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코로나 점프UP 전략⑥]금투업계, '한국판 골드만삭스' 육성위해 경쟁력 길러야

코로나19 사태 이후 글로벌 경제가 불확실한 상황이지만 이럴 때 일수록 초대형 투자은행(IB)육성에 힘을 모아 세계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세계비즈=주형연 기자] 해외에선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투자은행이 에어비앤비, 우버 같은 스타트업에 투자해 기업가치 10억 달러(약 1조원) 이상의 유니콘 기업(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큰 성공을 거둔 스타트업)으로 성장시킨 사례가 많다.

 

세계경제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글로벌 대형 프로젝트 추진과 인수합병(M&A) 중개·주선 등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해줄 금융의 기능과 역할도 커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경쟁력 있는 투자은행(IB)을 앞세워 해외 유망기업 인수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국내 금융투자업계가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자본력을 키우는 동시에 내실을 다져야하고, 정부 또한 과감한 규제 완화를 통해 글로벌 IB가 탄생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줘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 초대형 IB 앞세워 ‘한국판 골드만삭스’ 육성해야

 

현재 국내는 증권사를 포함한 종합금융회사(종금사)들이 투자은행 기능을 수행하고 있지만, ‘한국판 골드만삭스’는 여전히 꿈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현재까지 국내 발행어음 잔액은 16조원 가량으로 예상치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초대형 IB 출범 당시 기대했던 2020년 발행어음 예상잔액은 32조원으로 절반 수준이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이 적극적인 기업금융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선 충분한 자기자본을 확보해야 하고, 금융당국도 금융투자업계가 국제적인 신인도를 높여 규모를 키울 수 있도록 측면 지원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정 규모의 자본여력이 있어야 해외 유망 기업에 대한 M&A작업도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금융투자업계의 체질과 경쟁력을 키우려면 새로운 수익사업에 대한 기회를 제공하고 자금 조달이 용이하도록 하는 한편, 글로벌 경쟁에서도 뒤지지 않는 전문인력 양성과 정보 네트워크 구축이 병행돼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증권사별 초대형 IB 전략이 크게 차별화되지 못한 부분도 개선돼야 한다. 

 

각 증권사별 자본력을 키우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투자은행이 갖춰야할 요인으로는 ▲위험을 감내할 수 있는 충분한 자본력 ▲위험을 제어할 수 있는 전문성 ▲투자자와 자금 수요자 등 시장의 신뢰와 평판을 기반으로 한 네트워크 ▲대규모 자금 조달 능력 등이 있다.

 

업권별 차별화 전략도 뒤따라야 한다. 벤처·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자기자본 투자, 신용공여, IPO(기업공개)에 주력하고 중견기업과 대기업을 대상으로는 주식·채권 인수, 구조화금융, M&A 중개 등의 서비스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 투자 활성화 막는 지나친 규제가 시장 왜곡

 

무엇보다 투자 활성화를 막는 규제부터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금융기관들이 보다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통해 위험에 도전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해야 선진금융을 펼칠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기업들이 경제 충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자금지원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적극적인 유동성 지원책 마련도 절실한 상황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 주식으로 돌아온 돈이 규제 때문에 다시 부동자금으로 돌아가거나 해외 증시로 떠날 수 있다”며 “지금은 세금 부담으로 부동산에서 증시로 ‘머니무브’가 일어나지만 증시에도 세금이나 규제가 나오면 다시 엑소더스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황 연구원은 “특히 주가연계증권(ELS) 등 중위험·중수익 상품까지 규제가 생긴다면 초저금리 시대 투자 선택지만 좁아질 뿐”이라고 덧붙였다.

 

투자위험을 충분히 알리지 않은 불완전 판매는 문제가 되지만 고객 스스로 위험을 알고 투자를 하겠다고 하는데 이를 가로막는 것은 심한 규제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는 고객들이 마땅히 투자할만한 상품이 많지 않다는 것도 문제다.

 

본인의 판단으로 인한 투자로 손실을 입었을 경우 떼를 쓰는 관행도 개선돼야 한다. 엄밀히 말하면 자본시장은 본인 책임하에 투자를 하는 곳이고 하이리스크-하이리턴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한국 금융의 변화와 규제 감독’이란 주제로 강연하면서 “한국의 금융시장에 규제가 많다는 부분에는 심정적으로 동의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윤 금감원장은 “금융회사들이 법에 명시된 업무만 하도록 하는 열거주의와 업권 간 칸막이를 높이 세우는 전업주의가 금융산업의 족쇄가 될 수 있다”며 “미국이나 유럽보다 규제가 강하다"고 말했다.

 

‘라임 사태’와 같은 일부 운용사의 일탈 행위를 사모펀드 업계 전체로 보는 시각도 바뀌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혁신기업 성장을 위한 역동적인 민간자금 공급 측면에서 한국의 건전한 전문사모투자산업의 발전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은 “과거를 돌이켜 보면 70여년의 역사를 가진 한국 자본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발전해 왔다”며 “앞으로 금융투자업계가 풀어나가야 할 많은 과제가 있다. 다방면으로 소통해 자본시장이 지속 발전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사진=금융투자협회

 

◆ 자본시장 활성화 위해선 합리적인 세제 개편 필요

 

금융투자업계에선 증권거래세 인하와 금융상품 양도차익 과세 전환 등 전면적인 증권 관련 세제 개편이 자본시장 활성화에 도움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증권거래세를 인하할 경우 그만큼 시장 유동성이 늘어 알고리즘 매매 및 상장지수펀드(ETF) 등 주식 관련 상품이 다양해질 것으로 기대했다. 주식 거래세 부담에 투자자금이 부동산 또는 해외주식 등으로 빠져나가는 현상을 억제할 것이란 분석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선 투자자의 이익 실현 여부와 관계 없이 증권 거래를 할 때마다 세금을 내야 하는 현실이 개선되면, 개인 투자가 늘어 자본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거래세 폐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섣불리 양도세 과세대상을 늘릴 경우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정부가 모든 상장주식 거래에서 발생하는 양도차익에 소득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과 관련, 전면적인 것보다 단계적으로 양도세를 물리게 하되 다른 규제나 거래세를 면제하는 등 다양한 지원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간접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양도세 부과는 합리적이지만, 이득이 있다고 해서 무작정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시장 위축만 초래할 가능성이 많다”며 “조세를 늘리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j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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