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비즈=박정환 기자] ‘규제 무풍지대’로 불리며 아파트의 대체 투자처로 인기를 끌어온 오피스텔 시장이 위기를 맞고 있다. 최근 세법 개정으로 주거용 오피스텔이 주택 수에 반영되면서 취득세가 대폭 인상된 데다 다년간의 과잉공급으로 인해 투자 메리트가 크게 줄어서다.
◆주거용 오피스텔 취득세 최고 12%까지
지난 12일 시행된 지방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주거용 오피스텔도 분양권, 입주건과 함께 주택 수에 반영돼 취득세가 최고 12%까지 오르게 됐다. 예컨대 조정대상지역의 2주택자라면 취득세율이 8.0%, 3주택자라면 12.0%로 높아지게 된다. 지금까지는 주거용 오피스텔은 취득세를 따질 때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았다.
여기에 임대차계약 갱신 시 보증금 인상률을 5%로 제한하고 전세계약 기간을 2+2로 최대 4년까지 늘리는 ‘임대차 3법’이 주거용 오피스텔에 적용된다. 또 현행법상 투기과열지구 및 조정대상지역에서 100실 이상으로 분양하는 오피스텔은 소유권 이전 등기일까지 전매가 제한된다.
◆전월세신고제로 사무용 신고 꼼수 차단
주거용 오피스텔을 사무용으로 신고해 세금 혜택을 보는 꼼수도 차단된다. 오피스텔의 경우 사무용으로 분양받으면 부가세를 환급받을 수 있다. 이로 인해 부동산 시장에선 오피스텔 임대차 계약시 ‘전입신고를 하지 않는다’는 특약 조항을 넣기도 했다.
하지만 내년 6월 전월세신고제가 시행되면 전월세 거래 시 30일 내에 임대계약 당사자와 보증금, 임대료, 임대기간 등 계약사항을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해야 한다. 이럴 경우 기존에 전입신고를 해야 부여되는 확정일자가 자동으로 부여된다.
과잉공급도 오피스텔 투자 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그동안 수도권을 중심으로 오피스텔 공급은 꾸준히 증가해왔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부동산 시장에 자금이 유입되는 상황에서 아파트와 달리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지 않아 대안 투자처로 각광을 받았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8년 전국 오피스텔 입주 물량은 7만9833가구에서 2019년 9만3619가구로 17.3% 급증했다. 올해의 경우 상반기 입주 물량만 3만3910실에 이르렀으며 하반기엔 4만127실이 예정돼 있다.
◆과잉 공급으로 임대 수익률 하락
하지만 수요 대비 공급이 과도하게 늘면서 수익률이 점차 떨어지기 시작했다. 올해 상반기 전국 오피스텔 평균 임대수익률은 4.84%로 2015년 상반기(5.52%) 이후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오피스텔이 다주택에 포함되고 취득세마저 높아지면서 수익형 부동산으로서의 매력이 크게 감소한 것이다.
한 중소 건설사 관계자는 “법 개정 여파로 주거용 오피스텔 관련 사업의 진행을 무기한 연기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오피스텔 신규 분양의 리스크가 급격히 커지면서 토지 소유주나 시행사들이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0%대 초저금리 기조가 지속되고 아파트보다 규제가 덜한 수익형 부동산으로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최근 몇 년간 오피스텔 공급이 부쩍 늘었다”며 “하지만 공급 물량이 누적되면서 이미 공급 과잉에 가까운 상태가 됐다”고 말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의 초과공급 이슈로 오피스텔 임대시장이 위축되자 건설사들도 분양 완급 조절에 나서는 분위기다. 2015~2018년 연 평균 8.5만실가량을 쏟아냈지만 2019년과 2020년에는 각각 4만6991실과 4만161만실로 과거대비 반토막 수준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아파트보다 적정가치 평가 어려워 주의
오피스텔 시장의 침체가 예고됨에 따라 중소 건설사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한 중소 건설사 관계자는 “올해 초만 해도 오피스텔 분양을 늘리는 것으로 사업 방향을 잡았는데, 최근 신규 분양에 대한 리스크가 커져 사업 방향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오피스텔 투자 시 입지나 적정 분양가 등을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초역세권이나 대학교 근처처럼 수요가 많은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임차인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아파트보다 적정 가치를 평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시세차익보다는 장기적인 임대수익을 목적으로 투자 방향을 설정하는 한편 주거용 오피스텔은 전월세상한제, 사무용은 상가임대차보호법이 적용되는 점을 감안하는 게 중요하다.
pjh1218@segye.com