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경우 기자] 이커머스 업계가 주도하는 할인행사가 전통적인 ‘대목’ 개념을 바꾸고 있다.
최근 유통업계가 주목하는 기간은 5월과 11월이다. 블랙프라이데이(이하 블프)와 광군제가 있는 11월이 가장 뜨겁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든 유통업체가 이 기간에 총력전을 벌인지는 제법 오래됐다.
최근에는 가정의 달 5월이 새로운 ‘핫 시즌’으로 떠오른다. 이베이코리아의 대대적 할인 행사 ‘빅스마일데이’(이하 BSD)가 기존 유통업계에서 ‘B급 대목’으로 쳤던 5월 소비 흐름을 조금씩 바꾸면서부터다.
이베이코리아는 지난 5월 19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된 '빅스마일데이'에서 누적 판매량 3070만 개를 달성해 최고치를 경신했다. 5월 19일 발생한 거래액은 기존 일 최대 거래액을 33% 넘어섰으며, 하루 평균 판매량도 역대급이다.
경쟁 업체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다양한 할인 이벤트와 쿠폰 지급 등으로 대응에 나섰다.
반면, 설날과 추석 등 전통명절은 점차 존재감이 사라져 가고 있다. 성탄절, 밸런타인데이 등 ‘유사명절’, 신학기와 바캉스 특수도 예전같지 않다.
‘5월 쇼핑 전쟁’ 최전선에서 활약한 임경진 이베이코리아 마트뷰티실 식품팀장에게 최근 업계 동향을 들어봤다.
-이커머스 업계의 큰 흐름이 바뀐 것은 언제라고 생각하나.
“3년~4년쯤 전에 모바일이 PC매출 역전하며 다 바뀌게 됐다. 해외직구 등이 늘어나며 트랜드가 바뀌었다. BSD는 광군제, 블프와 관련된 마이너스 임팩이 커지며 대응책으로 나온 것이다. 원래 우리 회사는 스마일 시리즈가 많다. 한가위는 줄여서 ‘HBS’, 설은 ‘SBS’다. 저희가 먼저 하니까 타사에서도 비슷한 행사를 만들며 판이 커졌다.”
-왜 5월인가.
“5월 가정의 달에 기대서 비수기 직전 매출을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유통업계는 패션을 제외하면 6월부터 비수기다. 특히 식품이나 마트 상품 등이 그렇다. 바캉스 용품 등은 큰 매출이 되지 못한다. 뷰티 제품도 성수기가 없다. 인디 브랜드 등이 너무 많이 나와서 연중으로 팔린다.”
-온라인 할인행사 연중 하는 느낌인데, BSD가 특별히 성공했던 이유가 있나.
“이베이코리아는 업력이 길다. 빅 브랜드나 셀러 대상으로 할인율 높여 시작해 상한선을 점차 높였다. 할인율은 셀러에게 100% 다 동의받고 진행한다. 가격 경쟁력은 영업자들의 역량이다."
-셀러들이 처음부터 협조적이었나.
“처음에는 통화도 많이 하고 영업을 열심히 했다. 한 번 잘되니까 자발적 참여가 늘었다. 특히 비주력 셀러의 성장률이 높아졌다. 참여율이 높으면서 할인율도 높아지는 선순환이 나왔다.”
-올해 뭐가 많이 팔렸나.
“건강식품 판매가 늘었다. 특히 30정에 10만원에 육박하는 고가 고함량 유산균 같은 제품이 많이 팔렸다. 식품 매출은 기존 3040 위주 시장에서 5060까지 확대됐다. 식품 역시 비싼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한데, 예전에는 참외 9900에 작은 사이즈가 많이 팔렸다면 지금은 1만 9900원에 큰 것 위주로 나가는 식이다. 예전에는 2등급 소고기도 많이 팔렸는데 지금은 1등급 이상만 잘 팔린다.”
-기존 명절 특수와 비교해 본다면 어떤가.
“식품은 설이 2배 정도 높고, 디지털은 BSD 비중이 높다. TV나 냉장고, 노트북 등 디지털 제품과 한우세트 중 뭐가 비싼지 생각해 보면 이해가 빠르다. BSD 이후 디지털은 신학기 행사와 웨딩 프로모션 등이 시장에서 많이 축소됐다. 명절에 해외여행을 많이 가는 등 소비 트렌드가 변화해 명절 특수 개념도 점차 바뀌는 분위기다.”
-밸런타인데이 등 ‘유사명절’ 매출은 어떤가.
“많이 죽었다. 예전에는 분기 매출에서 많은 비중 차지했지만, 지금은 준비를 하지 않는 담당이 있을 정도다. DIY 초콜릿 등 여러 상품군이 사라졌다.”
-11월에도 BSD가 있는데, 전망과 계획을 말해달라.
“올해 상반기 e쿠폰 형태가 이커머스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코로나 때문에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물량을 늘리고 프리미엄에 집중할 계획이다. 콘텐츠를 이미 가지고 있는 셀러 발굴도 중요하다.” kwjun@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