의 보험, 신탁 형태로 개별 관리되던 퇴직연금 중 일정 부분이 RA기반의 일임계약으로 전환, MZ세대의 연금 시장 진입과 함께 수요가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임 라이선스를 보유한 증권사의 수혜가 예상되는 가운데 연금 손님 유치와 이탈 방지를 위한 은행권의 적극적인 시장 참여가 예상돼 개개인의 편의성과 니즈에 맞는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제공하는 IRP 일임형 서비스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앞으로 많은 고객들이 보다 발전된 RA 은퇴자산관리 서비스의 수혜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영미 하나은행 영업1부PB센터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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