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승이 만난 금융키맨] 맹수석 교수 “집단소송제·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해야“

금소법 제정, 소비자주권 강화 계기…부족한 점 보완을
분쟁조정 실효성 높이려면 '편면적 구속력' 인정해야

 

금융산업이 격변기를 맞고 있다. 은행·증권· 보험 등 전통적 방식의 업종 간 칸막이가 무의미해지고  IT기기 발달 등으로 글로벌·디지털화도 급속도로 진행되는 모습이다. 이 같이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금융이 갖는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자금 융통의 효율성과 편리성을 높이고 이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금융의 본래 가치는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비즈는 자산관리, 디지털 및 글로벌 전략, 빅데이터, 소비자보호, 핀테크 등 다양한 금융분야에서 활동하는 주요 인물들과의 인터뷰를 [오현승이 만난 금융키맨]을 통해 싣는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과 금융 관련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는 한편 금융산업의 발전 방향도 함께 조망해본다. <편집자주>

 

[세계비즈=오현승 기자] 마침내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 국회의 문턱을 넘었다. 법 제정이 논의된 지 10여 년만이다. 과거 동양사태에서부터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사태,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 등을 겪으며 금소법 제정을 향한 각계의 목소리가 반영된 결과다.

 

맹수석 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사진)는 “금융산업의 발전은 소비자보호라는 가치와 함께 가야 한다”며 금소법 제정의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온 인물이다. 맹 교수는 금융소비자보호기구, 투자자 분쟁해결제도, 금융상품 판매 시 금융기관의 설명의무, 개인신용정보보호 방안 등 소비자보호를 위한 다양한 연구활동을 통해 학계, 입법부 및 금융업권 등에 금소법 제정을 향한 이론적 근거를 꾸준히 구축해왔다. 그는 과거 한국금융소비자학회장을 지내며 입법부에 금소법의 제정을 꾸준히 촉구하기도 했다. 현재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 위원, 한국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 분쟁조정전문위원 등 소비자 문제에 관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맹 교수는 세계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금소법에 대해 “금소법 제정이 금융소비자 주권(主權) 강화의 계기가 될 것”이라며 “그간 대형금융사고가 터질 때마다 기본법 형식의 금소법 제정 요구가 있었고 현 정부의 공약사항이기도 했는데 비로소 제정·공포돼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집단소송제도 등 핵심 내용이 금소법에 담기지 않은 점을 두고선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맹 교수는 “키코(KIKO)나 DLF 사태 등 금융회사의 불완전판매로 인한 피해가 집단적이고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는데도, 금소법 도입 과정에서 집단소송제도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같은 핵심 제도가 빠진 점은 큰 문제”라면서 “어렵사리 제정된 법이니 만큼 일단 시행은 하되, 정부와 국회가 추가적인 보완 절차를 밟아야 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대형금융사고를 막기 위해선 금융감독 시스템을 손봐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현재와 같이 단일 감독기관이 건전성규제와 영업행위규제를 동시에 하는 것은 독립성의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게 맹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정치적·정책적으로 금융산업 발전을 중시할 경우 금융소비자보호는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며 “건전성감독과 소비자보호 기능을 분리한 미국의 금융소비자보호청(CFPB)이나 영국의 금융행위감독원(FCA)과 같은 이른바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독립적으로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금융선진국에 견줘 사후적 피해구제절차도 취약한 점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분쟁조정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선 ‘편면적 구속력’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편면적 구속력은 분쟁조정 결정에 대해 소비자의 제소는 인정하되 반면 금융회사는 해당 결과를 거부할 수 없도록 하는 개념이다. 

 

맹수석 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이 금융소비자 주권(主權) 강화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분쟁조정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선 ‘편면적 구속력’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분쟁조정제도는 열악한 지위에 있는 피해자 구제에 매우 유용한 제도다. 하지만 일부 은행들은 키코 사건에 대한 최근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금융공학적으로 복잡하게 설계된 금융상품에 대한 지식이 없는 피해자들이 비용을 들여 소송을 통해 구제받기란 여간 버거운 일이 아니다. 정보비대칭 문제를 완화하고 분쟁조정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일정 금액 이하의 소액분쟁사건에 대해서는 편면적 구속력을 인정해야 한다.”

 

맹 교수는 영국의 경우 금융옴부즈맨(FOS)이 내린 조정결정안의 약 10% 정도가 편면적 구속력으로 처리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영국FCA의 지난 2017~2018년 분쟁 해결건 수 40만여 건 가운데 금융옴부즈맨을 통한 해결건수가 3만 8000건이나 된다고 부연했다. 독일과 일본도 일정한 수준에서 구속력을 인정하고 있다.

 

그는 최근 성장을 거듭하는 핀테크(또는 테크핀)분야의 소비자보호체계 역시 금융산업의 발전 측면을 고려해 시급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맹 교수는 “한 예로 최근 인공지능(AI)의 발달로 로보어드바이저(RA)를 통한 증권거래가 늘고 있지만, 이에 대한 규제는 느슨하다”며 “RA 알고리즘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이해상충이 커질 수 있으므로, 정부는 수수료나 인센티브 관련 정보에 대한 공시의무 강화 등 꼼꼼한 규제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다. 과거 비트코인 광풍이 불었을 때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가상통화를 적시에 규율하지 못했던 실패 경험도 곱씹어보자고 덧붙였다.

 

금융소비자의 피해를 막기 위해선 금융사가 준법경영을 강화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맹 교수는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이 불완전판매에 따른 논란을 빚은 DLF사태를 예로 들며 “금융회사의 ‘탐욕‘의 결과다. ‘일단 팔고 보자‘는 식의 공격적 영업행태를 청산하지 않는 이상 언제든지 다시 발생할 수 있다”며 “금융회사 경영진은 관련 법규를 충실히 준수하고 고객만족도 중심 지표를 채택하는 등 소비자 중심의 경영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고경영자(CEO)의 도덕적 해이와 관련해선 임원의 연봉이 과도한 건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은 금융회사 임원의 보수를 다각적으로 규제하고 있는데, 국내 금융사도 개별보수공시의 확대와 구체적 보수환수기준 확립 등 실효성 있는 장치를 둬야 한다는 얘기다. 또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선 내부통제시스템 정비에 더해 전문성 있는 사외이사의 선임과 투명하고 독립적인 이사회 제도의 운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맹 교수는 금소법 제정을 계기로 금융사가 신뢰기반의 금융환경 조성에 앞장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금융사들은 금융소비자에 대해 정보제공을 위해 충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소비자의 희생을 통한 금융산업의 발전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결코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금융소비자교육을 강화하고 장애인 등 금융취약계층에 대한 배려와 포용정책을 적극적으로 펴야한다고 주장했다. 금융감독당국은 대형사고가 터질 때마다 뒷북 행정을 반복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더 이상의 금융소비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전문성에 기한 선제적이고 공정한 감독에 매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맹 교수는 “금융소비자도 ‘봉’이 되지 않기 위해선 금융에 대해 공부하는 태도가 필요하다”며 “특히 금융투자상품을 거래하는 경우 ‘자기책임 원칙‘이 적용되기 때문에 원본손실의 위험성을 정확히 인식하고 거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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