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탐색]“코로나요? 건설업계 최대 위기이자 기회죠”… 김준수 현대건설 부장

김준수 현대건설 주택사업본부 주택민간영업3팀 부장. 현대건설 제공

[세계비즈=박정환 기자] 최근 몇 년간 중동시장 침체와 글로벌 경기불황이라는 악재 속에서도 고군분투하던 건설업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핵폭탄을 맞고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하지만 진정한 고수는 위기에 빛나는 법. 건설사들은 고객 맞춤형 주택 공급과 4차산업 기술 개발, 신사업 확장 등 자구책으로 저마다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것은 건설업계 맏형을 자처하는 현대건설의 행보다. 이 회사는 올 5월까지 민간도급 사업 수주 2조원, 업계 최초 도시정비 1조클럽 가입 등의 성과를 내며 코로나로 침체된 국내 건설업계에 ‘희망 DNA’를 불어넣고 있다. 화려한 성과 뒤엔 밤새 불 켜진 사무실과 건설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린 건설 부동산 역군들이 있었다.

 

◆민간도급 사업 20년 경력 ‘베테랑’

김준수 현대건설 주택사업본부 주택민간영업3팀 부장(50)은 업계에서 손꼽히는 민간도급 사업 분야 ‘베테랑’이다. 20년 넘게 주택/도급 사업 최일선에서 활약하며 수주영업과 리스크 관리 업무를 모두 수행해본 업계에 몇 안 되는 전문가로 꼽힌다.

 

최근 인터뷰를 위해 만난 그는 코로나 정국 속 건설업계 상황을 두고 “그래도 해볼만 하다”며 희망적인 평가를 내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비하면 그 충격파가 상대적으로 덜한 데다 건설업계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꾀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 부장은 “2008년 금융위기 땐 건설사들이 입주 리스크가 확산되며 PF(프로젝트파이낸싱)으로 인한 우발채무를 떠안고 있었고 중대형 평형 위주의 미분양 아파트가 많아 재무 상태에 빨간불이 커졌다”며 “하지만 최근엔 과거 리스크를 경험한 건설사들이 연간 매출액 일부를 활용해 미수금을 관리하고 있고, 2015~2017년 주택 분양 호황기를 거치면서 적잖은 현금을 거둬들여 재무 건전성을 높인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2008년 금융위기보다는 건설업계 상황 긍정적

시장 상황도 12년 전보다는 나은 편이다. 금융위기 당시엔 주택시장에선 아파트를 큰 평수로 짓는 게 유행했다. 하지만 정작 부동산 시장에선 수요가 적다보니 매매가 되지 않아 거래가 얼어붙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반면 최근엔 전체 물량의 90% 이상을 가성비 높은 85㎡ 이하로 분양하기 때문에 거래 총량은 줄더라도 수요 자체는 살아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김 부장에게 금융위기는 경험해보지 못했던 위기였다. 그는 “금융위기의 충격파가 실질적으로 불어닥친 2010년 초 사업관리를 담당했는데 당시 부동산 경기가 추락하고 미분양이 속출하면서 디벨로퍼가 부도를 내거나, 아파트값이 시세보다 떨어져 민원이 빗발치는 등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현재 모두가 힘든 상황이지만 1997년 IMF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망했다’는 느낌은 확실히 덜하다”며 “결국 집을 사는 사람은 있기 마련이고 이에 따라 시장도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건설 본사 사옥.  현대건설 제공

◆사업수주 비결, MI 운영·디벨로퍼와의 파트너십 구축

그는 코로나라는 초대형 악재 속에서도 현대건설이 잇따른 사업 수주 성과를 낸 비결로 ‘마켓 인텔리전스(Market Intelligence, MI)’를 꼽았다. 마켓 인텔리전스는 시장 정보를 수집하고 얻은 정보를 분석·공유·활용하는 시스템이다. 

 

김 부장은 “철저한 시장분석으로 플랜B를 마련해 놓지 않으면 코로나19 같은 돌발위기에 제대로 대처하기 어렵다”며 “이에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MI 조직을 운용하면서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 및 분석하고, 주택시장에서 고객의 가성비를 극대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벨로퍼(developer)와 상호 팬덤(fandom)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노하우다. 디벨로퍼는 부지 매입부터 기획, 설계, 마케팅, 사후관리 등을 총괄하는 부동산 개발업체다. 국내에선 건설사가 토지를 직접 매입해 건설 및 분양까지 담당하는 자체사업보다 시공만 담당하는 도급사업의 비중이 높아 디벨로퍼와의 관계 유지가 특히 중요하다.

 

김 부장은 “과거엔 한 사업이 끝나면 다른 사업자와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일이 빈번했지만 몇 년 전부터 우량 발주처를 집중 관리해왔다”며 “한 번 인연을 맺은 디벨로퍼, 분양대행사들과 팬덤 관계를 유지해 다음 사업을 수주하는 한편 우량 사업주들과 인연을 계속 넓혀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시장 향후 전망은? ‘양극화’와 ‘언택트’

그는 향후 부동산 시장 전망을 묻는 질문에 ‘양극화’라는 답변을 내놨다. 부동산경기 침체가 장기화될수록 대형 건설사와 중소 건설사, 서울 및 수도권과 지방 분양시장 간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앞으로는 단지 내에서 모든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커뮤니티센터와 비대면(언택트) 서비스가 주거 문화의 트렌드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는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해 ‘프롭테크(Prop Tech)’ 시장 개척에 힘을 보탤 계획이다. 프롭테크는 부동산(property)과 기술(technology)을 결합한 용어로 정보기술을 결합한 부동산 서비스다. 

 

김 부장은 “서울과 수도권에 예정된 초대형 도급사업을 성공적으로 수주하는 한편 향후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에도 힘을 보태 현대건설 임직원에게는 성공 DNA를, 실수요자 및 지역주민에게는 최고의 랜드마크를 선물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pjh12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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