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은행의 미래 신성장 동력은 디지털자산분야에서 찾아야

 

비트코인 가격 상승세가 매서웠다. 미국 증시에 비트코인 현물 ETF(상장지수펀드)가 상장돼 기관 투자가들의 자금이 대규모로 유입된 까닭이다. 여기에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도 한몫한 데다, 반감기 이슈가 선반영돼 그 기세가 쉽게 꺾이지 않는 모양새다. 코인 투자가들이 지난해부터 그토록 침이 마르도록 말한 반감기가 4월 22일에 도래한다니 코인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혹할 만하다.

 

비트코인이 제도권에 안착했지만, 큰 변동성은 여전히 문제다. 그렇지만 그 관심에 편승해 더 많은 코인과 토큰이 난무한다. 이와는 별개로 디지털 자산 혹은 화폐가 실생활에 쓰이게 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듯하다. 거기에는 스테이블 코인이 그 선두에 있다. 더구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인 CBDC는 현금을 우리 지갑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할 것 같다.

 

하지만 시장의 기대나 디지털 자산의 움직임과는 달리 관련 법제화는 여전히 답보 상태다. 2022년부터 추진돼 온 디지털자산기본법은 21대 국회에서 문턱을 넘지 못했다. 용어조차 가상화폐, 암호화폐, 디지털화폐 등등 혼란스럽다. 디지털자산을 둘러싼 정부, 금감원, 한국은행, 금융회사, 기관투자자, 개인 모두 자신의 입장에 따라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게 현실이다. 규제를 담당하는 쪽이 아닌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디지털 자산에서 찾는 은행으로써는 만족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법제화만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다. 그러기에 일본 대형 은행의 디지털자산 관련 사업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일본은 2017년 암호화 자산, 2020년 유틸리티토큰, 지난해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 장치를 마련했다. 관련 법규에서 디지털자산을 스테이블코인, 암호화 자산, 토큰 증권, 유틸리티토큰, 기능형 이외의 NFT 등 5가지로 구분하고, 각각의 디지털 자산에 대해 세부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6월 1일 자금결제법 개정안 시행을 통해 디지털화폐 유사형인 스테이블코인을 전자결제수단으로 정의하고, 은행 및 자금이동업자와 더불어 일정 요건을 갖춘 신탁회사도 전자결제수단의 발행자가 될 수 있도록 확대했다. 그 배경에는 알고리즘형 스테이블코인인 테라 사태, 자금세탁방지를 위한 필터링에 대한 필요성 증가, 고액의 선불지급수단이 확대되고 있는 시장 상황 등이 있다. 특히 스테이블 코인은 법정화폐 담보형, 암호자산-상품 담보형, 알고리즘형으로 분류하고 법정화폐 담보형만을 전자결제 수단으로 인정했다. 이에 일본의 대 형 은행들은 스테이블코인을 비롯한 디지털 통화 발행 및 유통을 위한 차세대 디지털자산 플랫폼인 ‘프로그맷(progmat)’을 구축하고 결제 수단으로 이용할 코인 발행에 나섰다. MUFJ 신탁은행을 중심으로 뭉친 이 플랫폼은 ‘전국 은행 자금 결제 네트워크’를 통하지 않고 자신들이 구축한 스테이블코인 시스템을 기반으로 자금 이체가 이루어지는 구조를 지닌다.

 

시장의 반응은 나쁘지 않다. 약 1000조 엔에 달하는 기업 간 결제나 무역 결제 분야에서의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미 세계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확대일로다. 지난해 호주 내셔널오스트레일리아뱅크는 호주 달러로 가치가 고정되는 스테이블코인 ‘AUDN'을 도입했으며, 스페인의 모네이는 유로화에 연동한 스테이블코인 ‘EURM’를 시범 운용 중이다. 앞으로 스테이블코인은 소비자 플랫폼과 통합돼 유통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투자은행 번스타인은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2028년까지 2조 8000억 달러로 성장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우리나라도 디지털자산에 관한 법적 장치가 하루빨리 마련돼야 한다. 그러면 은행도 미래의 신성장 동력을 디지털 자산과 관련한 비즈니스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우식 전 NH금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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