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진짜 내 피부나이라고?”
오랜만에 찾은 뷰티 매장에서 피부 측정을 권했다. 오늘의 피부상태를 체크하고, 구입한 화장품을 써본 뒤 한달 뒤 개선 정도를 비교해보자는 취지였다.
진단법은 간단했다. 동그란 기기에 얼굴을 바짝 붙여 촬영하는 것만으로도 전반적인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측정 결과 피부 나이는 실제 나이보다 무려 5살이나 더 어렸다. 잠시 기분은 좋았지만 ‘그럴리가?’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내 피부상태는 몇점?’… 피부진단기, 육안 관찰보다 효과적
피부진단은 이제 뷰티업계에서 대중화된 서비스로 자리잡았다.
이같은 서비스가 떠오른 것은 똑똑한 뷰티 소비자 덕분이다. 소비자는 ‘눈대중’이 아닌 객관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비에 나서고, 기업들은 이같은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 과학적인 요소를 더한 ‘피부진단·측정기’를 내놓기에 이르렀다.
실제 매년 K-뷰티 엑스포 등 뷰티박람회에서도 새로운 기술로 무장한 피부진단기를 앞세운 기업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피부측정이 대중화된 것은 2010년대지만, 국내 뷰티업계에서 피부진단기가 쓰인 역사는 생각보다 더 깊다. 아모레퍼시픽은 무려 1970년에 피부진단기를 도입했고, 1984년에는 관련 연구소도 설립했다.
현재도 방문판매 뷰티매니저에게 ‘스킨뷰’라는 측정기기를 제공하고, 이니스프리는 ‘뷰티톡’ 서비스를 운영한다. 아이오페도 명동 등에 보다 체계적인 피부 진단을 제공하는 플래그십 스토어 리뉴어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
◆피부과에서도 활용… 필요한 치료 처방에 활용
피부측정 및 진단기의 신뢰도는 어떨까. 전문가들은 이들 기기는 자신의 현재 피부상태를 가늠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입을 모은다. 육안으로만 피부를 관찰하는 것보다 효과적이어서다. 진단받을 기회가 있다면 마다할 필요가 없다.
뷰티숍 피부측정기의 경우 수분·유분 균형, 모공 및 피지분비 정도, 주름·탄력 정도, 기미 등 색소질환 정도를 파악할 수 있다.
피부진단기는 피부과에서도 널리 쓰인다. 다만 화장품 매장이나 에스테틱 등에서 쓰이는 측정기와 성능이나 비용에서 차이가 난다. 병원에서 많이 활용되는 ‘마크뷰’의 경우 경차 한 대값에 이른다.
뷰티숍에 비치된 측정기와 병원용 진단기의 성능 차이는 ‘촬영 해상도’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우선, 뷰티숍의 피부측정기는 대체로 플래시램프나 한두가지 LED를 조사해 피부를 촬영·확대하는 원리를 쓴다. 단 한두가지 LED로는 피부결을 확인할 수 있지만 피부 속 멜라닌 색소·피지 분포, 수분도, 혈관분포 등 구체적인 요소는 파악하지 못한다.
반면 피부과에서 쓰이는 장비에는 일반광·광택광·편광·자외선광 등 4가지 LED 광원을 활용한다. 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환자에게 필요한 치료 방향성을 잡게 된다.
◆정확한 피부타입 진단은 어려워… 현재 상태 가늠 척도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피부과 전문의들은 기기를 통한 ‘피부타입’ 진단 자체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촬영한 사진만으로는 한 사람의 타고난 피부상태를 100% 파악할 수 없고, 정확한 평가지표로 쓰기에는 무리가 있다. 또 아직까지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피부 타입’ 연구조차 부재한 만큼 진단 자체를 내리기 힘든 측면도 있다.
무엇보다 피부 상태는 환경과 시간에 따라 지속적으로 변하는 만큼, 측정 시기에 따라 결과가 조금씩 달라진다. 진단 결과가 우수하게 나왔다고 해서 이같은 결과가 평생 지속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결국 피부 진단결과를 측정 당시의 피부 상태를 가늠하는 척도로 활용할 것을 조언한다.
아무런 준비 없이 무작정 좋다는 제품이나 시술을 받기보다, 자신의 피부 상태를 대략적으로 파악한 뒤 관리 방향을 잡는 게 유리한 것은 당연한 이치다.
다만, 관건은 진단받은 기기의 정확성과 신뢰도다. 다행히 뷰티테크를 기반으로 한 국내 피부진단기는 K-뷰티의 숨은 공신일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심지어 이같은 피부진단을 바탕으로 한 맞춤형 화장품 산업도 미래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도움말: 김홍석 와인피부과 원장(피부과 전문의)
산업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