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연임·사외이사 독립성'…은행권 슈퍼 주총시즌 관전포인트

손태승·조용병 회장 연임 확정적
코로나19로 주총장 방역 철저

KB금융지주가 지난 20일 여의도 국민은행 여의도 본점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KB금융지주 제공

 

[세계비즈=오현승 기자] 은행권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본격 시작됐다. 이번 주총에서는 주요 금융사 최고경영자(CEO)의 연임 여부를 비롯해 신규 사외이사들의 면면에 관심이 쏠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움직임 역시 주목을 끈다.

 

우선 오는 25일과 26일 열리는 우리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주총에선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겸 우리은행장과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 연임을 시도한다. 손 회장은 지난해 12월 30일 우리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차기 대표이사 회장 후보로 단독 추천됐다. 조 회장도 같은 달 13일 신한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거쳐 단독 회장 후보에 올랐다. 

 

당초 손 회장은 금융당국으로부터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관련해 중징계인 ‘문책 경고’를 받으면서 재선임에 빨간불이 켜졌다. 하지만 손 회장의 중징계 제재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면서 우리금융 주총에서 손 회장 재선임 안건이 통과될 가능성이 커졌다. 앞서 조 회장은 채용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1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으면서 사실상 연임이 결정됐다.

 

하지만 두 CEO의 연임 시도를 향한 부정적인 여론도 만만치 않다. 의결권 자문사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는 두 CEO를 사내이사에 재선임하는 데 대해 반대를 권고했다. 이 단체는 손 회장에 대해선 “우리은행의 최고경영자로서 자본시장법상 투자자 보호 의무위반과 내부통제 부실에 대한 책임이 있다. 우리금융의 기업가치 훼손에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조 회장에 대해서는 ‘채용비리’ 재판과 관련해 “기업가치 훼손 이력 및 이사 업무수행의 지속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은 두 CEO의 연임 안건에 대해 반대표를 행사할 계획이다. 국민연금은 우리금융과 신한금융의 지분 7.71%, 9.38%씩 보유 중이다. 다만 표대결을 펼치더라도 두 회장의 우호지분이 높다는 점에서 재선임 안건이 뒤바뀌지 않을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신한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가 이번 주 정기 주총을 열어 조용병 회장(왼쪽)과 손태승 회장(오른쪽)의 대표이사 선임 안건을 의결할 전망이다.

 

BNK금융지주는 금융지주 및 은행 CEO의 연임을 확정했다. 지난 20일 정기 주총을 개최한 BNK금융지주는 김지완 회장의 연임을 의결했다. 김 회장은 3년 더 BNK금융을 이끌게 된다. BNK금융 계열 은행인 부산은행과 경남은행도 같은날 정기 주총을 통해 각각 빈대인 행장과 황윤철 행장의 1년 연임을 확정했다.

 

주총에선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꾸준히 나온다. 최고경영자의 측근으로 구성된 사외이사진이 경영진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할 거라는 얘기다. 류제강 KB금융 우리사주 조합장 겸 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지난 20일 KB금융 주총에 참석해 “오규택 신임 사외이사는 지난 2008년 KT의 사외이사로 윤종규 KB금융 회장과 함께 근무했다. 당시 윤 회장은 KT의 사외이사 후보 추천위원회 회원이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유독 한국채권연구원 출신 인사들이 KB금융 사외이사를 맡는 데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정기 주총에 앞서 사외이사 선임을 포기한 인사도 있다. 남기명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립준비단장은 시중은행 사외이사로 활동하는 게 적절하냐는 논란이 일자 하나은행 사외이사 후보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여성 사외이사의 약진도 눈에 띈다. KB금융은 권선주 전 기업은행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이 회사는 1년 더 KB금융의 사외이사를 맡게 된 최명희 내부통제평가원 부원장과 함께 여성 사외이사의 수를 두 명으로 늘렸다. 

 

주총장을 통한 코로나19 집단감염 방지 노력도 올해 주총의 색다른 풍경이다. 금융사들은 주총장 입구에 열화상 카메라 또는 디지털온도계를 두고 측정 결과에 따라 발열로 의심되는 경우 출입이 제한하기도 한다. 동시에 주총장 입장 주주를 대상으로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고 있다.

 

한편 금융권 주총에서 전자투표제 도입이 더디다는 지적은 올해도 여전하다. 전자투표제는 주총에 참석하지 않고서 PC나 스마트폰 등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하거나 전자위임장을 수여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주총 개최일이 특정일에 집중되거나, 개최 장소가 제각각인 상황에서 주총에 참석하기 어려운 주주의 의결권을 보장할 수 있다. 올해 주총에서 전자투표제를 실시하는 은행 상장사는 J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기업은행 및 DGB금융지주 등 네 곳에 그친다.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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