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비즈=박정환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입국제한 및 항공노선 폐쇄 조치로 항공업계가 고사 위기에 처했다. 항공업계 손실이 무려 5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예상까지 등장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9일 일본과 한국을 오가는 하늘길이 대부분 막히면서 총 103개국이 한국 출발 여행객에게 입국금지 조치를 내리거나 입국절차를 강화했다. 한국 전역에 대한 입국금지 조치는 42개국, 격리 조치 15개국, 검역 강화 및 권고사항 발표가 46개국이다.
일본 노선을 포함해 각국의 항공편이 끊기면서 항공업계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한국항공협회에 따르면 2월 넷째 주 국제선 여행객 수는 65만2626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65.8% 줄었다. 중국 노선 여행객은 85.2%, 일본은 70.6%, 동남아시아는 62.1% 줄었다. 미주와 유럽도 각각 11.8%, 29.8%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항공업계는 오는 6월까지 매출 피해만 최소 5조875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상반기 여객 전망 감소치를 국제선 평균 운임인 27만9955원으로 계산한 것이다. 일본의 이번 입국제한 조치로 인해 피해액은 훨씬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국제선 운항이 멈춘 저비용항공사는 앞으로 수익은 거의 제로에 가깝지만 항공기 리스크, 공항시설이용료, 인건비 등 고정비용만 한 달에 평균 100억원~200억원씩 누적되고 있어 자칫 부도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일본이 한국인 입국자를 14일간 대기 조치하도록 하는 등 입국제한 강화 방침을 발표하면서 상황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지난 5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한국과 중국으로부터의 입국자에 대해서 검역을 강화하고, 입국자는 검역소장이 지정한 장소에서 2주간 대기하며 일본 내 대중교통을 사용하지 말 것을 요청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여기에 한국 정부가 상응조치로 맞대응하면서 양국 간 하늘길이 사실상 막혀 버렸다. 외교부·국토교통부·법무부 등에 따르면 9일 0시를 기준으로 대한항공과 제주항공의 인천~나리타 각 하루 1편,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의 인천~간사이 각 하루 1편의 항공편을 제외한 한·일 간 하늘길과 뱃길이 모두 봉쇄됐다.
이에 따라 국내 항공사들도 일제히 일본노선 운항을 중단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보통 일본은 짧게는 2박3일, 길게는 4박5일 코스로 여행가는 경우가 많은데 누가 2주간 억류되면서까지 여행을 가겠는가”라며 “이런 상황에서 일본노선을 운항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일본 12개 도시 17개 노선을 운영했던 대한항공은 오는 28일까지 인천~나리타 노선(주 7회)을 제외하고 나머지 노선의 운항을 전부 중단한다. 지난해 4분기 기준 대한항공의 일본 노선 매출은 전체의 12%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 6개 도시에서 8개 노선을 운영한 아시아나항공도 오는 31일까지 전체 노선의 운항을 중단키로 결정했다.
중국과 동남아 노선 감축 이후 그나마 일본 노선으로 버텨왔던 저비용항공사(LCC)는 사실상 ‘셧다운’ 상태에 놓였다.
제주항공은 ‘인천~나리타’ 노선을 제외한 나머지 8개 노선의 운항을 중단했고 티웨이항공과 진에어도 일본 노선 전체가 올스톱됐다.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에어서울 등은 일본 노선 중단으로 사실상 모든 국제선이 멈췄다.
LCC들은 국제선 노선을 80% 이상 중단하면서도 그나만 일본 노선 운항은 유지하며 버티고 있었다. 국제선이 모두 끊긴 초유의 사태에 항공사들은 국내선 일부만 운항하며 버티는 신세가 됐다. 직원들 대부분이 휴직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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