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피해 최소화 위해 팔 걷어붙인 금융권

자금지원 ·금리인하· 보험료 납부 유예 외에 '심사신속 지원반' 운영
신한은행, 해외 진출 한국 기업 지원…자사 연수원 치료시설로 제공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경제적인 손실도 크게 불어났다. 이에 은행들은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을 돕기 위해  코로나19 전담 창구를 운용하고 있다. 또 몇몇 금융사들은 코로나19 환자들을 위해 자사 연수원을 치료시설로 제공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재성·오현승·주형연 기자] “겉으로만 외치는 구호가 아닌, 실효성 높은 금융지원 활동을 펼치겠습니다.”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의 전국적인 확산으로 경제적인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가운데 금융권이 피해 최소화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신규 자금 제공, 대출금리 인하, 보험료 납부 유예 등을 단지 발표만 하는 게 아니라 코로나19 환자와 피해 소상공인들을 위해 보다 구체적인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들은 실효성 높은 지원을 위해 ‘심사신속 지원반" 등 코로나19 전담 창구를 설치하고 있으며, 자사 연수원을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위해 제공하고 있다.

 

15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사들은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등에게 지난달 7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약 한 달 간 신규 자금 2조633억원을 포함해 총 4조6346억원(2만5393건)을 지원했다.

 

은행들은 앞으로도 코로나19 관련 신규 자금 제공, 대출금리 인하 등 지원책을 계속 시행할 방침인 가운데 보다 실효성 높은 지원을 위해 다수의 영업점에 코로나19 전담창구를 설치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11일 서울 본점을 비롯해 부천, 남동공단, 판교, 수원, 대전, 대구, 부산, 광주 등 총 9곳에 ‘심사 신속지원반’을 신설했다. 지원반은 코로나19 피해기업이 대출을 신청하면 전담심사역을 배정해 최우선적으로 심사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 중소기업고객그룹 내에도 ‘현장지원반’을 꾸렸다. 현장에서 발생하는 기업과 소상공인, 상담직원 등의 고충 및 애로사항 등을 모니터링하고, 관련 제도 및 시스템을 개선해 원활하게 금융지원이 실행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하나은행은 전 영업점에 ‘코로나19 금융지원 전담 창구’를 운영하고 있다. 확진자 비중이 가장 높은 대구·경북이 주 영업 지역인 대구은행은 ‘코로나19 소상공인 신속 상담 지원팀’을 만들었다. 대구·경북 지역별 거점점포 10곳에 코로나19 피해기업 전용상담 창구를 설치해 소상공인 사업장 방문 상담 등을 수행한다.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전담팀을 꾸린 은행도 있다. 신한은행은 해외 20개국에 소재한 주재원을 중심으로 구성된 ‘해외 신속 지원팀’을 꾸렸다. 본점 글로벌사업본부와 함께 해외 진출 국내 기업의 금융 애로사항 및 교민의 불편사항을 해소하는 역할을 맡는다.

 

특히 자금결제 지연 등 금융문제 발생 시 해결방안을 안내하고, 현지 출장 불가로 업무에 제한이 생길 경우 신한은행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지원할 계획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전담창구 등 비상 대응 시스템을 꾸려 운용하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인력과 비용이 소요된다”며 “은행들이 신속한 대응과 실효적인 지원을 위해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뿐 아니라 직접적으로 환자들을 지원하는데도 금융사들은 발 벗고 나섰다.

 

우리금융그룹은 경기 안성시 소재 그룹 연수원을 코로나19 환자들을 위한 생활치료센터로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이 연수원은 총 102개실, 300개 침상을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내부조리시설도 갖추고 있다.

우리금융그룹은 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로 경기도 안성시에 소재한 그룹 연수원을 제공한다. 우리금융그룹 제공

 

우리금융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그룹 내 임직원들의 모든 집합연수를 하반기 이후로 연기한 상태라 연수원 제공에 문제가 없다”며 “국가적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그룹 차원에서 가용한 자원을 총동원해 사회적 책임 완수에 앞장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IBK기업은행도 충주연수원을 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로 제공한다. 대구·경북 지역에서 자가 격리 중인 경증 환자 치료에 사용될 예정이다. 입소 인원은 179명이며, 70여 명의 의료진과 행정인력이 상주한다.

 

한화생명은 디지털 전문 금융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지난해 경기도 용인에 신축한 연수원을 치료센터로 내놨다. 이 시설에는 개별 욕실 등을 갖춘 객실 200개가 있으며, 대형 강의실과 부대시설도 갖췄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서울·경기 등 수도권에서도 경증 환자의 격리 치료를 위한 병상 수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해 선제적으로 제공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금융사들은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전국재해구호협회 등을 통해 수십억원의 기부금을 보냈다. 기부금은 대구·경북 지역이나 취약계층을 위한 마스크, 손세정제 등 의료용품을 구매하는데 쓰일 계획이다.

 

아울러 각 금융사 소유 건물의 임차인들에게 임대료를 면제해주거나 50% 이상 깎아주는 등 ‘착한 임대인’ 사업도 실행 중이다. 신용보증기금은 대구·경북지역 코로나19 피해기업에 대한 신속한 보증지원을 위해 지난 11일 본점 근무자 10명을 대구와 경북 소재 영업조직에 파견하고, 대구경북영업본부 내 지원업무 담당직원 3명을 심사인력으로 전환 배치해 현장인력을 보강했다.

 

윤대희 신보 이사장은 코로나19로 큰 피해를 입은 대구에서 비상대응체계를 가동해 지역현장 상황을 직접 살피는 등 현장중심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주식시장 폭락으로부터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자사주 매입 행렬을 이어갔다.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은 지난 3~4일 이틀에 걸쳐 자사주 5000주를 장내 매수했다. 이번 매입으로 정 사장의 소유 주식수는 1만1697주에서 1만6697주로 증가했다.

 

김성현 KB증권 사장과 김기환 KB금융지주 부사장은 각각 지난달 28일과 이달 4일 KB주식 5000주, 1000주씩 매입했다. 양홍석 대신증권 사장도 지난 2일과 3일 자사주 3만3417주를 추가 매수했다.

 

한국거래소는 주식시장 폭락에 대응하기 위해 시장점검회의를 격상해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었다. 한국거래소는 “세계경제 둔화 우려 등에 따른 불확실성 증대로 주요국 증시가 급락세를 보이며 국내 증시도 부정적 영향이 상당 기간 심화할 것”이라며 “증시 변동성 확대에 따라 외국인·기관 동향, 공매도, 미결제약정, 현선물 연계 포지션 등 국내외 증시지표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고 전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카드 등은 삼성그룹의 결정에 따라 자회사 및 협력사 임직원 가운데 자가격리 중인 2500여명과 임산부 1800여명을 포함한 재택근무자 5000여명에 대한 지원을 실시했다. 협력사 임직원에게는 손세정제, 건강보조식품, 간편식 등 격려 물품이 전달됐다.

 

삼성그룹은 또 경북 영덕 삼성인력개발원을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위한 시설로 제공했다. 현재 환자 210명이 치료받고 있으며, 삼성의료원의 전문의료진도 파견했다. 의료진은 사태가 끝날 때까지 2주 단위로 돌아가며 순환근무 형태로 의료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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