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동분쟁 장기화로 국제유가와 환율 변동성이 동시에 커지면서 국내 주택시장에 또 하나의 부담 요인이 덮치고 있다. 이미 국내 건설 현장은 인건비와 자재비 상승, 금융비용 부담으로 공사비 압박이 이어져 왔는데 여기에 고유가와 고환율이 겹치며 정비사업과 민간 분양시장 전반의 공급 속도를 늦출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유가 상승은 시멘트∙레미콘∙아스콘∙방수∙단열재 등 에너지 연동 자재의 제조원가를 끌어올리고 운송비와 물류비 부담까지 키운다. 환율 상승은 전선, 기계설비, 엘리베이터 부품, 창호, 마감재 등 수입 의존도가 높은 자재 가격을 밀어 올린다.
이 충격은 특히 정비사업에서 더 크게 체감된다. 재건축·재개발 현장에서는 시공사의 공사비 증액 요구가 잇따르고 조합(시행)과의 갈등이 사업 지연으로 번지는 사례도 늘고 있다. 공사비 갈등은 단순한 비용 문제가 아니다. 관리처분 변경, 추가분담금 증가, 착공 지연, 일반분양 연기, 나아가 도심 내 주택 공급 축소로 이어지는 연쇄 반응을 낳는다.
즉, 지금 시장은 가격부담으로 인한 수요 둔화와 공급 지연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는 복합 국면으로 들어설 가능성이 있다. 단기적으로는 거래와 공급이 위축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서울 핵심지와 도심 정비사업의 새 아파트 희소성이 오히려 더 커질 수 있고 외곽이나 사업성이 약한 지역은 수요 위축의 충격이 더 크게 작용해 미분양 적체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
이럴 때 수요자는 가격만 볼 것이 아니라 ‘공급 지연 리스크’를 함께 봐야 한다. 아파트 분양 대기 수요자는 분양가 인상과 일정 지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자금계획을 보수적으로 짜야 한다. 정비사업 입주권 매수자는 예상 분담금만 볼 것이 아니라 추가분담금 여부, 이주비 및 만에 모를 사업 지연 가능성까지 포함해 판단해야 한다.
1주택 갈아타기 수요자는 상급지 신축·준신축의 희소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주택자나 투자자는 주택 추가 구매 및 차입 확대보다 유동성 관리가 우선이다. 비핵심지∙수익성 낮은 자산 위주로 포트폴리오 점검이 필요하겠다.
사업자 시장 대응도 주택 공급 안정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건설사∙시공사는 단기적으로 공사비 증액 요구에만 의존하기보다 원가관리 체계를 선제적으로 바꿔야 한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자재는 조기 발주와 장기 단가계약, 대체 자재 발굴을 통해 환율 위험을 분산해야 한다. 설계 단계에서부터 과도한 특화∙고급화 경쟁을 줄이고 유지관리 효율성과 분양성을 고려한 실수요형 상품 설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특히 분쟁이 커질수록 금융비용이 더 늘어나는 만큼 조합과의 공사비 협상은 극한 대치보다 투명한 원가 공개와 단계별 증액 근거 제시를 통해 사업 속도를 지키는 방향이 유리하다. PF 의존도가 높은 사업장은 브릿지론·본PF 구조를 점검하고 공기 지연에 따른 이자 비용까지 반영한 보수적 사업성 재점검이 필요하다.
조합·시행사 등 정비사업 주체 역시 대응이 달라져야 한다. 공사비가 오르는 국면일수록 “일단 가고 보자”라는 방식은 위험하다. 사업 초기부터 공사비 검증을 강화하고 도급계약서상 물가변동 조항과 설계변경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
무리한 커뮤니티 특화, 외관 고급화, 마감 상향은 향후 조합원 분담금 증가로 되돌아올 수 있다. 따라서 랜드마크 경쟁보다 사업성 방어와 속도 관리가 더 중요하다. 일반분양가를 과도하게 낙관하기보다 보수적으로 잡고 분양 시기 조절과 사업비 구조조정을 통해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
결국 중동발 고유가·고환율은 단순한 외부 악재가 아니다. 이는 공사비 상승, 정비사업 분담금 증가, 공급 지연, 분양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지는 주택시장 공급망 리스크로 연결될 수 있다. 수요자는 가격보다 사업 속도와 자금조달력을, 사업자는 외형 확장보다 원가 통제와 사업 지속 가능성을 우선해야 한다. 위기 국면일수록 결국 살아남는 쪽은 속도를 지키는 사업자와 현금흐름을 지키는 수요자가 될 것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